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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이순신을 그린 명량의 열풍이 뜨겁다. 열풍 이상의 광풍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 영화사상 새로운 기록을 세울 듯하다. 필자도 한 표를 보태고 극장에 가보니 혼자 온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부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은 걸 보고 역시 위인은 죽어서도 이름값을 하는구나 싶었다.

성웅(聖雄) 이순신! 한 사람이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힘든데, 거기에 영웅의 칭호까지. 영화에서는 명량해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무인(武人)으로서의 면모만 집중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보면 결코 성웅이라는 칭호가 과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이순신 전문가들도 그의 흠을 찾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경주했지만, 결론은 '없는 흠을 만들어 그의 이름에 흠을 내는 것은 오히려 부질없는 짓'이라고 토로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순신의 모습에서 세월호 선장이 보이기도 하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제갈공명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으며, 효심 가득한 자식의 모습과, 인자한 어버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결전을 앞둔 한 인간의 고독과 고뇌를 공감하는 순간은 김훈이 그린 '칼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무엇이 이토록 명량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지금의 시대상황이 그러한 것인가? 아니면 이순신 같은 불세출의 영웅이 출현하기를 온 국민이 갈망하는 것일까? 16세기의 조선과 21세기의 대한민국이 같지 않을진대, 도대체 무엇이 뻔한 역사적 사실에 수많은 사람이 영화관으로 몰리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언어의 절제미를 아는 지도자의 참모습에서 찾는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장군은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지시하고 명령을 해야 할 사항과, 결코 유리하지 않은 위기 속에서 싸움을 해야 하는 그 절박감과 외로움을 침묵으로 대신하며, 말 할 시간에 싸울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질 수 없다는 장군의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를, 절제된 말 속에서 치밀한 준비성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장군의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표상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초등학교 운동장에 제일 많이 세워져 있는 동상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좌우에 마치 학교의 수호신처럼 늠름하게 서 있으며, 아이들은 그것을 보며, 미래의 자기를 만들어 간다. 역사를 왜 배우고 위인전을 왜 읽을까? 역사는 지나간 현재이며, 위인들의 삶을 통하여 그들의 고결한 정신과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90년대 중반에 가르친 국어책에는 신채호, 퀴리부인, 안창호, 만해 한용운, 인간 이충무공 등 5명이 소개되어 있었다. 인물들에 대한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묘사, 지나친 확대해석 내지 과대포장, 애국애족과 같은 주제의 편협성, 이로 인한 편향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 없지 않아 있었다. 위인(偉人)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보다, 진정한 爲人(사람 됨)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더욱 이순신 같은 지도자가 절실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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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