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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실버 트리오 봉사회

봉사로 맺어진 아름다운 우정(友情)

  • 웹출고시간2012.07.08 19:00: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단비가 내렸다. 가뭄으로 온 대지가 거북등처럼 터져나가던 뜨거운 한 달이었다.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비가 오신 것이다.

청주노인복지마을 뒤쪽에는 길게 난 산책로 사이로 국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을 흠뻑 머금은 어린 국화들은 신이 난 듯 몸을 흔든다.

"참 고마운 단비입니다. 이번 비로 대부분 해갈이 되었을 것입니다. 가을 국화전시회 때 멋지게 꽃을 피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작은 꿈을 심어 줄 것입니다."

국화를 어루만지는 손길에는 정이 듬뿍 배어 있다. 이들은 유명한 '실버트리오 봉사단'이다.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봉사의 열정은 20대 부럽지 않다. 실버트리오의 맏형 격인 오정근(78)봉사자 그리고 장기원(76), 김학수(72)봉사자가 그들이다. 이들의 인연은 78년 청주농고에서 함께 교사로 근무하면서였다. 그때의 인연이 노년에 이르러 봉사의 삶으로 열매 맺고 있는 것이다.

청주노인복지마을 박현주 관장은 "10년 전, 복지마을 개관부터 아주 특별한 봉사를 시작하셨어요. 바로 국화재배였지요. 세 분이 주최가 돼서 아무런 지원도 없이 노지에서 국화재배를 하셨습니다."라며 "그해 가을 소국, 대국, 목부작 등 다양한 형태의 국화를 피워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호응이 좋았어요. 그 수익금으로 결손가정의 학생들과 독거노인을 도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국화재배반이 지금 10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김학수 봉사자는 "각자 퇴직을 하고서도 모임을 만들었는데 동료였던 오정근 선생이 우리에게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해요. 그렇게 '실버트리오 봉사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국화에 필요한 거름을 얻기 위해 산에 올라 부엽토를 자루에 담아서 직접 노인복지마을로 옮겼다. 오정근 봉사자는 "부엽토를 채취하다 안경을 잃어버렸는데 그 이듬해 다시 부엽토를 퍼내다 안경을 찾았어요."라며 껄껄 웃는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었지만, 살짝 상처가 난 안경에서 그분들의 수고가 느껴졌다. 국화만이 아니었다. '실버트리오'는 공한지에 옥수수, 강낭콩, 고구마, 무를 심어 마련한 금액과 국화전시를 통해 판매된 수익금을 합쳐 불우한 이웃과 독거노인에게는 반찬봉사를,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현재 '실버트리오 봉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10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이면 일가(一家)를 이룰만한 경지가 아니던가. 그 십년을 고스란히 봉사의 삶으로 채워온 것이다.

'실버트리오 봉사회'는 청주노인복지마을을 시작으로 성모병원, 충북육아원, 고인쇄박물관, 청주국립박물관, 내덕노인복지관, 청주시 안전공사, 충북재활원, 프란시스코 작업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기원 봉사자는 "고인쇄박물관에 견학을 온 일본의 차관급 인사가 '직지가 세계 최고(最古)'라며 인정해 줄 때 보람이 있었어요."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0여년 빠른 우리나라의 직지를 설명하니 가슴을 펴고 자부심을 갖는 아이들을 보며 자원봉사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부슬비가 내리는 국화작물반 비닐하우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카메라 렌즈에 잡힌 '실버 트리오'의 미소가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따스하고 고마웠다. 정작 국화를 꽃피우는 에너지는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에서 절로 솟아오르는 그 미소가 아닐까.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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