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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청주 푸른봉사단'

"몰라, 뭘 알고 해? 마음이 시켜하는 거지"
세상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들

  • 웹출고시간2012.08.26 18:23: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체장애인 아이 둘이 매일 우리 집에서 연탄과 라면을 사갔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며칠을 안 내려오는 거야. 그랬더니 마누라가 가보라고 해서 가봤더니 참……기가 막혔지. 장애아이 17명이 추운 골방에서 떨떨 떨고 있어. 사장은 도망가 버리고. 그래서 우리 집으로 모두 데려와 먹이고 재웠어. 우리 두 식구는 그 뒤로 봉고차에서 생활했어."

감색 중절모를 옆에 가지런히 놓은 노신사, 말은 어눌하고 느렸지만 기억력은 누구보다 또렷하다. '88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였다.

"봉고차에서 우리 내외는 10개월을 잤어. 남들이 보면 이상하겠지만, 우리 애들 4명과 처남 아이 2명, 그리고 장애아 17명 이렇게 23명이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어."

허가 낸 고아원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이 불쌍해서 무조건 데려와 먹여주고 재워주며 자식처럼 키웠다. 무려 10년이었다. 이 노신사가 바로 푸른 봉사단 선은식(64)회장이다. 그는 푸른 봉사단을 94년 창단했다. 푸른 봉사단은 세상을 푸른 마음으로 보고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마음에서 만들어졌다.

푸른 봉사단 김진영 총무는 "선회장님이 먼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각 동네 통마다 1명씩 있던 '환경지도원'들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 만들게 되었다. 처음은 12명으로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푸른 봉사단 선회장은 "78년 버스기사로 있을 때, 빙판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임종도 보지 못했다. 가슴에 한이 되었다. 노인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효도관광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눈망울에 회한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게 푸른 봉사단에서 시작한 '효도관광'은 소문이 나면서 규모가 커져갔다. 회원들은 폐지와 병, 고철을 주워 모았다. 1년 동안 모은 돈이 무려 2천만 원이었다. 그 돈으로 처음 공주 수덕사로 500명의 노인을 모시고 13대의 버스로 출발했다. 장관이었다. 그 후 내장산 효도관광 때에는 800명을 모시고 떠났다. 지금까지 총 20여회의 효도관광을 마쳤다.

99년부터는 올해로 13년째 노인들을 위한 목욕봉사도 하고 있다. 독거노인인 서정권(84, 금천동)씨는 "요즈음 자식들도 함께 목욕 안 가려고 하는 세상이다. 씻겨주고 데려다주고 식사까지 대접하는 푸른 봉사단은 정말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이종범(57)행사부장은 "처음 봉사를 시작하면서 상당구에 거주하는 노인 500여명을 모시고 문경석탄박물관으로 효도관광을 떠났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다."라고 말한다. 건축업을 하는 푸른 봉사회 박수규(54)팀장은 선회장의 권유로 입단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봉사단에 가입하지 않고 2년 동안 트럭에 음식물을 싣고 봉사버스를 따라가는 일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푸른 봉사단의 봉사활동에 나도 모르게 스며든 거죠. 가식이 없는 진짜 봉사 단체거든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올해도 전라도 장수에 20명의 회원이 농촌일촌봉사를 비롯해서 4월에는 자녀들을 동반해 사과농장봉사도 다녀왔다. 지난 7월에는 43명의 독거노인을 모시고 여수엑스포를 견학했다. 지난 주말에는 충북유아원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 체험학습을 위해 차량이동봉사를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 회장에게 물었다.

"왜 남을 위해서 사세요?"

"몰라, 뭘 알고 하나? 마음이 시켜서 하는 거지."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함께 고생하는 봉사단원들의 어깨를 도닥이며 뚜벅뚜벅 다시 봉사현장으로 걸어가는 선회장의 뒷모습이 무척 든든해 보였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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