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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05 14:15:34
  • 최종수정2015.10.05 14:15:34

김민석

이념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깃발에 무언가의 이념을 써 넣는다. 최근 신당창당을 선언한 천정배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한 개혁정당을 만들겠다. 중용의 가치 아래 합리적 보수와 온건한 진보를 모으겠다. 중용은 어정쩡한 중도와는 다르다." 자타가 공인하는 개혁정치인이며 수재인 천의원의 이야기는 탈이념의 시대에 정치이념을 정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력한 개혁을 지향하되 포용적이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기회주의적이어선 안 된다.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다 충족시키려다보니 현대 한국정치에선 거의 등장한 적이 없는 중용이란 개념까지 등장한 것이다.

'개혁적 보수'로 상징되는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할 수 있다고 해온 천의원은 이번에도 개혁적인 여권성향인사들을 잠재적 협력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안보보수주의자이다. 새누리당 인사 가운데 천의원이 비판하는 새정련의 소속 의원들보다 더 개혁적인 인사가 누구인지에 들어가면 문제는 한결 복잡해지지만 적어도 '중도'가 주는 기회주의적 어감을 벗어나기 위해 '중용'을 제기하는 고뇌만큼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강력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중도개혁주의를 천명했다. 중도개혁주의는 1999년 유럽 진보주의자들의 파리선언에서 정치노선으로 공식화된 이념이다. 만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노선이 "중도냐? 개혁이냐?"고 물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는 누구보다도 의회주의와 원내투쟁을 중시했고, 심지어 원조보수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가 이끌던 야당은 역대 어느 야당보다 정부여당을 강력하게 견제했고, 보수세력과 손을 잡았던 집권기간 동안에는 우리 정치사상 가장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정책들이 가장 많이 실현되었다. 복지와 남북관계가 그랬고, 민노총과 전교조 합법화가 그랬다. 그런가하면 강력한 개혁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의 역사적 성적표는 초라했다. 개혁세력을 분열시키고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것도 문제지만, 과반의석을 가지고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4대개혁입법의 좌초야말로 뼈아팠다.

"중도개혁을 천명하며 보수세력과 손잡았던 새천년민주당과, 진보성과 개혁성을 내걸었던 열린우리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개혁성과"를 냈는지 묻는다면 선뜻 답할 수 있을까?

독일제국을 탄생시킨 보수주의 현실정치가 비스마르크의 통치기간동안 독일은 광범한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개혁과 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혁명과 사회주의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중도'라는 글자가 들어간 중도개혁주의는 본래 기회주의적인가? 중도개혁노선에서는 서민과 약자를 위해 강력히 싸우는 것이 불가능한가? 더 많은 실질적인 개혁은 과연 무엇에 의해 보장되는가? 그리고 상상해본다. 합리적인 중도개혁을 추구하는 야당세력이 더 강력하고 집요하게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모습을. 나아가 중도개혁, 심지어 보수를 내거는 정치세력들이 '기본소득실현', '평생학습보장', '단계적 증세'처럼 과감하고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으면서 기성진보정당들을 움찔하게 하기를.

역사는 항상 이념의 틀과 상식의 제약을 벗어나 현실의 요구를 과감하게 재해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세력들을 승리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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