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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촛불봉사회'

자신의 시간(時間)을 태워 세상의 불을 밝혀

  • 웹출고시간2012.09.16 18:02: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식탁은 있지만, 의자는 필요 없는 식당은?'

무슨 넌센스 퀴즈일까. 정답은 바로 중증장애인을 위해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주고 있는 '무료급식소'의 모습이다. 다리가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대부분 전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따로 앉을 의자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중앙공원 근처에 충청북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점심 무료 급식소'가 있다. 무료 급식소는 약 10평 정도의 비좁은 곳이지만, 하루에 약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지만,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불판 앞에서 국과 밥을 퍼서 나르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점심봉사를 합니다. 수요일에는 어린이재단 복지관에서 밑반찬 봉사를 해요.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등 영운, 금천, 용암지역까지 약 40여 가구에 밑반찬을 가져다주죠."라고 말하는 사람은 촛불봉사회 이온유 회장이다.

점심 무료 급식소 입구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움이 더해지는'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무슨 뜻일까? 장애인 자립상담소인 '수레바퀴' 김용국 소장은 "우리 장애인들의 한(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나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아픔이 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움이 더해지는 삶'을 우리는 꿈꿉니다."라며 "2009년 7월 '중증장애인 점심 무료급식'사업을 발의해서 2010년 1월부터 이곳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개설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곳에서 촛불봉사회는 매주 화, 목요일 점심봉사를 하고 있다. 김소장 역시 하반신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모두가 고마운 분들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점심봉사를 해주는 그 분들의 손길을 잊지 못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김소장은 "지금 식사하시는 분들은 1차로 오신 것"이라며 "현재 장소가 비좁아 중앙공원에서 2차, 3차 대기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한여름에는 어떻게 선풍기 한 대로 식사를 하나요?" "이것만해도 행복합니다. 우리에겐 식사가 끝나면 천연에어컨이 있죠." "천연에어컨요?" "네, 중앙공원의 숲이 천연에어컨입니다." 그 말에 기자도, 김소장도, 식사하고 있던 장애인들도, 봉사대원들도 일제히 환하게 웃는다. 덕분에 더위가 한 순간 날아가 버렸다.

촛불봉사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2009년 10월경. 이온유 회장은 "우리는 모두 15인승 버스나 25인승 버스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처음에는 '아름다운 만남'이란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뭔가 뜻 깊은 일을 하자고 의견이 모아져 시작한 봉사가 지금까지 이어온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푸드뱅크'사업. 각자 차량을 소유하고 있기에 음식을 나르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 회장은 "푸드뱅크에서 지원하는 가정은 보통 어려운 환경의 분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거환경이 좋지는 않았어요. 거의 달동네 같은 곳이 많았지요. 겨울에는 골목길에 차가 못가니 그 무거운 음식들을 맨손으로 들고 집집마다 찾아 다녔어요."라고 말한다. 한차례의 식사가 끝나자, 대기 중이던 장애인들이 몰려오고 다시 부산해진다. 촛불봉사회 총 인원은 모두 26명이지만 시간이 허락되는 5~6명이 참석한다. 모두 유치원이나 대형 학원차량을 몰고 다니는 여자 기사들이다.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대형버스를 당당히 몰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봉사의 현장에 자신을 헌신하는 그들이 바로 '촛불봉사회'다.

자신의 몸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의 귀한 시간을 태워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빛을 밝혀주는 그녀들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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