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박정규 자원봉사가족

'아직 터지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리'

  • 웹출고시간2012.08.12 18:21: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정규 자원봉사가족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안도현 시인의 詩 '땅'이다. 수중에 단 한 평의 땅도 가진 것이 없지만, 시처럼 아름다운 마음의 유산(遺産)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박정규 자원봉사자다. 그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다. 큰 아들 박종필(보은자영고, 3)학생의 누적 자원봉사시간은 1,062시간이다. 막내 딸 지현(용암초, 6)은 815시간이다. 박정규 봉사자는 2,730시간, 온 가족의 봉사시간을 합하니 무려 4,607시간이다.

박정규 봉사자는 2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12살이 되면서 아버지가 재혼하자 가출했다. "집을 나와 무작정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도착한 역이 서울 용산역이었다. 용산파출소로 들어가 사정사정해 넉 달을 먹고 자며 잔심부름을 했다. 그러다 처음 취직을 한 곳이 식당이었다."

세상은 고달팠다. 신문배달, 자장면 배달과 설거지, 양계장, 공장인부, 막노동 생활을 이어갔다. 아픈 과거와 어려운 삶에서 그를 구원한 것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였다. 그는 "공장에 다닐 때였다. 함께 공장을 다니던 동료의 어머니가 틈만 나면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하러 다녔다. 호기심에 따라가 보았다. 장애인과 노숙자들이 있는 곳이었다."라며 "그들을 돌보기 전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다 보니 내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들이 서서히 녹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 내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봉사는 놓지 않았다. 봉사는 나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청주로 돌아와서도 그의 봉사활동은 이혈봉사대 박원배 회장을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박원배 회장은 "엄마 없이 아이 둘을 키운다. 그러면서도 봉사에 늘 빠지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다. 몸이 불편해도 내색도 하지 않고, 늘 앞장서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두 아이까지 함께 봉사를 한다."라고 말한다. 박정규 봉사자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은 봉사하는 것을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봉사에 참여하니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며 "비록 내가 가진 것은 한 푼도 없지만, 아이들에게 우리보다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고 살아야 하는 법을 알게 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봉사하는 박정규씨 자녀들.

큰 아들 박종필(보은자영고, 3)군은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은 우리 생활의 일부였다."라며 "때론 아버지의 봉사활동이 불만스럽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 때, 아버지는 봉사활동만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봉사를 해보니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그런 직업을 갖고 싶다."라고 말한다. 막내 딸 지현이는 "토요일이면 친구들과 놀러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봉사하러 가서 어른들에게 국수도 나르고 청소도 하면 어른들이 '참, 착하네.'라고 칭찬해주신다. 그때 정말 기분 좋다."라며 활짝 웃는다. "봉사활동만 열심히 하는 아빠가 원망스럽지 않냐·"고 묻자, 지현은 "아니다. 아빠가 자랑스럽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자원봉사센터 김민호 팀장은 "박정규 자원봉사자를 볼 때마다 봉사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저 자신에게 묻는 계기가 된다. 그분의 객관적인 환경은 누구보다 어렵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환경을 '사랑'이란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가족 단위 봉사는 자녀에게 인성과 적극성을 길러주면서 부모와의 유대도 더 깊게 해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정규 봉사자는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아직 터지지 않은 아름다운 꽃씨'를 두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