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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사단법인 한국발명교육학회 회장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입니다. 조심합시다!' 어느 한 지인의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는 현수막 문구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이 주민 갈등의 새로운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베란다 문을 열고 지내는 여름에는 그 갈등의 수위가 한층 높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는 안내 방송을 통해 경고장을 계속 날린다. 여러 소리를 잘 관리해달라는 취지다.

층간 소음은 불규칙적이고 무심코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층간 소음에 부대껴, 이웃과 발생하는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의 칼부림은 다반사다. 폭행 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부지기수다. 층간 갈등의 보복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이다. '인격 모독, 현관문 발로 차기, 보복성 자동차 손상.' 우리가 겪고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갈등에 한번 노출되고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행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층간 소음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뛰지 마라", "쉿", "조용조용"이란 말들을 늘 입에 달고 산다. 뾰족한 해결 수단이 없다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엄마들은 연일 '노심초사'다. 여기저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파트 층간 갈등으로 인한 사소한 분쟁은 점점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건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을 푸는 열쇠로, 이웃 간 인내와 배려를 강요하기보다는 주택 건설 시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뭐든지 오래 쓰다 보면 쉬 망가진다. 속 시원한 대책이 아쉽기만 하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이 아파트 층간 소음 제거 물질 연구를 미래기술 육성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결실을 보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서민층들이 층간소음이 없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고가(高價)의 펜트하우스(아파트의 맨 위층에 있는 고급 주거 공간)에 주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층간 소음에 이어 층간 흡연도 골칫덩어리다. 더운 여름 날씨에 베란다 창문으로 올라오는 담배 연기는 위층은 물론 주변에도 고통이다. 어린이 또는 어르신이 사는 위층 세대는 골치를 앓고 있다.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출처도 정확하지 않은 담배 연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 사무소는 주민들의 항의에 곤혹스럽기만 하다.

층간 흡연을 조심하라는 아파트 관리 사무소 안내 방송은 어김없다. 직원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관공서에 민원도 제기해보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웃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 없다면 층간 흡연의 해결책은 요원하다.

층간 흡연은 소음과는 달리 별다른 법적 규제 조항도 없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아파트·빌라·원룸 등의 공동주택은 흡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피해보상은 남 얘기다.

궁여지책으로 금연 아파트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최근 청주시 상당 보건소가 금연아파트를 선정했다고 한다. 무척 반길 일이다. 금연 아파트가 차별화로 부각되는 시대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사람들 열에 일곱은 평범한 아파트 또는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생활의 편리함과 치안 때문에 아파트를 무척 선호한다.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대표코드이다. 쉽게 표현해서 아파트 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이다. 당분간 아파트의 불패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아파트의 층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한국인의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임전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누구든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파트 층간 갈등을 해결할 신통방통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배려'가 진정한 묘책일 것이다. 인간사(人間事) 모든 게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해 마음으로 끝나게 되어 있는 법. 따지고 보면 아파트 층간 갈등도 인간이 만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배려는 소통의 연결고리이자, 인간 갈등의 해결사이다. 그러니 배려는 미약하지만, 위대하다. 지금 당장 식탁 의자 다리 밑에 소음 커버부터 달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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