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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친한 선배 교수가 있다. 그 선배는 교과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자기 삶의 원칙과 기준이 너무나 분명한 분이다.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도 방향등을 켜고 운전할 정도이고, 산 정상에 올라서는 주위에 있는 정자나 주변의 쓰레기를 다 모아서 내려올 정도로 반듯한 분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기본이고 정석이지만, 재미는 없는 법 아닌가? 선배가 원칙과 기준을 지킬수록 주변 사람들은 그 융통성 없음에 숨이 막힐 지경에 놓이게 마련이다.

한 번은 부부동반을 해서 산행을 하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식들 교육문제가 거론이 되었다. 자식들 교육에 비교적 완고한 입장인 필자가 아내로부터 비난을 들으니, 그 선배 교수의 부인 또한 맞장구를 치면서 선배 교수는 더하다며,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관대해지고 자식들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지'였다.

상식과 순리에 벗어나 참으로 황당무계한 일을 겪으면 우리는 흔히 '어떻게 그럴 수 있나'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남을 탓하고 주변을 원망하며, 세상의 불합리와 불공평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 지 불평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자 한 자를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바가 없을 것 같다. '그럴 수 있나'의 '나'를 '지'로 바꾸면 '그럴 수 있지'가 되고 여기에 보조사'도'를 덧붙이면 더욱 성인군자가 될 수 있으니 한 글자를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살다보면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는 슬프고 어려운 일을 더 마주칠 때가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고해 속에서 우리는 분노와 좌절, 아픔과 배신감으로 치를 떨고, 내가 아닌 남을 탓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정당화하려 한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바깥에서 찾으려 한다. 이렇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문제는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마음의 고통이 덜해지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럴 수도 있지'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즉 맹자가 말한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역지사지'이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이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소통하려는 것이다. 아전인수 식으로 하면 주변에 사람이 없다. 역지사지하면 사람이 모여든다. 역지사지 하면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같이 영악한 세상에 누가 손해를 보려 들겠는가· 그런데 묘하게도 잃어야 들어오는 것이 또한 세상의 이치이니 좋은 습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14년 올해도 보름 정도 남았다. 올 한해를 지내며 서로 상처 받고 아픔을 겪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많이 외치고 다녔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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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