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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디지털경영정보과 교수

요즘 눈물 흘릴 일이 많아졌다. 평소 근엄하기만 한 모습에 익숙해 있던 식구들이 가장의 눈물에 눈치를 보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야말로 울다가 웃다가 정신이 없다. 나 스스로도 사나이 대장부가 울컥해서 눈물을 뿌리니 참으로 계면쩍기 그지없다.

눈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슬퍼서만 흘리는 것이 아니다.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 참회의 눈물, 위선의 눈물, 감동의 눈물, 매워서 흘리는 눈물 등등. 어쨌든 눈물은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결정체다.

부산외대 새내기들의 안타까운 죽음, 분단의 비극이 연출하는 이산가족의 상봉,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면서 어찌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랴·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에 갓 입학해 이제 막 첫출발을 하는 시점에서 터진 불행한 사고와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볼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 앞에서 휴먼드라마를 연출해야 되는 장면은 슬픔의 눈물이요, 소치 올림픽에서 보여 주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에서 흘리는 눈물은 진한 감동의 눈물이다.

유독 눈물에 집착하는 시인이 있다.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한 삶을 노래해 온 함민복 시인이 바로 그렇다. 그가 낸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눈물은 왜 짠가",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공저)" 등 제목만으로도 그는 눈물전문가다.

사실 그가 눈물에 관심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울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뻐서 울기보다는 서럽고 슬퍼서 울 일이 더 많은 고단한 삶을 살았다. 몇 년 전에 결혼하여 강화도에 둥지를 틀었다 하니 자본주의에 잘 적응한 시인은 못 되었던 것 같다. 시인 자신의 풍족하지 못한 환경이 그의 작품에 오롯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시인은 궁해야 작품이 나오는 모양이다. 뭔가 결핍이 있어야 채우려는 욕구가 작동되는 것이니까.

그의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에서는 과학적인 설명이 아닌 문학적인 서술로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가난 때문에 이별하는 어머니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설렁탕 국물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어머니의 마음과 식당 주인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읽고 깍두기를 말없이 갖다 주는 식당 주인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짭짤한 눈물을 흘리고 말았으니 새삼 눈물이 왜 짠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리라.

살다 보면 웃을 일도 많고 울 일도 많다. 그런데 사실 웃는 일보다는 울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불가에서도 우리 사는 세상을 고해(苦海)라 해서 피안의 세계를 꿈꾸고, 기독교에서도 천국에 가기를 소망하지 않는가·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웃기만 하는 인생은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슬픔을 겪고 울어 봐야 기쁨의 진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스케이트 선수들이 자꾸 넘어져 봐야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듯이, 슬픈 일도 이겨내야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지지 않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일득일실(一得一失)이다. 이래저래 불면의 밤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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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