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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12월이다. 올해의 마지막 달. 한 해 힘차게 달려 온 모든 일을 마무리 할 시점이다. 수능도 끝났고, 대학은 종강을 맞이하고 있다. 거리의 찬바람이 코끝으로 들어오고, 낙엽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 요즘 더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직장을 잡는 일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그동안 배우고 익힌 총체적인 지식과 경험을 이제는 사회에 나가 써먹어야 하는 취업. 사회인으로 자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한 취업. 그러나 현실의 상황을 둘러보면 막막하기만 한 것 같다. 예비졸업생들의 생기 잃은 얼굴을 마주 대하고 풀죽은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들을 가르치고 사회에 나가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고 강조했던 내가 마치 죄인 같은 심정이 들면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 나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제는 역시 취업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3년 만에 원하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며 축하를 받는 친구와,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까지 기쁜 소식을 못들은 친구의 표정이 엇갈리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한 우리들 처지를 쓴 소주 한잔에 달랬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대학에 다녔던 시절은 그나마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취업을 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경제는 고속성장기였고, 대학을 진학하는 인원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개인의 능력 유무로만 재단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청년 취업이 그만큼 심각해진 것이다. 취업과 관련된 자조적인 용어들-이태백 돌취생 청년실신 민달팽이세대 낙타세대 3포세대 등-을 봐도 지금의 취업한파가 얼마나 매서운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하겠다.

예전의 대학생활이 민주적인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전공을 익히는데 치중했다면, 지금의 대학교육은 취업을 위한 준비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공과 학과를 불문하고 대학의 도서관을 가보면 모두가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지잡대(지방에 소재한 대학을 낮춰 부르는 말) 학생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

사회의 첫 관문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을 지닐 수 있듯, 생활인으로서의 기본 요건은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인격체가 온전히 자리 잡으려면 일단 직업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업(業)이 확실하면 직장은 얼마든지 옮겨 다닐 수 있다.

이미 사회에 자리 잡은 기성세대로서 요즘의 젊은 청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그들의 청춘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는 심정은 결코 편치 않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당국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주변의 취업준비생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따스한 격려의 한 마디라도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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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