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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 이야기 - 금잔디 봉사회

"삶의 에너지를 담아가는 충전소"

  • 웹출고시간2012.10.07 17:44: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벽면에 설치된 TV를 관람하는 노인들은 오고가는 외부인에 무심하다. TV화면으로 빨려들어 간 눈길은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한다. 화석처럼 모든 동작이 정지된 느낌이다. 로비를 지나 복지관 식당 통로로 접어들자, 떠들썩한 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려나온다. 갑자기 정지됐던 화면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다시 움직이는 것처럼 생기가 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하얀 습기가 안경을 덮쳐온다. 습기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대원들의 모습이 안개 속의 금잔화처럼 하나씩 피어난다. 그때 빨간 고무장갑을 벗고 커피 두 잔으로 손님을 맞아주는 사람은 금잔디 봉사회 송태순(62)회장이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봉사대원들이 많아요. 배식인원이 제일 많은 날이거든요."

오늘 배식인원은 무려 500여명. 20여명의 봉사대원들은 오전 9시까지 11시까지 점심준비로 분주하다. 설거지까지 마치면 대략 오후 1~2시정도다. 금잔디봉사회의 구성은 독특하다. 보통 이곳 노인복지회관에서 월 8회(일주일에 2번)정도 점심봉사를 하는 것이 전부지만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봉사회에 속해 봉사활동을 한다. 금잔디 봉사회는 2008년 4월 조직되었다. 처음 20여명의 회원이 3년 만에 무려 8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니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것이죠. 내가 물질적으로 혜택을 받지는 않지만, 자원봉사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담아가는 충전소랍니다."

삶의 에너지를 담아가는 충전소라니. 너무나 멋진 표현 아닌가.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쏟아 부었더니 삶의 에너지가 저절로 솟아난다 했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에너지 충전소가 금잔디 봉사회란다. 봉사회의 구성은 주로 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간간히 남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뭐, 저희들은 허드렛일을 하고 있어요."

남자 봉사대원 김경태(53)총무가 손에 든 연분홍 고무장갑을 흔든다. 그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청주시 시의원을 지냈다. 그가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송회장과 뜻이 잘 맞았지요. 주로 차량봉사와 여성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자, 가을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그의 얼굴에서 넘실거린다. 또 다른 남자 봉사회원인 김진수(61)총무를 만났다. 유난히 하얀 얼굴이 인상적이다. 그는 "뒤늦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갑니다. 어르신들이 식판을 반납하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정말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런 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고 말한다.


배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어지는 행렬은 끝이 없었다. 노인복지관에 매일 온다는 박순녀(81)할머니는 "집보다 여기 음식이 더 맛있어. 매일 이렇게 수고하는 봉사자들이 고맙지. 세상이 많이 좋아졌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말한다. 그때 "왜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라고 기자에게 호통을 치는 할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서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라며 재빨리 자리를 비켜드렸다. 어르신들의 지정석을 차지한 모양이다. 옆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던 한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이곳에 오는 사람 중에는 치매환자들도 많아. 그러니 젊은이가 이해해요."라며 위로한다.

배식의 행렬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500여명의 긴 행렬의 옷차림이 가을빛을 닮았다.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덕분에 그들의 얼굴에 가을꽃이 활짝 피었다. 금잔디 봉사대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어르신들의 미소에 삶의 에너지를 마음껏 충전해 가는 것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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