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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이승우의 소설집이 나왔다. 표제작이자 수록된 작품 '신중한 사람'을 읽었다. '문체는 곧 작가'라는 말이 있듯 이번 소설집은 작가의 인상만큼이나 신중하게 쓰여진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논리나 이성이 통하지 않는 상황논리에 따라 전개되는 모순의 현실을 보여 준다.

주인공 K는 성실한 소시민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가장이다. 그의 꿈이 있다면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갖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집을 완성하던 차에 회사에서는 해외지사장으로 나가라는 통보를 한다. 정년도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한 고민 끝에 결국 회사의 결정을 수용하고 처자를 데리고 해외에 나간다. 문제는 돌아올 때까지 전원주택을 관리하는 문제인데, 이는 평소에 밭일도 도와주고 가끔 삼겹살도 구워먹던 이웃사람에게 약간의 사례비를 주고 부탁을 함으로써 해결되고, 귀국 즈음에 남겠다는 처자를 결국 신중에 신중을 기한 끝에 홀로 돌아오게 된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한다. 전원주택에 돌아오니 전혀 생소한 부부가 거처를 하고 관리를 맡겼던 이웃사람은 증발해 버리고, 당장 오갈데 없던 K는 오히려 하루에 만원씩 내고 살아야하는 세입자 신세로 전락한다.

집주인이 세입자 신세가 되버리는 현실! 만일 이런 일이 여러분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주인공 K는 전형적인 소시민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반사회적인 인물이 아님에도 너무나 신중한 사람이기에 나름 합리적이고 인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 보니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질 뿐이다.

그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모순덩어리이다. 부의 불평등, 거대한 감시사회, 그래서 피로한 사회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어떤 처세를 해야 주인공 K와 같은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중국의 인문학 열풍을 이끌어가는 차세대학자 팡차오후이가 쓴 '나를 지켜낸다는 것'에 그 해답의 단초가 있기에 소개해 본다

맹자가 '사람들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아나,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을 모른다. 배움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 라고 구방심(求放心)을 역설하였다. 이것을 팡창오후이는 해설하기를 '방심이란 잃어버린 마음입니다. 맹자가 꼬집고자 한 것은 만약 집에서 닭이나 개를 잃어버렸다면 지체없이 그것을 찾아 나설 것인데, 닭이나 개보다 일만 배 더 귀중한 마음을 잃어버렸는데도 우리는 이를 찾아 나설 줄 모른다는 것이지요. 만약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뜨거운 가마솥 안의 개미처럼 허둥대며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맹자는 지갑이나 휴대폰보다 일만 배 더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렸는데도 몇 년이 됐는지도 모르고 여태껏 찾으려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또한 맹자는 학문이란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같은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말한다면서, 이런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 즉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려면 그것을 잘 지키고, 소중히 여겨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해야 한다. 학문을 하는 배경을 결코 학교에 한정하지 않고, 일과 생활에서 매 순간 체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일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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