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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디지털경영정보과 교수

옛날 서당에 문제아 학동이 있었다. 하라는 공부는 도통 관심이 없고 노는데만 일가견이 있었으니 훈장선생님한테는 늘 골칫거리였다. 동학들도 상대하지 않아 거의 왕따였다. 그런데 이 문제아가 어느 날 훈장을 졸라 호(號)를 하나 지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학문적 깊이나 고매한 인격과 너무나 거리가 먼 문제아에게 호를 지어줄 수는 없는 일. 훈장선생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하지만 문제아의 유일한 장점이자 특기는 인내와 끈기에 있었으니 아침에 서당에 가면 온종일 훈장선생님을 조르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고, 지친 훈장은 호를 하나 지어주었으니 그게 바로 '일수거사'였던 것이다.

거사! 거사라. 도사 처사 은사 선사의 분위기를 풍기니 그럴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속뜻을 보면 '한 물 간 선비'라는 뜻이니 훈장선생님께서 멋지게 조롱한 셈이 된 것이다. 겉으론 멀쩡한데 속은 빈 강정과 같은 존재.

요즘 신문을 보면 이와 같은 문제아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대학 교수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성악과 교수채용과 관련된 추문들, 공주대학교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 천안의 모 대학 총장의 부적절한 전력 등 드러나지 않은 일을 포함하면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선비(士)는 어떤 존재인가· 학문(讀書)하는 사람이다. 학문을 왜 하는가·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에서 '학문의 목표는 성인이 되는 것에 있다'고 하셨듯이, 결국 학문을 하는 것은 자기수양인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과거준비에 있었고, 합격을 하여 벼슬길에 나아가면 대부(大夫)의 칭호를 얻으니 사대부란 학자관료인 셈이다. 요즘 청년들이 너나없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여 공직에 나아가는 것과 같다.

우리 역사에 있어 선비의 존재는 그 공과가 크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돌아봐도 선비의 빛과 그림자는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사회의 지식인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치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이도 많지만, 사화나 당쟁의 주범으로 국운을 흔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학의 학통을 이은 대학자들, 대의와 명분을 위하여 끝까지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지킨 뭇 충신들, 수많은 청백리들, 연암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배운 바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지행합일의 화신들이요, 곡학아세하여 세리(勢利)를 쫒아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했던 사람들은 우리 역사에 있어 영원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은 죽는다.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죽음도 다 같은 죽음이 아니다. 이순신 같은 죽음도 있고, 이완용 같은 죽음도 있다. 어느 죽음을 위하여 살다 갈 것인가· 우문이다.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져 가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론 늘 허기에 지친 것 같다. 주위에 대쪽같은 선비, 존경할 만한 선비가 사라져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 자신부터 현실에 찌들어 본분을 망각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정말 배운 바를 실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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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