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영하권을 맴도는 한겨울이 찾아왔다.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다. 밖에는 눈발이 거세다. 바람까지 매섭다. 처마는 여기저기 허물어져 고드름이 처량하게 매달려 있다. 창문에는 허름한 비닐이 누더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한기가 방안을 엄습하고 있다. 집안이 온통 냉골이다. 창고 한구석에는 연탄들이 듬성듬성 쌓여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되는 저소득층의 겨울나기 현주소다. 엄습해오는 겨울 추위를 어떻게든 피해 보려는 저소득층 사람들의 긴급 처방 티가 역력하다.

여기에 서민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속된 경기불황 탓인지 기부의 손길도 영 시원치 않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면서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가구들이 제법 늘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 한 부모 가정에 속한 사람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실업자,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연탄은 기본이다.

모두 연탄 한 장 없이는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겨울을 이겨내야만 한다. 모든 것이 힘들다. 몇 끼 굶는 것은 다반사다. 더 큰 문제는 한파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는 괴로움 그 자체다. 올해같이 동장군이 설치는 겨울은 더욱 고통스럽다. 혼자 사는 독거 어르신들에게는 생지옥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저렴한 연탄에 의지하며 생활하는 소외된 이웃들이 너무 많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밥보다 따뜻한 불을 먼저 찾는다. 당연히 따뜻함의 상징인 연탄에 손이 먼저 갈 수밖에 없다. 연탄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유일한 난방수단이다. 연탄은 때에 맞춰 교환해주면, 온종일 방을 따뜻하게 한다. 연탄 한 장이면 구들장을 덥히고 추위를 거뜬히 막을 수 있다. 한겨울 동장군도 두렵지 않다. 시꺼먼 연탄이 창고 한구석에 빼곡히 쌓여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연탄 한 장의 힘 때문에, 연탄은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연탄은 삶의 둥지다.

특히, 연탄불은 서민들에게 요리의 터전이다. 연탄불은 언제나 밥과 국을 끓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연탄불에 별별 걸 다 해먹는다. 연탄불에 끊인 라면 맛은 일품이다. 연탄불에 구운 오징어나 가래떡의 구수함은 일미(逸味)다. 요즘의 가스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연탄불은 집안 살림에 아주 요긴하다. 지금도 농촌의 시설농가는 물론 작은 식당에 연탄불은 장사밑천이다. 연탄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결국, 서민층 가정은 연탄불에 의지해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탄불은 미약하지만 따뜻함과 안락함이 깃든 고향 같은 존재다. 그러니 연탄 한 장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영혼이 깃든 생명체나 다름없다.

갑오(甲午)년 12월, 많은 눈과 함께 유난히 춥다. 맹추위가 또 걱정거리다. 하루에 아홉 장을 때야만 비로소 강력한 추위와 맞설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는 연탄 한 장 살 돈이 없어서 얼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쪼들리는 형편에 연탄까지 지원 못 받으면 겨울은 살얼음판이다. 연탄은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 동장군을 이겨내는 마지노선이다.

최근, 혹한이 계속되는 올겨울에도 독지가들의 온정에 힘입어 연탄 나눔 행사가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행사는 해마다 요맘때만 되면 단골로 등장한다.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고된 운반 작업에도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천국이다. 봉사자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숯 검댕이 얼굴 모습, 해맑은 눈동자는 고귀함을 넘어 존경심을 자아낸다. 사람답게 사는 참 세상을 보는듯하다.

이 추운 겨울, 정성 어린 연탄 온정과 더불어 불우한 이웃을 보살피는 봉사자들의 애틋한 마음은 세상 구석구석을 덥힐 듯 뜨겁다. 스물두 개 연탄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열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