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송병화

고명재활의학과 원장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전후해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했던 적이 있다. 순우리말로 '참살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육체적‧정신적 조화를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나 문화를 의미했다. 물질적 부유함 대신 '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신적 자기만족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는 미국의 중산층이 선택했던 생활방식이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웰빙의 유행이 지나고 우리 사회에는 '로하스'(LOHAS; Lif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개인의 웰빙에 더해 후세에 물려줄 미래의 소비 기반으로서 환경보호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란다. 미국 '네츄럴마케팅 연구소'가 처음 제창한 것으로, 개인의 웰빙이 충족되니 이타적 행복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여유가 묻어나는 단어가 아닐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우리 속담도 떠오르면서 개인적인 행복 추구의 단계에서 나아가 사회적 행복으로 확대되는 느낌이라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다.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소확행'(小確幸)이 세간에 회자하기 시작한다. 이 말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것으로, 1986년 발표된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다. 그는 책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구매한 정결한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으로 소확행을 정의했다. 1997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제목으로 자신이 이미 저술했던 수필들에서 비슷한 내용을 추려 책으로 출간하면서 이 말은 세상에 더 빨리 퍼져나가게 되는데, 대만에서는 이를 비판하면서 '대확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며 일상적 미학을 찾는 유행을 만들게 되었다. 유독 우리 젊은이들이 먼저 소확행에 공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꿈을 크게 가져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라지만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나와도 취업난에 시달리고, 간신히 취직해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는 내 가족 오붓하게 생활할 작은 아파트 한 채 구매하기 힘든 세상에다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취업, 주택 구매를 포기한 젊은이)를 넘어 7포 세대(5포에 인간관계와 희망까지 포기한 젊은이)라는 말까지 나온 마당에 안타깝지만 소확행은 그들의 현실적 이상향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덴마크 휘게(Hygge), 스웨덴 라곰(Lagom), 프랑스 오캄(Au Calme) 등이 비슷한 의미라니 우리만 그렇게 살고 있지만은 않은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된다.

최근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란 말도 눈에 자주 띈다. 1970년대 영국에서 개인 업무와 사생활 사이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만들어졌는데, 잦은 야근과 계속되는 업무지시 등에 의한 과도한 업무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개인적 생활 사이의 불균형 상태를 되돌려 행복한 삶으로 회귀하자는 의미란다. 오죽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일-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 혁신 10대 제안'을 발간까지 하게 되었을까.

여기에 요즘 학생들은 '스라벨'(Study and Life Balance)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누구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고귀하신 분들의 자제들이 아닌 이상 내신도 대비해야 하고, 학생부를 예쁘게 꾸밀 장식품 등을 자력으로 구비해야 하는 동시에 수능 시험도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라이프와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머쓱해질 뿐이다.

어쨌든 실천적 방법론에 근거해 다소간의 시대적 유행을 타고 새로운 신조어가 '워라벨'의 바통을 이어받아 또다시 등장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 나서면 될 일이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