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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19 14:26:41
  • 최종수정2015.10.19 14:26:41

김민석

한 가정의 부모들이 이혼을 했다. 거실에 걸려있던 가족사진은 그 부모들의 사이가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게 할 다른 짐들과 함께 정리되어 상자 속 깊숙이 치워졌다. 가족사진 속 또 하나의 구성원이던 어린 아들이 성장해 자신의 가정을 꾸렸고, 거기서 태어난 예쁜 딸이 어느 날 자기 아빠가 딱 자기 나이였을 때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램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진은 상자 속에 치워져, 그 후 시간의 흐름 속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바로 그 사진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손에서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만일 그 스토리가 현실에 존재하는 양쪽 집안이 두 청춘의 죽음 이후에도 화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한 쪽에 의해 기록되었다면 우리는 저주와 험담으로 가득 찬 그 기록을 통해 문학성은커녕 객관적 사실관계조차 얻어내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중국의 시안을 가면 시안사변을 일으킨 국민당 북동군 총사령관 장학량이, 후일 대만으로 쫓겨 간 국민당의 지도자 장개석을 체포하던 당시의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사진들의 대부분은 전혀 장개석의 품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들로 그의 지도자적 풍모를 그대로 담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이나 북쪽 어떤 공공시설에 상대편의 지도자 가령 김일성이나 박정희의 과거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야 한다면, 그 사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담당자는 혹 그 사진 속의 인물이 너무 당당하거나 근사해 보이는 것 아닌가 잠시나마 고민하게 될지 모른다. 차라리 어떤 사진이건 전시하는 것 자체를 가급적 피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김정은에 의해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그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시점의 궁색한 모습이 아닌 한창때 사진을 북한의 공영매체나 기록에서 찾기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현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대척점에 서 있던 장개석의 항일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높이 평가하는 영화가 상당한 대중적 관심을 모으며 상영되었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던 등소평이 모택동의 업적을 '공이 과보다 크다'고 정리했듯, 국민당과 장개석에 대해서도 평가해줄 대목은 평가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볼 정도의 여유와 미래를 위한 전략적 관용이 현 중국지도부에 생겨나지 않았다면 그런 영화의 상영이 허용되기는 어려웠으리라.

앞에서 본 이야기들은 경우와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어떤 집단이든 지나간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균형 있게 평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 과거에 긴장과 갈등이 있었을 경우엔 더욱 더 그렇다. 역사를 다룸에 있어서 정부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정하는 것보다는, 과거에 접근하는 다양한 스토리들을 허용하되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식적 기준선을 지키도록 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온 나라들의 숫자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여러 시기의 권력을 다룬다. 그래서 민주국가에서 권력은 역사의 서술자가 아니라 평가대상일 수 밖에 없다. 역사교과서논쟁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보관해야 할 많은 사진들과 그 사진 속 주인공들 이야기들의 전체모습을 상대적으로 가장 덜 훼손시키는 방법과 지혜. 그것이 이번 문제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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