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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겨우내 추위도 따스한 봄바람에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 눈 쌓인 나뭇가지에서 봄소식을 전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꽃샘 추위가 찾아 오겠지만 우수 경칩 다 지나 이미 대세는 꺽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자연의 순리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추운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맞다 생을 마감하는 어려운 이웃이 너무나 많음을 볼 수 있다. 이미 뉴스를 통해서 알려진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60대 택시기사 부부의 죽음, 자식과 함께 자살을 택한 부인 등등….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자살의 공통점은 경제적 빈곤이다. 그야말로 경제적 약자로서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희생자들이다.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를 못한다지만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며, 한 해 복지 예산이 100조 원에 이른다는 우리 사회에서 왜 아직도 이런 불행한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위정자들이 원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 교수법 시간에 질문을 하나 받았다. 예비교사로서 동기가 수업을 진행하며 나에게 '돈을 얼마나 가지면 되겠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당시 돈이나 경제에 대한 관념이 부족했고, 집안 형편 또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갑작스레 질문을 받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대답은 해야겠고 정답은 없었기에 나름 순발력을 발휘하여 '나에게 급한 일이 있을 때 남에게 빌리지 않고, 반대로 남이 급해 돈을 빌리러 오면 언제든지 꿔 줄 수 있을 만큼' 이라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교사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난날의 내 대답을 상기해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고 내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대답한 수준은 재벌 이상이어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현실을 모르고 꿈만 야무졌던 것이다.

옛날 우리 선비들은 많이 소유하는 것을 늘 경계해 왔다. 먹는 것도 배부름을 경계하여 굶주림을 면할 정도, 넓은 공간을 경계하여 무릎을 펼 정도의 공간 정도, 입는 것도 경계하여 추위를 면할 정도 등. 이렇듯 청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학식이 부족함을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수양이 부족함을 늘 채근하였다. 이들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면에 더 가치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이 영위될 수준은 되었기에 어찌보면 빈곤층은 아니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부익부빈익빈이다. 경쟁을 통하여 누가 더 많이 소유하였는가가 힘의 유무를 가린다. 신분상승의 사다리인 교육도 자본의 힘으로 좌우된다. 그런 면에서 앞서 거론된 불우한 이웃은 생존의 마지막 선까지 내몰린 사람들이다. 빌 게이츠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건 당신 잘못이다' 라고 말한 것은 이들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 잘못 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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