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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블룸버그의 말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뉴욕시장으로 재임하는 12년 동안 매년 연봉을 1달러만 받고 남는 돈은 전액 기부했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말은 파장이 매우 컸다. CNN보도에 따르면 "자녀가 대학에 갈지, 배관공이 될지를 고민한다면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의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고 사람을 상대하는 그런 종류의 재주가 있다면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의 이 말이 우리 한국 사람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유별난 한국인의 학벌중시 풍토와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우리에게 과연 현실성 있는 조언이 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씨알도 안 먹힐 소리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에 7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고등학교 졸업만으로 이 사회에서 성공을 꿈 꿀 수 있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역사만큼이나 오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뿌리 깊은 신분의식은 자식들로 하여금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직업보다는 책상에 앉아 사무 보는 일을 더 귀히 여기는 직업의식을 자연스레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1년 학비가 거의 6천만 원 정도 되는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볼 때 블룸버그의 조언이 전혀 현실성 없는 얘기는 아니다. 또한 경제에 밝은 그로서는 손익계산상 일견 합리적인 산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또한 블룸버그의 의견에 반대 한다. 경제적인 관점이나 기술적인 전망과는 다른 측면에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과정(過程)의 가치와 미학이 엄연히 있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졸업장도 영예롭고, 그 졸업장이 보장해 주는 고소득과 안정된 생활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과정 속에서 유무형의 자산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 속에 진정 배움의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범대학을 다닐 때 교직과목을 20학점 이수하였다. 전공이 비슷한 국문과 학생에 비하여 전공 20학점 대신에 교직과목을 수강한 것이다. 전공영역은 국문과 학생에 비하여 얕을지 몰라도 적어도 예비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의식을 스스로 다지는 교육과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배운 교직과목이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 시간을 통하여 난 뼛속까지 선생이라는 자긍심을 키울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1등만을 강요하고 최고가 아닌 최선은 등한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운동경기에서 2등 이하는 관심도 못 받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2등 한 사람은 언제든 1등에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아닌가· 고 박완서 선생의 작품 제목처럼 "꼴찌에게도 박수를" 쳐 주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수능에 응시한 81세의 할머니 얼굴이 그렇게 빛나 보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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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