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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02 15:11:50
  • 최종수정2015.08.02 15:11:54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한 남성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언가를 열심히 만지자 거리고 있다. 스마트 폰이다. 손가락으로 밀고 당기고 정신이 없다. 몇 시간째다. 옆에 누가 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다. 무아지경 상태다. 스크린에 장시간 노출되었는지 눈의 초점도 없어 보인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빠른 손가락 동작뿐이다. 뭐 대단한 보물이라도 쟁취할 듯하다. 미동조차 없다. 집중력이 무섭다.'

이런 광경, 우리 주변 어디를 가든 쉽게 목격된다. 이 정도는 약과다. 스마트 폰의 최첨단 마력에 취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기를 '제2의 뇌'라고 명명한다. '손 안의 컴퓨터'란 이야기는 옛말이다. 스마트 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세상의 온갖 정보를 꿰뚫어 볼 수 있기에 나온 말이다. 천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요술 상자나 다름없다. 제2의 뇌를 떠나, 완벽한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제3의 인물'인 셈이다.

지금도 스마트 폰은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그에 따른 편의는 폭발적이다. 독서, 게임, 쇼핑, 전화, 메일, 메신저, 웹 서핑, 내비게이션, 영화 등 안되는 게 없다. 거의 무료다.

이 같은 스마트 폰의 편리함 때문에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제3의 인물(스마트 폰)을 찾는다. 사랑하는 가족 얼굴 보기는 뒷전이다. 아침 인사는 언감생심이다. 하나의 생활패턴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의 인간미 넘치는 다정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다시금 친근한 얼굴을 보면서 구수한 대화가 진정 그립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화장실을 가도 사람들은 스마트 폰을 쳐다보면서 안도를 느낀다. 독특한 삼매경이랄까. 그 분위기가 심상찮다. 스마트 폰이 미지의 '신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운전 중에 스마트 폰을 보는 것은 상식화되어 있다. 여기저기 교통사고 소식도 들린다. 자기 일이 아니라 관심 밖이다. 친구는 물론 가족과 함께 식사하면서도 연신 스마트 폰에 몰두한다. 카카오톡 아니면 게임 탓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 폰에 빠져 넋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직장인들, 수업 시간에 책상 아래로 눈을 깔아 스마트 폰으로 대화하는 어린 학생들, 인상 빡빡 쓰면서 주식에 열중인 어르신까지 모두 강박증, 우울증, 불안증의 후보감들이다. 조만간 병원에 '스마트 폰 치매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요즘 수첩 들고 다니는 사람 보기 참 힘들다. 세부 일정과 전화번호는 어김없이 스마트 폰으로 넘어간다. 암기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더는 기억하거나 외우려고 하지 않는다. 머리는 점점 텅텅 비어간다. 스마트 폰이 분실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먹통이 되고 만다. 생활이 올 스톱이다.

스마트 폰이 없으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어떻고. 잠자리 옆에는 항상 스마트 폰 차지다. 그것도 머리 근처에 놔야 직성이 풀린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한 두 시간 정도는 스마트 폰과의 대화는 기본이다.

손안, 호주머니 속, 가방 속, 책상 위, 잠자리 옆 어디든 스마트 폰은 늘 비상대기 모드다. 스마트 폰이 낳은 새로운 조류(潮流)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두고 CNN은 "한국 사람들은 지하철·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듯 스마트 폰이 사람들을 무차별 흡입하고 있다. 스마트 폰의 블랙홀은 거침이 없다. 남녀노소 할 것 없다. 한 손에 잡히는 조그마한 사각 액정이라는 '마법의 창'속으로 사람들은 사정없이 빠져들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그에 따른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불허다. 진화 발전해야 할 인간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 그만큼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 손에는 보이지 않는 수갑이 채워져 있음을 느낀다. 두 눈 부릅뜨고 세상 똑바로 쳐다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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