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보호의 최일선 기관

김정훈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인권이란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권리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며, 양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에서 규정하여 비로소 있는 것도 아니고, 생래적이고 천부적 권리이다. 그래서 문명국가는 인권보장을 위한 확실한 노력을 증명하기 위하여 한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서 기본권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권이 행복추구권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행복해야 하고, 행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의 개념은 다의적이고, 또 각자의 생활조건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러나 최소한으로 충족되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들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인간적인 고통이 없는 상태 내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 등이고, 이것을 정하고 있는 것이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기본권은 꼭 지켜져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되며, 가장 소중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지금은 보편적으로 기본권을 향유하지만, 이것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투쟁과 노력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지켜지고 획득한 행복추구를 위한 기본적인 인권은 지유권, 평등권, 사회권, 참정권, 청구권, 재산권, 근로권 등의 여러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자유권은 개인이 자유로운 영역에 관하여 국가권력의 간섭 또는 침해를 받지 아니할 권리를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생명이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권리이다. 평등권은 법 앞에서 누구든지 평등하여, 성별이나 종교나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아니할 권리이다. 재산권은 개인의 재산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본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받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법치국가는 기본권을 인권으로 잘 수호하기 위하여 이러한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인권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 이상의 내용이 있고, 또 범죄로 모든 인권침해의 내용을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중요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범죄화와 처벌이라고 본다. 예컨대, 개인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든지, 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재산에 대한 손해를 가하든지 하는 등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을 예고함으로써,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국가는 이러한 침해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예상되는 위험을 제거하여야 한다. 심지어 이러한 노력이 부진하다면 국민이 그 정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고 하는 저항권도 국민의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민의 인권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지켜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국가조직이 경찰이다.

경찰은 본래 그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생명과 신체의 완전성을 지키고, 재산의 사용 수익 처분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생명권과 자유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완벽하게 수호함으로써, 국민들의 인권향유와 행복추구를 보장하는 기관이다. 경찰은 국민들이 범죄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범죄가 발생하였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험으로부터 구출하고, 피해로부터 회복되도록 노력한다. 어떤 경우에는 스스로의 위험을 감수하며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6월 10일은 87년에 있었던 범국민적 민주화운동인 6.10민주항쟁 기념일이었는데, 경찰청에서는 이날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을 선포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인권행동강령은 경찰관이 치안현장에서 인권보호를 위하여 지켜야 할 행동기준을 정한 내부규칙으로, 경찰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인권적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소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심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면서 완수한다면, 더욱 의미가 깊고 시민들의 사랑을 더욱 많이 받게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