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시간이 머무는 땅에 청산백운(靑山白雲)이다. 미지의 숲에 푸른 산과 흰 구름이 함께 한다. 처음 본 천년송의 위용이 남다르다. 보랏빛 좀작살나무 열매가 신기하다. 푸른 산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킨다. 그저 흰 구름이 자리를 옮긴다. 상고암 가기 직전 풍경이 기묘하다.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병풍처럼 이어진다. 선사시대부터 쭉 이어진 절경이다. 문명의 시간이 비켜간 풍경이다, 멀고도 낯선 시간속이다. 산은 쉼 없이 역사 속에 든다. 변함없이 기개를 유지한다. 자연의 속도와 시간표에 순응한다. 지는 해가 붉은 노을로 인사한다. 온종일 빛을 받아낸 대지가 빛난다. 간만에 내 얼굴 본 바람이 신난다. 시간이 기분 좋게 흐른다.
[충북일보] 비밀처럼 숨어 있던 가을을 본다. 소박하게 물든 단풍잎 하나가 눈에 띈다. 굴참나무 잎이 가지에 매달려 대롱거린다. 차마 잎을 다 떨구지 못한다. 상고암 길목에서 찾은 가을이다. 속리산이 짙은 가을 색을 벗는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숲이 촉촉하다. 늦은 단풍 하나가 더욱 선명하다. 못 볼 줄 알았는데 기대 밖의 행운이다. 더 깊게 숨은 가을을 찾아 든다. 늦가을의 주인공들이 어엿하다. 찌푸린 날씨 탓에 사위가 어둡다. 구름이 젖히니 금방 눈이 올 기세다. 급격하게 내려간 기온이 가을을 쫓아낸다. 몇 안 남은 잎들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가는 계절이 켜켜이 쌓인다. 하나 둘 쌓인 낙엽이 계절의 도서관이다.
[충북일보] 산중이라 해가 늦게 든다. 날씨가 점점 차가워진다. 나뭇잎들이 힘을 잃고 떨어져 뒹군다. 가지에 걸린 잎이 바람에 사각거린다. 단풍이 진 속리산은 완연한 겨울 색이다. 물 머금은 숲에 침엽수 향이 가득하다. 저수지를 감쌌던 오색물감이 물속에 든다. 묵납자루 무리가 내 집 삼아 들랑거린다. 법주사 주변 수로엔 버들치가 한 가득이다. 저 멀리 바위틈에 뿌리 내린 소나무가 확연하다. 가쁜 호흡으로 한참을 오른다. 상고암 10층 석탑 앞에 선다. 합장을 마치고 전망대에 오른다.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풍경이 병풍 같다. 청법대가 청아한 목탁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층층이 달린 법주사 풍경소리가 맑다. 바람 속에 겨울소식이 담긴다.
[충북일보] 날씨가 흐리다. 반쪽의 정이품송이 애처롭다. 오리 길 옆 나무들이 잎을 떨군다. 법주사 일주문에 발을 디딘다. 호서제일가람을 읽는다. 무소유를 가르치던 큰 스님을 떠올린다. 비로봉 아래 상고암을 찾아 나선다. 늦가을 저수지 풍경이 여전히 아름답다. 차마 떨구지 못한 나뭇잎 하나가 애처롭다. 스스로 버림이 참으로 어려운 가보다. 세심정까지 굽이굽이 곡선길이 참 예쁘다. 산길이 열린다.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길이다. 상환암 길을 버리고 비로산장 길을 따라 간다. 자욱한 안개가 신비감을 더한다. 피안의 세계를 향한 다리를 건넌다. 명정한 마음으로 불이문을 건넌다. 마침내 상고암에 다다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충북일보] 저무는 계절이다. 호젓함이 늦가을과 잘 어울린다. 인적 드문 숲길이 고요를 선물한다. 적막한 고요 속으로 호젓하게 걸어 들어간다. 비로소 생각이 자리 잡을 틈이 생긴다. 도저한 사유의 시간이다. 가을 여행에선 가을 자체가 목적이 된다. 곳곳에서 가을이 데려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겹겹의 색깔이 아직은 호화롭다. 노란 은행나무가 여전히 황홀하다. 붉은 단풍과 억새의 은빛 솜털이 충만하다. 늦가을 넘치는 선물이다. 풍경과 생각이 제대로 어우러진다. 꿈만으로도 가을 여행이 이미 시작된다. 주변 곳곳에 풍경이 내려앉는다.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슬며시 내려놓고 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만추(晩秋)다.
[충북일보] 새삼 감탄이 터져 나온다. 경관 앞에 마주서는 게 쉽지 않다. 자연에 대한 경외여서 주눅 들기 쉽다. 진즉에 많이 봤어도 항상 어렵다. 늦가을 기기묘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가 온통 붉은 빛으로 빛난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황금빛을 두른 거대한 놀이 신비롭다. 느닷없이 나타난 석양은 충격적이다. 붉은 덩어리가 지평선 아래로 숨는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댄다. 풍경이 다시 어두워진다. 황량함을 드러낸다. 일상과 멀리 떨어진 낯선 풍경이다. 어둠 속 봉우리가 공룡의 이빨처럼 날을 세운다. 거칠게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한다. 어둠이 점점 더 짙어진다. 고즈넉한 절집에 평화가 깃든다.
[충북일보] 눈 깜박이면 지나는 찰나의 삶이다. 탄지의 시간마저 부족하다.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뭐든 못할 게 없다. 험산 오르고 먼 강 건너는 일은 애씀도 아니다. 온전한 코 호흡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시끄럽거나 더러운 모습이 없다. 풍경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다름과 다름이 멋진 조화를 빚어낸다. 여태 지지 않은 꽃 한 송이가 반긴다. 보행법을 바꾸니 많은 게 달리 보인다.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갖가지 사연을 품고 간다. 때론 고통을, 때론 행복을 전이한다. 지나온 길마다 시간의 퇴적물이 쌓인다. 길에서 다시 길을 본다. 다시 그 길에게 길을 묻는다. 길은 그렇게 영원토록 이어진다. 가을날의 도저한 사유 덕이다.
[충북일보] 가을은 시간이 빚어내는 풍경의 향연장이다. 숲은 초록에서 갈색으로 색을 바꾼 지 오래다. 활엽수 군락지는 어느새 금빛 풍경 지운다. 시간에 따라 모습이 제각각이다. 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다른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본다. 늘 보던 나무 한 그루가 낯설다. 그동안 보지 못한 무엇이 새롭게 보인다. 하찮은 풀잎 하나가 찬란하게 빛난다. 달리 보니 달리 보인다. 측면의 여유가 주는 선물이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다. 걷는 동안 명상과 사유를 즐긴다. 주변 풍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시간의 깊이까지 가늠해 본다. 제대로 오래보니 깊이마저 느낀다. 지금 여기가 아닌 퇴적의 시간을 살핀다. 어둠이 내린 고요를 즐긴다.
[충북일보] 후드득 은행나무 잎이 떨어진다. 도심 가로변이 노란 물결로 환하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중앙공원 압각수 밑이 노란 눈밭이다. 운천동 은행나무에선 노란 꽃비가 내린다. 깊어가는 가을 길을 걸어간다. 고향의 고샅길은 여전히 설렘이다. 감나무 가지에 하나 남은 홍시는 엄마의 마음이다. 푸른 하늘과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마른 나뭇잎이 사각 소리를 낸다.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 밟는 소리다. 은행잎이 바람결에 날린다. 고샅길을 따라 쭉 걸어간다. 저 멀리 은행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다. 잎으로 무거워진 몸을 하나씩 떼어놓는다. 주변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다. 버림으로 다시 아름다워지는 순환이다. 가을 속에서 겨울을 본다.
[충북일보] 숲길이 끊어지면 산길이 나타난다. 산길이 희미해지면 고샅길을 지난다. 고샅길조차 막히면 논두렁, 밭두렁을 길 삼아 간다. 이 가을 깊숙이 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뀌고 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고즈넉하다.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풍경길이다. 가을걷이 끝난 빈 논은 다시 채워진다. 파종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벌써부터 새봄을 기다리는 푸른 농심을 느낀다. 서쪽 하늘의 까치놀이 아름답다.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시선을 잡는다. 여덟팔자를 이룬 비행이 장관이다. 간간히 청둥오리의 비상도 눈에 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물결이 새 희망을 준다. 발길에 밟힌 낙엽이 소리 내 운다.
[충북일보] 청남대가 오색으로 물든다. 가을비 맞은 단풍이 한층 더 곱다. 농염한 눈빛으로 유혹한다. 단풍앓이로 신열이 난다. 유난히 붉은 당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청남대 길 곳곳이 절경이다. 주변 산도 오색 단풍으로 물든다. 신록의 푸름이 어느새 알록달록이다. 그림 같은 단풍 산을 펼친다. 절묘하게 어우러져 청남대를 빛낸다. 온몸으로 만추의 홍엽을 보여준다. 단풍물 짙게 든 청남대 풍경이다. 단풍터널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이어지는 색깔묘기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살아있음을 고맙게 한다. 단 한번일지라도 타오르고 싶다. 마음 저 밑이 먼저 붉어진다. 방하착(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를 반복한다.
[충북일보] 저무는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해가 설핏 기울어갈 무렵이 가장 좋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서쪽은 추억저장고다. 기울어가는 해를 받은 곡선이 더 유연하다. 저물어가는 가을날 저녁이다. 후회와 회한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다. 청춘의 시기를 추억하는 계절이다. 까닭 모를 후회가 밀려온다. 회한으로 남아 울먹인다. 저무는 시간과 잘 어울린다. 길을 걷기 좋은 때다. 길의 매력은 부드러운 선이다. 과거를 넘는 아득한 시간으로 안내한다. 부드러운 곡선의 오솔길은 곧잘 추억을 불러낸다. 시간의 간극을 메우곤 한다. 아득한 시간의 태엽을 감는다. 오래된 시간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젊은 날을 함께했던 이들이 생각난다.
[충북일보] 청남대에 가을비가 내린다. 가는 길마다 단풍이 꽃처럼 곱다. 가을비를 틈타 일제히 기습을 감행한다. 빠른 걸음으로 호변을 점령한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순백의 도화지에 화려한 물감이 뿌려진다. 신선이 살만한 경치가 따로 없다. 김대중 대통령길 주황단풍이 선명하다. 빗물에 젖어 눈부시게 빛난다. 사방을 둘러 봐도 홍엽정의 풍경이다. 참나무 잎이 식탁보처럼 기워진다. 아쉬움 속에 입동이 지난다. 찰나에 흘러가는 가을이다. 추임새 없는 풍악놀이처럼 빠르다. 가을이 비로소 겨울 문턱을 넘는다. 겨울이 일찍 와 오래 머물 태세다. 대청호에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쳐 간다. 시베리아 바이칼의 찬 공기가 밀려온다.
[충북일보] 대지가 비로소 젖는다. 가을비를 흠뻑 머금는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꽃비로 내린다. 빨간 단풍잎이 더 붉어진다. 구성리 마을 모과가 한층 더 노랗다. 무심천 벚나무가 겨울채비에 나선다. 가을비가 제대로 내리는 휴일이다. 비도 맞고 안개도 보며 걷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이 없다. 단비 맞으며 그간의 갈증을 해소한다. 빠른 걸음걸이로 서두르지 않는다. 가을비 우산 속의 무심천이다. 담벼락의 장미가 눈물 꽃이 된다. 예쁜 누나의 두 볼에도 빗물이 타고 내린다. 가을비에 사람과 자연이 곱게 채색된다. 가을비가 수채화 밑그림처럼 11월을 그린다. 그리고선 이내 가을을 내쫓는 갈비가 된다. 입동이 슬며시 지난다.
[충북일보] 다그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해바라기가 가을볕에 여름 색을 잃는다. 마을 앞 은행나무 잎이 노랗다. 동구 밖 느티나무에도 세월이 흐른다.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느낌이 다르다. 원시체험의 공간을 지난다. 속속 드러나는 자태가 비경이다. 마음속까지 뻥 뚫어 놓는 풍경이다. 눈으로 다 찍어 보관하고픈 광경이다. 오로지 늦가을에만 볼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태곳적부터 만들어진 오래된 아름다움이다. 숲이 주는 편안함을 느낀다. 원시림이 내는 냄새의 마법에 걸린다. 나무 하나가 기꺼이 제 몸 내준다. 숲이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흰 구름이 내려와 축복한다. 시간의 정거장에 느낌표 하나가 찍힌다. 숲이 인연들의 만남으로 충만해진다.
[충북일보] 가을이 붓질을 멈춘다. 알록달록 수채화를 완성한다. 산수절경이 눈앞에 이어진다. 한꺼번에 터져 물감처럼 번진다. 온 산이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안개마저 시가 되는 계절이다. 코로 스며든 솔 향의 느낌이 좋다. 그저 느끼기만 해도 만족스럽다. 숲이 간직한 속내를 슬며시 들여다본다. 조용한 위로와 행복한 만남을 계속한다. 강한 흡인력으로 마음이 들뜬다. 설렘과 궁금증이 끊어지지 않는다. 산정은 아직 가까운 듯 아득하다. 순하던 길이 갑자기 벌떡 선다. 오르내림이 경쟁하듯 비등한다. 일어서는 기세가 타오르는 단풍을 닮는다. 산속시간이 지나는 게 아깝다. 오랫동안 간직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충북일보] 새파란 하늘이 금방 깨질 듯하다.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뭉게구름 하나가 둥실 떠간다. 청량한 공기가 시야를 넓혀 준다. 뽀드득 닦아낸 듯 환하다. 축복 같은 늦가을 날씨다. 차가운 날들이 계속된 요즘이다. 산을 찾는 건 순전히 조망 때문이다. 단풍을 핑계로 찾은 지는 이미 오래다. 물결치는 산군 조망이 더 화려하다. 기암괴석의 암봉은 발끝까지 짜릿하게 한다. 산 아래 들판이 한산하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은 곤포 사일리지 차지다. 하얀 모습이 마치 공룡의 알 같다. 농부의 부지런함이 희망처럼 남는다. 지나온 고단함을 추억하며 웃는다. 건너온 추억들이 곧 눈물이 된다. 너른 벌판에 가을이 저문다.
[충북일보] 무심천의 가을 이미지는 억새다. 석양빛에 흔들릴 땐 고고하다. 달빛 아래 은은하게 빛날 땐 천하일색이다. 일렁이는 은빛 군무는 매혹적이다. 마른 침을 꼴깍이게 한다. 무심천 억새가 다시 은빛 군무 채비를 한다. 천변을 따라 이어진 곳곳이 장관이다. 은빛 때깔이 유난히 더 곱다. 가을 서정을 담기에 충분한 유혹이다. 무심천의 가을이 붓을 내려놓는다. 억새와 함께 가을을 완성한다. 오늘도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날씨만큼 마음이 들뜬다. 매번 다른 감동이 흰 물감처럼 번진다. 산책 나온 이들이 은빛 바다에 풍덩 빠진다. 가을의 절정을 탐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열 없이 모두 예쁜 풍경들이다. 첫걸음부터 치명적이다.
[충북일보] 고독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구성진 노래 한 마디가 가슴에 저민다. 헌책에서 얻어낸 감동처럼 울린다. 조금만 더 가면 닿을 것 같다. 산도, 구름도, 하늘도 멀지 않다. 전력투구가 삶의 힘이다. 성공의 원동력이다. 주변의 특이한 상황을 찾아본다. 시각이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 카메라의 눈으로 살핀다. 카메라는 사물을 상징적이고 암시적으로 본다. 예술가의 초상이 되는 이유다. 소통은 마음으로 가능하다.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다. 마음의 눈으로 사진 찍는 일이다. 울림이 있을 때 빠르다. 느린 걸음으로 속도를 지킨다. 때론 고독감으로, 때론 행복감으로 걷는다. 내면을 다스리며 느리게 간다. 산 때문에 아프고 산 덕분에 기쁘다.
[충북일보] 산 풍경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밤새 찬바람이 몰아쳐 불었나보다. 서리 맞은 단풍이 봄꽃보다 붉다. 고도를 높일수록 풍경이 다양해진다. 잠시 쉬는 시간마저 소중하다. 꿈길을 걷는 듯 몽상의 시간이다. 산이 제품을 열어 더 멀리 보라 한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이내 다시 오르내리길 반복한다. 고정의 풍경 하나가 화석처럼 박힌다. 웅장하고 거친 자연의 맛이다. 하늘의 표정에 관계없이 찬란하다. 맑아진 날씨에 하나하나가 애틋하다. 잃어버린 진짜 내 모습을 본다. 바람도 반기며 성현의 말씀을 전한다. 분주한 오르기로 놓친 풍경을 챙긴다. 느리게 내려오며 주위를 살핀다. 산이 살아 내게 꿈틀댄다. 가을 별빛과 달빛이 처연하다.
[충북일보] 단풍이 하루 20㎞ 이상씩 남하한다. 하루에 100m 안팎으로 하산한다. 봄꽃이 피면서 북상하는 속도와 비슷하다. 사람의 걸음걸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이 말갛고 푸르다. 무시로 고운 풍경을 바꾼다. 변화무쌍한 섭리가 신비로움을 더한다. 가야산 골짜기가 큰 숨을 내쉰다. 아찔한 벼랑이 안개에 가려 잿빛이다. 하늘이 다시 어두워진다. 산길 풍경이 예고 없이 변한다. 선택은 산객의 몫이다. 산이 주는 새로움은 선물이다. 언제나처럼 걷고 또 걷는다. 고요한 밤을 맞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다음날 아침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고되고 힘든 여정을 거친다. 장엄한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산 속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충북일보] 가을엔 한번이라도 불타야 한다. 불타는 가슴을 만들어야 한다. 타오르지 못하면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슬프다. 한번쯤 불타는 마음을 가져야 견딘다. 단풍은 9월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남하한다. 저 높은 산정에서부터 아래까지 내려온다. 청주의 산들도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우암산과 백화산도 색동옷 채비를 하고 있다. 시월 단풍이 산객들의 하산 속도보다 빠르다. 온 산하가 가을빛으로 물든다. 나무만 붉고 노란 게 아니다. 이름 모를 들풀까지 단풍 대열에 합류한다. 덩달아 노랗고 빨간 옷으로 바꿔 입는다. 어느 게 단풍이고 꽃인지 분간이 어렵다. 이 가을 단풍이 이렇게 빨리 든다.
[충북일보]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굽이굽이 솟는다. 오밀조밀 만물상이 조화롭다. 그 위에 빨갛고 노란 단풍이 내려앉는다. 계곡 사이로 폭포수가 유유히 흐른다. 삼위일체의 가을 풍경이 누부시다. 마루 금 너머 구름이 운치를 더한다. 한 폭의 그림 속을 걷게 한다. 어느새 조망이 훤히 트인 곳에 다다른다. 안개 걷힌 능선 뒤로 연봉들이 떡 버티고 선다. 높이에 따라 깊이에 따라 자태가 다르다. 빛의 양에 따라 색색이 달라진다. 허위허위 걸으며 느낀다. 산은 이미 붉은 치마에 노랑 저고리다. 굽이굽이 드리워진 풍경이 곱고 찬란하다. 가을은 그렇게 산을 깊게 물들인다. 아직 여름 색을 떨치지 못한 계곡물이 시샘한다. 자연이 빚어놓은 신비로움에 새삼 놀란다.
[충북일보]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을 밟는다. 눈길 닿는 곳마다 형형색색이다. 뭐가 꽃이고 단풍인지 분간이 어렵다. 발길 닿는 곳마다 낭만산행이다. 잠시 쉬는 시간마저 소중한 풍경이다. 단풍과 암릉이 기막히게 어울린다. 가야산 만물상은 천의 얼굴과 만의 표정을 한다. 수채화로 산을 더 아름답게 한다. 칠불봉과 상왕봉이 운무에 가린다. 산객들의 눈길을 잡는 광경을 연출한다. 멋과 맛이 중후하고 깊다. 해동 제일의 명산에 가을이 절정이다. 산객의 마음도 시처럼, 음악처럼 홍조를 띤다. 저 멀리 산사에서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졸졸졸 물소리가 계곡 길을 따라간다. 내 마음에 고운 단풍물이 흐른다. 산들바람에 기분이 좋다. 산 덕분에 행복하다.
[충북일보] 시월 산마다 북적인다. 춘삼월 꽃길 행렬에 뒤지지 않는다. 곳곳이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단풍이다. 아웃도어 색깔로 형형색색이다. 단풍보다 곱고 화려하다. 그리고 언제나 소란스럽다. 설악단풍은 호화롭게 아름답다. 속리산풍은 곱게 물든다.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즐길만하다.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보니 더 없이 좋다. 집착을 걷어내니 다른 광경이 보인다. 가을꽃과 파란 가을하늘은 덤이다.가을이 소담하게 내려앉고 있다. 오를 때 보지 못한 풍경을 본다. 남은 길의 여정이 훨씬 느긋해 진다. 뒤로 물러선 공간이 여유를 선물한다. 단풍과 함께 저물어가는 계절이다. 저녁 한기가 온 몸을 감싼다.
[충북일보]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가 2년 연속 2만8천 명대를 유지했다. 귀농인은 지난 2013년 통계 공표 이래 최저치인 700명대까지 무너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의료·문화·교육 등 정주여건 문제가 지속되고 최근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 현상까지 나타나며 귀촌·귀농 정책도 대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의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귀촌가구는 30만6천441가구로 1년 전 대비 (-3.9%) 감소했다. 충북 귀촌가구는 2만2천931가구로 집계됐다. 충북 귀촌가구는 1년 전 대비 0.9% 증가했으나 2021년(2만4천116가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충북으로 귀촌한 사유는 직업(9천464가구)이 41.2%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5천198가구), 가족(5천36명가구), 자연환경(1천56가구), 주거환경(592가구), 교육(234가구)가 뒤를 이었다. 기타는 1천351가구였다. 전국적으로 귀촌한 인구는 40만9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1천13명(-5.0%) 감소했다. 충북으로 귀촌한 인구는 2만8천783명으로 1년 전보다 537명(1.9%) 증가했으나 6년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미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충북이 이 분야를 선도할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도내에 구축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가동 중이고,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구간이 확대되며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 23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전파플레이그라운드-충북'이 최근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인 C-트랙에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차량 시험에 적합한 전파시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 1천923㎡ 규모이며 국제 표준규격의 폐쇄형 시험시설이 들어섰다. 레이더 타깃 시뮬레이터, 신호발생기, 스펙트럼 분석기, 네트워크 분석기 등 전파를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도 갖췄다. 전파플레이그라운드는 외부의 전파 간섭이나 피해를 막고 다양한 융·복합 기기의 전파시험을 지원하는 대형 전파 차폐시설이다.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부권 주력 산업인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용 탐지센서와 레이더 등 전자파를 활용한 제품 출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같은 장소인 충북대 오창캠퍼스에 둥지를 튼 자율주행자동차 테스트베드는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충북일보] 보은군은 민선 8기 들어 최재형 군수의 군정 철학인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 보은'을 건설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주 여건 개선, 귀농·귀촌 정책과 청년정책 추진, 휴식 공간 조성, 교육환경 확대 등 군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쳤다. 군의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엔 공무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군정을 이끌어온 최 군수가 있다. ◇ 지역 성장 동력 인구 유입 인프라 구축 민선 8기 반환점을 맞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지역 활력 타운 조성과 농촌협약 등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4년 지역 활력 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379억여 원을 투입해 보은읍 죽전리 일원 2만2천267㎡ 용지에 '보은 청년 all來(올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도시형 주거단지인 블록형 단독주택 70가구 조성, 생활 인프라와 생활 서비스 조성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단지개발, 지역 브랜딩,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활력 타운과 연계한 온-누림 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