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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며칠 전 지인(知人)들과 함께 옥천에 있는 호박꼬지찌게 전문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먹어 본 느낌이 제각각이었다. '시원하다, 땀나게 먹었다, 담백하다'로 정리된다. 맛도 천양지차(天壤之差)이듯 식당도 격차(隔差)가 있었다. 즉 돈 되는 식당은 별도로 존재했다. 식당마다 찌개 요리법이야 전부 다르겠지만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자못 궁금해진다.

사전에는 호박꼬지를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반찬거리'로 정의한다. 저렴하고 흔한 야채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일상의 호박꼬지 요리 종류도 평범하다. 전, 나물, 볶음, 떡, 찌개, 김치, 인절미, 조림 등이 전부다. 호박꼬지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흔한 먹거리이다.

그러나 그날 먹은 호박꼬지는 남달랐다. 더욱 식당 주인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분명했다. "호박꼬지를 먹어본 사람,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다시 찾는 단골이 한둘이 아닙니다." "충북도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밥맛 좋은 요리'로 호박꼬지찌개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찌개의 맛은 물론 늠름한 주인 모습에 매료되었다. 달라도 특별한 다른 뭔가가 있음을 직감(直感)했다. 그 비방을 탐구해 보았다. 3가지로 압축되었다.

그 하나. 호박꼬지 재료의 싸움이었다. "우리 지역의 순수 토종의 애호박을 추석을 넘겨 찬바람이 잘 부는 9월 무렵에 말린 호박을 사용합니다. 이때 비타민이 풍부해지지요. 여름에 강한 햇빛에 말리면, 색깔도 좋지 않고 맛이 안 좋지요" "편리한 최신 기계에서 건조하면 겉의 색깔은 좋아 보이지만, 호박의 구수한 맛이 없고 찌개에 들어가면 금방 퍼져버립니다. 소위 불량품이지요" "애호박을 통째로 3~4mm 두께로 잘라 건조합니다. 가능하면 통째로 그대로 건조해야 구수한 호박향이 우러나오죠.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호박이 맛의 품질이 떨어져 버린답니다." 장사 20년 이상의 내공(內攻)에서 나온 식당 주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자연건조기술의 진수(眞髓)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 둘. 소금에 있었다. 반드시 국산 자연산 굵은 소금을 사용했다. 거기에 4~5년간 간수를 빼는 것은 필수과정. 숙성된 소금은 하얀 쌀 같이 변해 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좋은 날 택일하고, 좋은 터를 잡아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금의 간수를 뺍니다. 벌써 30년이 넘었으니까요" "종종 중국산 소금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요. 손님들이 금방 알아봅니다." 최고 맛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 눈물겹다. '작은 차별화'의 열정에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그 셋. 고추장이었다. 고춧가루 역시 우리 지역의 토종고추만을 고집했다. 고추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선별, 제조 방법 등이 하나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핵심은 사람들의 입맛을 끄는 '간 맞추기'였다. "자연산 호박꼬지, 천연소금, 토종 고추장의 3박자만 잘 갖춘다면 호박꼬지찌개의 맛을 일등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요" "조미료로 맛을 내는 곳도 있습니다. 한두 번이지요. 자연의 맛으로 진검 승부해야 합니다" "손님들은 자연 맛의 쾌감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호박꼬지 대가(大家)들의 한결같은 철학이었다.

도저히 '책'으로 공부한 경지가 아니었다. '맛' 하나만을 목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도전하는 사람들. 바로 우리 지역의 인간문화재급이 아닐까 싶다. 경기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지방경제는 더 심하다. 어느 영세상인은 "IMF 때보다 더 심하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호박꼬지 하나로 성공에 도전하는 식당주인들의 '득의양양한 웃음, 실물경제의 흐름을 읽는 말투, 밝고 민첩한 움직임'에서, 우리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작은 차별화'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오늘 먹은 호박꼬지찌개가 왠지 '보약'으로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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