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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28일은 삼복 더위 중에 중복이다. 여름이 점차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가 그러하거늘 날씨 탓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속에 불(火)날 일을 안 만드는 것이 그나마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오묘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1990년대 자동차 뒤 유리창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남 탓, 네 탓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자기부터 돌아보라는 경구는 참 신선했고, 그만큼 사회적 반향도 컸었다. 잘 되면 내 탓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을 할 정도로 우리는 일이 잘 못되거나, 안 풀리면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에서 찾아야 마음이 편하고,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 탓하는 것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졌는지 모른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뒤로 하고 혼자 걷다 넘어지면, 엄마는 얼른 달려가 애매한 길바닥을 때리며, 우리 아기가 너 때문에 넘어졌다고 한바탕 꾸중을 하면 울던 아기도 울음을 멈춘다. 참 신통한 일이다. 그저 나 있는 길이 어떻게 아기를 넘어뜨릴 수 있을까? 아기 또한 어떻게 엄마의 말을 듣고 딱 울음을 그칠 수 있을까?

이렇듯 남 탓, 네 탓에 익숙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영악하게 문제가 생기면 변명하고 핑계 대기에 급급하여,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여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고, 문제는 문제대로 남게 된다. 남이 됐든 뭐가 됐든 탓하면 편하다. 하지만 결말은 불행해진다. 왜냐하면 문제의 발단과 해결의 주체는 결국 본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내 탓이오' 운동에 이어 이번엔 '00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펼친단다. '00답게 살겠습니다'를 올해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으로 월별 실천 덕목도 정했다고 한다. 다음 달은 '자기 정체성 확인하기' 9월은 '내 탓이오'(제목을 '그래도 내 탓이오'로 정하면 더 좋을 듯) 10월은 '내가 먼저 사랑하기' 11월엔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12월엔 '서로 사랑하기' 등 정신고양 캠페인이다(역시 이래서 예술과 종교는 인간의 영혼이 썩지 않도록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가보다).

00답게 살겠다는 다짐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답게'는 전제와 조건이 붙는 말이다. 선생님답게, 부모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등. 그 위치와 신분과 역할에 합당한 일을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곧 본분을 지키는 일이다. 본분을 다 한다는 것은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운동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자기 위치를 잘 잡아야 공수가 조화를 이루며, 싸움에 있어서도 진법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승리가 좌우된다. 진퇴를 잘 분간해야 한다. 그칠 때를 알아서(지지·知止) 그쳐야 할 때 그치는(지지·止止) 것은 우리의 옛 선비들의 기본 덕목이었다. 知止보다 止止가 더 중요하다. 자리를 잘 가려 있는 것. 그런데 그 분간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더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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