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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에비수 커트사랑봉사회

청주 중앙공원서 6년째 미용 봉사
"부모님 대하는 마음으로 머리손질"

  • 웹출고시간2012.06.21 19:50: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소외된 지역과 사람들을 위해 수고하는 자원봉사의 힘은 우리 사회를 지켜가는 진정한 에너지다. 충북의 구석구석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손길이 미치고 있다. 본보가 이번에 기획한 '아름다운 자원봉사이야기' 코너는 이 같은 소중한 사연을 심도있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딱딱한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에서 벗어나,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네러티브 저널리즘' 방식으로 한층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당신들이 있어 따뜻합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유월이지만 중앙공원의 아침나절 공기는 서늘하고 청명하다. 수백 년 된 고목이 그늘을 드리우고 은빛 갈대처럼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가득하다.

"커트 하실 분 오세요!"

젊은이가 노인들이 앉아 있는 벤치 사이를 돌며 외친다. 언뜻 미용업이 야외로까지 진출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중앙공원 관리소 앞 등나무는 이미 이 호객행위자(?)들의 고정석이 된지 오래다. 노인들은 젊은이를 따라오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등나무 벤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세 줄로 늘어선 등나무 벤치는 자연스럽게 앞쪽 벤치부터 차례로 순서가 된다. 젊은 청년 2명과 아가씨 1명이 익숙한 듯 허리에 작업용 띠를 두르고 은발의 노인 머리를 한차례 쓸어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쓱쓱' 가위질을 한다. 아래쪽 머리는 소위 '바리깡'으로 익숙하게 올려친다. 이들은 바로 6년 전부터 꾸준히 중앙공원 등나무 벤치에서 노인들을 위한 '미용 봉사'를 하는 '에비수 중앙봉사회'였다.

머리 커트를 마치고 옷에 묻은 머리카락을 툭툭 털던 이영석(남, 78)씨는 "한두 번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오래하긴 힘들어. 이 사람들은 꾸준하게 머리를 깎아주거든. 봄, 여름, 가을과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에는 어김없이 이 장소에서 우리 머리를 깎아줬어. 고맙지 뭐."라며 중절모를 고쳐 쓰고 공원 한가운데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앞치마를 둘렀지만, 노인들의 은빛 머리카락은 봉사자들의 검은 티셔츠에 묻어 햇빛에 반짝거린다. 하지만 젊은 미용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성안길에 있는 에비수 헤어 현규점 김현규(33)대표. 그는 "한 6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에비수 커트사랑봉사회 유봉렬 회장님이 만들었지요. 에비수 헤어 재교육센터에서 배출된 미용사들이 실습도 하며 노인들을 위해 무료봉사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거죠."라며 "늘 내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머리 손질을 합니다. 오히려 어르신들이 머리를 깎으면서 저희들에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때 한 노인분이 자전거를 타고 급하게 달려온다.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박카스였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내 왔는지 병마다 물기가 배어 있다. "고마워. 더운데 젊은 사람들이 수고가 많아요."라며 총총히 사라진다. 공짜로 깎은 머리가 못내 마음에 걸렸나보다. 바닥에는 은빛 머리카락이 쌓여간다.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는 사람은 '에비수 커트사랑 봉사회' 유봉열(42)회장이다. 그는 "미용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직업정신'입니다.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스스로 그 일에 몰입하게 되면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집니다. 봉사활동은 그 마음을 담기에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라며 "봉사를 하면 할수록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이 변하니 진정한 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공원 등나무 아래의 정겨운 야외 미용실. 오전 내내 깎아낸 머리카락이 산처럼 쌓였다. 봉사자들의 옷은 온통 하얀 머리카락으로 가득했지만, 얼굴에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오늘 커트한 노인들만 대략 100여명이다. 미용도구와 앞치마를 챙기던 정다운(25, 남)봉사자에게 "다운씨, 오늘 복지관 가는 날입니다. 같이 가는 사회복지사가 꽤 예쁘던데, 다른 곳으로 새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자 모두들 한바탕 웃어댄다. 정다운 봉사자의 얼굴이 금방 홍시처럼 붉어졌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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