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종구

충북도립대학 디지털경영정보과 교수

얼마 전 친구로부터 설 명절에 문자로 덕담을 받았다. 내용인즉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한바 모든 일이 미루어지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그 친구와 공유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내용을 찬찬히 보곤 '이 친구가 나한테 뭔가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구나.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다 어긋나길 바라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면서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씹고 또 곱씹었다. 사실 버튼 하나 잘못 눌렀을 뿐인데

요즘 내 주변에 온통 스마트폰 천지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문제의 답을 구하려 한다. 디지털기기가 대세인 현실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효율성이 떨어지는 처세이다. 스마트폰으로 결재할 수 있는 것을 은행에 직접 가서 볼일을 보는 것은 비경제적인 행위이다. 디지털 시대의 속성은 빠름이다. 마치 올림픽 구호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만 강요한다. 빨리 빨리만 중요시되다 보니 정작 왜· 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소홀하게 되는 것 같다.

빠른 가운데 생각하는 힘은 자리 잡을 틈이 없다. 사실 여유가 있고 잡념이 없는 상태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고 새로운 무엇을 궁리하게 되는데, 디지털매체는 도대체 사색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예전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손에 쥘 수 있는 단어 암기장이 있었고, 등하굣길에 중얼거리며 학교를 오갔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뒤적였다. 뒤적이면서 입으로 발음했고, 머릿속으로는 뜻을 유추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단어는 반쯤 외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전자사전으로 꼭꼭 눌러 금방 찾고, 그것을 노트에 옮긴 후에야 비로소 외운다. 사전은 과정에서 공부를 하는 셈이고, 디지털기기는 눈으로 확인한 후에 공부가 시작되는 셈이다.

디지털기기가 우리의 생활 풍속도를 많이 바꾸어 놓고 있다. 편리함과 신속성의 매력에 누구나 빠져든다. 하지만 편지나 엽서로 보내는 따스한 마음과 정(情)은 차가운 금속성이 절대 대신할 수 없다. 적금을 차곡차곡 붓고 통장을 펼쳐보며 맛보는 행복감을 화면 속 숫자로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영상으로 보는 레미제라블보다 지면을 통해서 보는 레미제라블이 더 많은 생각 거리와 여운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 역사를 한 시간으로 잡았을 때 약 45분간은 농경 생활이고, 10분간은 산업화시대이며, 약 5분간이 지금의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이 5분의 변화가 인류 역사의 생활과 문화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그만큼 변화의 폭과 속도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주변이 더 빨리빨리를 외칠 때 난 오히려 더 느리게 살고 싶다. 나만이라도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다. KTX 타고 주변의 사물을 감상할 수 있는가· 마차를 타는 것이 더 여행의 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천천히 걸어가는 방법이 더 좋으리라. 스마트폰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기보다 직립보행하며 옆도 보고 가끔은 뒤도 돌아보며 내 길을 가고 싶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