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9.23 17:56: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하나님의 말씀처럼 이 땅에 작은 밀알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봉사회가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저희들이 봉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받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그분들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의 불씨를 담아오거든요."

청주의료원 밀알봉사회의 박정순(65)회장은 조심스러워 했다. 한 일도 별로 없다며 자꾸만 숨어들었다. 하지만 밀알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왜 그들이 '세상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이었는지 알게 된다.

"어느 날 TV를 보다 3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누군가의 각막 기증으로 눈을 뜨는 장면을 보았어요. 제일 먼저 아내를 찾고, 자식을 찾아 만져보고, 부모님을 찾더군요. 평생을 보지 못했던 실체를 확인하는 그 놀라운 축복을 보고 저도 결심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박흥송 봉사자다. 그리고 그녀는 즉시 '장기기증운동본부'로 전화를 걸어 장기기증 약속을 전했다. 박흥송 봉사자의 아들은 최근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주인공 윤석현을 맡았던 탤런트 이진욱씨다. "아들 뿐 아니라 전 가족이 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썩어 없어질 몸인데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라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후, 내 몸을 더욱 소중히 가꿉니다. 누군가에게 갈지도 모를 장기라고 생각하니 더욱 소중해지더군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두드린다.

밀알봉사회의 감초는 단연 박승희 봉사자. 그녀는 늘 웃는다. 그래서 건강해 보인다. 그녀는 "제가 의료원에서 줄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맛있는 요플레다."라며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한 것이죠. 병상에 있는 환자들에게 '반드시 건강해 질 것'이라는 확신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라고 힘차게 말한다. 그녀의 건강함은 참 사랑으로 이어졌다. 몇 년 전 아들 손하진 군이 백혈병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대병원에서 3일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일부러 아프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더군요."라며 "내 고통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에 참았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또한 박정희 봉사자는 "큰 뜻은 아닙니다. 우리들이 하는 작은 봉사로 인해 삶이 행복해졌어요. 봉사란 막상 해보지 않고는 느껴볼 수 없는 그런 기쁨이 분명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밀알 봉사회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90년 초, 청북교회의 봉사단체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박성자 회장을 주축으로 3년 정도 청주의료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봉사활동 내용은 '안내봉사' '의무 기록지 이동' '환자복 수선' '거즈 접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박정순 회장과 박용순 총무를 중심으로 '거즈 접기'와 '병동 상담'이 주 봉사활동이다. 현재 회원은 약 20여명이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5시간 20여명의 회원이 요일마다 조를 편성해 봉사활동을 한다.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명숙 봉사자는 "열심히 하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 줄 수 있는 데까지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미 어른임에도 스스로 낮추며 '성숙한 어른'이 되려고 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봉사의 생활이 깊어가면서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밀알 봉사회의 기둥은 역시 박정순 회장이다. 18년 동안 묵묵히 봉사회를 지켜온 산 역사인 까닭이다. 박회장은 "제가 안내 데스크에 늘 있으니까 어느 날 한 환자 가족이 제게 '그렇게 매일 나와 있으면 집에서 뭐라 안 해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전 '남편이 매일 태워다 주는 걸요? 남편이 안태워다 주면 여기 못 옵니다.'라고 말해줬어요."라고 말한다. 길게 변명할 필요가 없었던 우문현답이었던 것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