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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이야기 - 고운소리 가요봉사단

마음 열지 않던 노인 "언제 또 와?"

  • 웹출고시간2013.01.13 18:26: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꽃 지는 뜰에 햇빛도 그윽해라'

뜰에 꽃들이 풍성히 깔리니 그곳에 햇살이 가득 모였나보다. 최인호의 소설 '길 없는 길'에서 경허 스님이 뜰 앞 나무마루에 걸터앉아 홀로 읊조린 말이다.

건물 계단을 오르자, 노래 소리가 벽에 부딪혀 울려왔다. 문을 열자, 꽃들이 일제히 터진 것처럼 환해진다. 은발의 할머니들은 휠체어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웃고 손뼉을 친다. '고운소리 가요봉사단' 이금재 단장은 "처음 노래봉사를 왔을 때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귀만 열었지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저 우리들이 노래하는 모습만 바라보기만 했다. 한 번 두 번 오니, 이제 반응을 보이신다. 노래 장단에 맞춰 박수도 치고 어깨도 들썩인다. 변화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고운소리 가요봉사단이 결성된 것은 2007년 겨울이었다. '한경수 음치클리닉'에서 만난 노래교실 회원들이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하자며 마음을 모았다. 그때 모인 회원들은 20여명. 고운소리 가요봉사단은 희락원, 현도 소망의 집, 행복의 집, 꽃동네, 외국인 보호소, 돌봄의 집, 우암시니어클럽, 노인복지회관, 참사랑 병원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노금용 부단장은 "그저 노래가 좋아 노래교실을 갔다 봉사활동을 해보니 또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 봉사를 와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돌아갈 즈음에 한 노인분이 '언제 또 와?'라고 물어보더라. 그 눈빛을 잊지 못해 늘 다시 찾게 된다."라고 말한다.

노부단장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잠시 돌봐주는 위탁모로도 활동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다섯 달 동안 아이를 맡아 기르는 '단기 엄마'인 것이다.

그녀는 "4명의 아이를 위탁해서 맡았다. 정이 든 아이를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아이를 맞이할 때마다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다."라고 고백한다. 선천적으로 그녀의 핏속에는 봉사 DNA가 있었나보다. 사회를 주로 보고 있는 이선예 봉사자는 "무언가 세상에 빚진 것 같았다. 그래서 봉사를 시작했는데 병원에서 우리들의 노래를 듣고 아이들이 미소 짓고, 아픈 노인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해주면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는다."라며 밝게 웃는다.

꿈꾸는 요양원 차은선 실장은 "고운소리 노래봉사단은 일종의 행복 바이러스다. 노래를 통해 요양원에 있는 환자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있다. 처음에 입원해서 웃음을 잃었던 분들도 노래봉사단이 부르는 신나는 노래와 행복한 미소를 경험하면 함께 미소하고 함께 어깨춤을 춘다. 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흡족해 했다.

무대에서 막 '달타령'을 부르고 내려오는 김춘길 봉사자에게 왜 봉사를 하는지 묻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봉사는 무슨 봉사라고..."라며 손사래를 친다. 회원들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어떤 봉사자는 자신의 집 지하실을 연습실로 제공하고 어떤 봉사자는 언제나 앞장서서 차량봉사를 한다.


이금재 회장은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오히려 배우고 도움을 받는 것은 우리들이다. 희락원에 갔을 때, 한 노인환자분이 큰 절을 3번이나 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때 우리가 하는 봉사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느꼈다."라고 말한다.

"아무 힘도 들지 않는 그 한 마디가 쉽사리 삶의 고통에서 구해준다. '죄송해요' '미안해요' '고마워요'라는 이런 말은 일상생활에서의 동전처럼 항상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더욱 필요한 것이다."

'북경에서 온 편지'에서 펄벅이 한 말이다. 비록 치매에 걸린 노인의 말이었지만, '고맙다'라는 그 한 마디는 자신의 귀한 시간을 쪼개어 노래 연습을 하며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와준 고운소리 봉사단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위안을 줄 것인가.

※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043 국번 없이 1365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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