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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사)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해마다 추운 12월이면 우리 곁으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다. '딸랑… 딸랑….'종소리가 익숙하기만 하다. 한해를 갈무리하는 종소리인 듯싶다.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와 종소리는 사람들을 부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자선냄비에, 크고 작은 성금을 조용히 밀어 넣고는 말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자선냄비에 얽힌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 구세군의 한 사관은 "익명의 노부부가 수억 원을 기부했다. 한 신사가 수천만 원 상당의 채권을 넣고 갔다. 돈만이 아니라 금반지를 빼서 자선냄비에 넣고 가거나 시계나 토큰, 심지어 헌혈증서나 항공권을 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전국적으로 온정이 자선냄비를 달구고 있다. 충북지역의 구세군·공동모금회·적십자도 모금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성금은 전액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겉은 한겨울이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봄 같은 12월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기부는 큰 어려움 없이 정성어린 마음으로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값진 베풂이다. 기부에는 대가 없는 상생(相生)의 철학이 담겨있다. 기부는 사람을 살리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資産)이자, 사회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 행위나 다름없다. 기부의 결실은 그 어떤 복지정책보다 파급력이 크다.

보통 기부는 현금(물건)기부, 생명기부, 재능기부 등으로 나뉜다. 현금(물건)기부는 현금, 각종 채권, 보석류, 부동산, 서적, 예술작품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 기부는 헌혈, 장기기증, 골수이식을 말한다. 재능기부는 자신의 재능을 나눔으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삶의 열정을 갖게 한다. 누구나 관심만 있다면 큰돈이나 힘든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불우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요즘엔 재능기부가 대세(大勢)다. 우리 사회에 재능기부가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부가 돈이나 물건에 한정되지 않고 재능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면서, 나눔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재능기부는 물질적 기부보다 소통의 의미가 더 강하다. 물질이 부족해도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 재능에는 높낮이가 없다.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지식·기술·의술·운동·노래…. 재능 기부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은 재능 여럿이 모이면 큰 재능 하나보다 기여도가 높다.

재능기부는 잡아줄 손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사랑의 증표(證票)다.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재능이다. 그러니 소중한 시간을, 해맑은 웃음을, 앞선 생각을, 열린 마음을 흔쾌히 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건을 나를 수 있는 조그마한 힘도, 아이들이나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께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도 모두 재능에 속한다.

재능기부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금전적 기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개인의 능력을 활용하는 강점 덕분에 재능기부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다.

'농림어업의 생산기술·유통·가공·홍보·디자인뿐 아니라 의료와 이·미용에 이르기까지, 농어촌의 사회서비스 부족을 채워주는 무명의 재능기부자들', '중소기업의 기술 관련 애로를 겪을 때, 직접 기업 현장을 찾아가 무료로 기술 컨설팅을 해주는 대학교수들', '비 오는 날 폐지가 젖지 않도록 기능성 손수레를 발명해, 어르신께 기증한 대학생들….'

모두 광명(光明)의 재능기부자이면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동량지재(棟梁之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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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