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마지막 한 장 남았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대로 간다더니 그 속도가 새삼 느껴진다. 언제 스무 살이 되나 간절히 기다리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때가 되면 교복도 벗어 던지고 영화관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희망, 그런 단순한 희망에 부풀었던 시절도 있었다. '늙어 간다는 것은 이제까지 입어 본 적이 없는 납으로 만든 옷을 입어 본다는 것'이라는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어떻게 이런 적절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느낌! 어려서 읽었던 공상과학만화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되어 있어서 세상은 너무도 편리하고 신기하기만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납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냥, 불편하고 거북하기만 하다. 식당에 가도 기계에다 주문해야하는 불편한 세상,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잘 쓸 줄을 모른다. 자식들에게 물으면 귀찮아해서 은근히 자존심도 상한다. 기계를 잘 모르고 살아가려니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물자동차처럼 하루가 다르게 몸이 여기 저기 고장 나는 것도 괴롭다. 모든 것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다. 젊은 시절,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 취향대로 크게 틀어대
주변을 찬찬히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올해의 시간도 이제 한 달여만 남겨두고 있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 시작과 끝의 사이에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행하는 과정을 밟으며 순간순간 성취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이 아마도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위안과 질책을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는 건 비단 어느 한 사람의 예는 아닐 터이다. 바야흐로 갈무리의 시기다. 출발할 때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한 성과들을 엮어 열매를 맺는 시기이다. 돌아보면 올해도 변함없이 꾸준히 달려왔다. 주어진 일을 수행하면서 수시로 터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에도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무난히 문제를 해결했음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새해 첫날에 영롱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면서 소원을 빌고 희망을 새기는 일은 나에게도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멀리 일출 명소를 찾을 때도 있고, 집 가까운 산에 올라 아주 짧은 시간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아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각오와
[충북일보] 대한민국 축구가 부활했다. 12년 만에월드컵 16강의 벽을 허물었다. 벼랑 끝에서 희망을 쏘았다. 카타르 월드컵의 기적이었다. 손흥민은 진정한 캡틴으로 거듭났다. *** 팀을 위한 헌신과 책임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는 폭풍이었다. 이 폭풍이 알라이얀의 기적을 만들었다.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캡틴 손흥민의 활약이 발군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결국 손흥민의 패스가 대표팀을 살렸다. 인저리 타임에 터진 극적인 역전 골 이었다.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손흥민은 이날 캡틴으로 거듭났다. 4년 전 카잔 때보다 더 한층 성숙했다. 도하의 폭풍 질주에 이은 킬패스는 환상적이었다. 후반 막판 황희찬이 역전골을 만들어 내는 결정적 어시스트였다. 포르투갈전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한 방에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생애 세 번째 월드컵에서 이룬 쾌거였다. 손흥민은 지난 두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주장으로서 마음고생이 컸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을 질타하기도 했다. 월드클래스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진가를 발휘했다.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증명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국교수립 이후 동북아시아에는 북한의 핵개발 등 안정을 뒤흔드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큰 분쟁 없이 평화롭게 지내온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키운 힘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인근국가와 충돌을 벌이고 한편으로 대만 해협을 두고도 미국과 양보 없는 대치를 하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등 동북아시아 주변 정세가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과 중국과 러시아 대륙세력 접경지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거론하며 주위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어떠한 세력과 손을 잡아야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백가쟁명식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을 거론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대개 두 가지로 하나는 한반도가 양 세력의 가운데 위치해 있으므로 그 균형을 잘 이용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가 강대국들에 의하여 둘러싸여 있으므로 확실하게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의 전제는 어느 주장이든 우리가 주위 국가
[충북일보]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10월 19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성공적 제도정착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충북도 역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방재정 마련의 돌파구가 될지 관심사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 중심의 중소규모 지자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무엇보다 지방재정을 건전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이 본인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 광역·기초지자체에 기부(연간 한도 500만 원)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금액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된다. 10만 원이 넘으면 기부금의 16.5%를 세액공제 받는다. 자치단체는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물품이나 상품권으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세금 공제로, 지자체는 지역 특산품 등의 답례품으로 기부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다. 특히 농촌지역 지자체 등이 민간에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지역 간 균형 있는 모금을 위한 유인책 마련이 과제다. 충북연구원이 얼마 전 1천9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물론 대상자는 충북
나상(裸像) 최병채 충북시인협회 회원 탐욕의 겉옷을 벗는다 권위의 옷을 벗는다 감추었던 추하디추한 거짓의 가림막을 하나둘 걷어내고 태초의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서 벌거벗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돌아본다 추한 모습 감추기 위해 욕심으로 가득 채웠던 끊임없는 내면의 욕심과 싸우며 지키고자 했던 감춰진 허상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무리 중에 나 또한 하나였음을 인생의 삶이 저물어갈 때 그제야 자신을 깨닫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게 인생이 아니더냐
마치 1900년대 한국의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과 공감을 일으켰던 책이 펄벅의 '대지'다. 그만큼 감동이 컸던 작품이다. 미국인이면서 중국 농부의 영혼과 삶을 어떻게 이토록 직설적이고 서사시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드넓은 중국 대지에서 그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펄벅은 왕릉을 통해 땅을 대하는 그 시대 중국인의 관념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펄벅의 대지는 격동의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왕릉일가를 등장시켜 대지. 아들들. 분열된 집안 등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왕릉은 부지런하고 땅을 사랑하는 가난한 농부다. 그의 일상은 대지로 향하는 것으로 출발해서 땅에서부터 시작하고 땅으로 끝난다. 삶의 주체인 대지는 왕릉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그에게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라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어머니며 자손은 물론이고 생명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신의 선물이다. 그에게 땅은 삶의 전부였다. 땅은 그에게 생명이며 사랑과 애정 때론 애착의 대상이었다. 왜 아니 그럴까. 그가 천신만고 남쪽 도시에서 돌아왔을 때, 애욕의 상처로 괴로웠을 때 그를 낫게 하
12월이 접어들면서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떨어졌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껍게 바뀌었다. 요즘은 개인 승용차가 남녀노소 관계없이 있는 덕분에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어 예전처럼 둔해보일 정도로 입지는 않겠지만, 골프를 즐기는 필자는 몇 주 전 미리 부킹이 된 골프 약속을 취소할 수 없어 두껍게 껴입고 나갔다가 추위에도 떨고 스코어는 스코어대로 잘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라운딩을 라베(라이프베스트의 줄임 말)를 기록하고 싶은 욕심에 추운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윙을 한 후폭풍으로 이번 한 주는 통증과의 싸움을 면치못할 것 같다. 가뜩이나 많았던 술자리가 이맘 때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로 다들 바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할 것이다. 간혹 '망년회'라고 쓰는 분들과 '송년회'라고 쓰는 분들이 있다. 여기서 '망년회(忘年會)'의 '忘'은 '잊을 망(忘)'으로 지난 한 해를 깨끗이 잊어버리자는 뜻이라고 한다. 망년회는 송년회보다 덜쓰인다고 하는데 이유는 일본인 문화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이다. 일본문화에서는 약 1천400여 년 전부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하여 섣달그믐 때쯤 친지들과 어울려 술과 춤으로…
의병은 외침(外侵)을 받아 관군의 응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위급할 때 국민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자위군으로, 국가의 명령이나 징발 없이 자원해 종군하는 민군(民軍)이다. 의병은 이름 그대로 '의(義)를 위해 창의한 군대'다. 이때 의(義)는 인륜의 근본으로 충의(忠義)라 표현되며,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유교사상에서 출발한다. 조선시대 의병을 일으킨 의병장은 주로 전직 관료나 사대부로, 유교이념을 깊이 체득한 인물이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의병은 시기에 따라 다른 의를 위해 일어났으며, 이는 근왕에서 독립까지 이른다. 왕국에서 근왕(勤王·임금에게 충성을 다함)하는 의병의 창의는 전통시대 의병의 성격을 보여주며, 국민국가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독립을 목표로 한 의병전쟁의 성격으로 변화했다. 일본은 1907년 헤이그밀사파견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통감부에 의해 정미7조약이 체결, 통치권을 장악했다. 대한제국의 군대를 해산함으로써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에 반대하는 군사 기반을 제거하고자 했다. 이에 군대 해산을 전후해 대규모 의병이 창의했다. 의병전쟁은 대한제국 군대와 연결됐다. 1907년 8월 1일 군대가 해산되자 시위대 제1연
[충북일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1)가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확산 속도가 3배 가까이 빠르다. 달걀파동 우려에 장바구니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지난 10월 19일 경북 예천 오리농장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후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발생 당시엔 경북·충북 위주로 전파됐다. 이제는 강원·경기·전남까지 퍼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상당한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국내 가금농장엔 유럽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많은 게 제일 좋지 않다. 시베리아 같은 번식지에서 교차 감염된 철새가 국내로 이동할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철새 전파는 사전 차단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조기 검역과 즉각 대처가 중요하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 범위도 넓다. 양상도 다르다. 특히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서 AI가 검출되는 게 문제다. 전파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최근 경기 안성시 소재 육용오리 농장에선 고병원성 AI가 또 확진됐다. 중수본은 지난 29일 초동대응팀을 투입했다. 해당 농장 출입 통제, 살처분, 역학조사 등 선제적인 방역조치를 실시했다. 현재 전국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확
밑창에 달라붙은 눈송이 오무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찬바람 타고 허공을 떠돌이 하면서 너를 닮은 눈사람 되고 싶었다 굴뚝마다 검은 연기 내뿜으며 도시마다 매연을 토하는 차량들 그예 손발이 잘린 부스러기 되고, 조심스럽게 너의 집 창문을 기웃거리다 흙바닥에 떨어져 흙먼지와 뒤섞이며 너의 신발 밑창에 달라붙었다 발걸음마다 너의 발가락에서 흘러나오는 온기를 독주인 줄도 모르고 핥아먹으며 해죽거리며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내년도 공시가격의 시세 대비 비율인 현실화율을 올해 보다 낮춰 부동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내릴 방침이며, 내년도 공동주택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당초 72.7%에서 69.0%로 낮추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 재검토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지난 정부에서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개편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원희룡 장관은 이런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더 강화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희룡 장관은 "부동산 가격하락의 정도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을 공시가격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법안의 처리가 불발된 가운데 정부 대응이 너무 늦거나 모자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를 더 늦추는 이유란 설명이다.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들의 불만인 것 같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120만 명으로 작년보다 27만
우리가 살면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일이 많고 적음의 문제보다는 기분이 좋고 나쁨의 문제로 인하여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에 보이는 몸은 실체가 있으니, 좋고 나쁨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없으나 내 삶을 풍요롭게도 하고 우울하게 하기도 하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의 에너지원이 음식이라면 마음의 에너지원은 기분 좋음이다. 기분 좋음에 영향을 주는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기분 나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같은 말이라도 말투에 따라서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등 말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이 많은 것을 보면 예로부터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토록 중요한 말을 함부로 해서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마음으로 알아주기를 바라며 오해를 하기도 한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 30일이면 종업식과 6학년 졸업식을 하면서 22학년도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날 아침, 세탁실 베란다 창을 열고 화단을 내려다보았다. 초록색 전나무가 바로 눈 아래 있다. 당시 우리 집은 아파트 5층이었다. 그렇다 보니 3층까지 올라온 전나무가 바로 눈 아래 보였던 거다. 나무 한쪽 가지가 허옇게 찢겨나갔다. 울컥 목울대가 움직였다. '초록 금나무야….' 하고 나직이 불렀다. 노란 단풍이 든 적 없고 황금 열매를 매단 적 없으나 그리 불렀다. 초록 전나무를 그리 부른 건, 나무를 찬양하는 마땅한 호칭을 찾을 수 없어서였다. 잠시 나는 나무를 더 응시했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알아요….' '얼마나 아팠니….' 나무는 살랑살랑 이파리를 흔들었다. '너에게 상(賞)을 줄 거야.' 하고 창을 닫았다. 전날까지는 감정 없이 대하던 나무였다. 내 관심 안에 있지 않은 나무였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대화를 하고 특별한 대우를 하다니, 내가 너무 가볍거나 변덕스러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상(賞)을 줄까 고민했다. 불편한이야기지만, 세월이 지났으니 말해도 될 것 같다. 전날, 저녁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사위로 어둠이 내려앉는다. 우리 아파트 뒤꼍쯤 오자 습관처럼 5층을 올려다보았다. 옆집 주방은 불이 환한데 우리
바람 관(棺) 김 영 전북시인협회 자문위원 죽은 새는 지상의 것이 아니다 육탈 전문가인 공기는 한때 날개의 좌측과 우측을 담당했었다 바람은 그 방향들을 뒤섞어 놓아 생전의 항법은 죽음의 무법이 된다 깃털이 있는 것들의 전용관(棺)은 바람이 유일하고, 바람의 강도는 주검을 바라보는 무표정의 강도와 비례한다 더는 저공과 고공을 구분하지 않고 가까이 혹은 멀리에 망각을 실천하는 것으로 입관 절차는 끝이 난다 어느 육탈에나 검은 상복을 차려입고 몰려드는 개미들은 죽은 새의 창공에 얽히고설켰던 방향을 한참이나 풀어낸다 자신의 뼈를 채운 기억이 없는 새는 자신의 항법이 비워지는 일에도 아랑곳없다 구부러진 못을 버리듯 지상은 가늘고 속이 빈 뼈들을 무심하게 버릴 뿐이다 어느 평원엔가 있다는 지상화에는 지금도 깃털이 돋고 있다는데 한 호흡 한 호흡이 알고 보면 온갖 가벼운 것들의 관이라는 사실은 빈 뼈마다, 늙은 호흡마다 익힌 적 없는 슬픈 소리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충북일보] 정부는 지난 29일 파업 중인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업무개시명령을 회피·불응하는 화물차주에 대한 제재 방침과 운송방해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천명했다. 화물연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이 해당된다. 관련 운수회사는 209곳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 외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화물연대 충북본부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정면 거부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이날 화물연대 파업 현장인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을 찾았다. 양승모 충북본부장 직무대행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구두로 직접 통보했다. 어 차관은 이 자리서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부담이 가중되니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양 직무대행은 "거부한다.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라"고 맞섰다. 앞서 화물연대 충북본부 소속 조합원 300여명은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 직무대행 등 노조 간부 2명은 머리를 삭발하며 투쟁…
윤대통령이 참석했다는 소위 '청담동 술자리 첼리스트 의혹'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강남일대 술집에 출연하며 손님들의 노래 반주를 해 온 여성 첼리스트가 일탈 된 행동을 감추기 위해 남자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그만 온통 나라를 뒤집어 놓은 사건으로 비화 된 것이었다. 처음 이 녹음을 들었을 때 야당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윤대통령, 한동훈 법무장관,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참석, 첼로반주에 맞추 동백아가씨 등 유행가를 부르고 새벽 3시까지 광란의 파티....' 이들은 국정농단으로 치부하고 대대적인 윤대통령을 공격할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만약 사실이었다면 국민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첼리스트의 고백은 소설과 같은 거짓말이었다. 남이 연주한 곡을 자신이 연주한 양 자신의 SNS에 동영상을 공개한 것부터가 진실성에 문제가 있는 여성이었다. 그동안 경찰 소환에 불응 해온 그녀가 경찰서를 찾아 진실을 밝힌 것이다. 언론계에서도 야당 대변인의 처신에 부정적인 견해다. 기본적인 팩트만 체크했어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녹음 파일 인 것을 알 수 있었을 게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국장감사장에서 서둘러 전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면책…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고 있는데 학교 숲 쪽에서 놀던 아이들 한 무리가 5교시 수업을 위해 잰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4학년들인 것 같았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학년 구분도 어렵고 개인을 알아보기도 참 힘들다. 입버릇처럼 몇 학년인지 물어본다. "너희들은 몇 학년이니? 재미있게 놀았니?" "4학년이요. 교장 선생님, 할 말이 있는데요. 저쪽에 나무가 튀어나왔어요." 학교 숲에는 수많은 나무가 있다. 잘 자란 나무, 살짝 꺾인 나무, 삐죽삐죽 자라난 나무 등 너무나 다양하게 자라있다. 그곳에서 놀던 아이들의 말이니 뭐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몇 걸음 더 걸어가다가 무슨 나무가 어떻게 튀어나왔다는 건지 궁금해졌다. 뒤돌아서서 아이들을 불러세웠다. "얘들아, 무슨 나무가 튀어나왔다는 거니? 교장 선생님과 거기에 같이 가줄 수 있니?" 발걸음을 돌려 뛰어온 아이들이 의기양양하게 나를 이끈 곳은 학교 숲에 있는 정자였다. 정자는 멀쩡했고 아무리 봐도 튀어나온 나무는 없었다. 내가 의아해하자 아이 하나가 나무 난간을 흔들었다. 그러자 멀쩡해 보이던 나무가 한쪽으로 툭 튀어나왔다. 아이들의 말처럼 나무가 튀어나왔고 빠져나온 못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 개최된 '세계보건장관회의(148개국 참가, 영국 런던)'의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UN에서 제정되었다. 또한 올해로 35회를 맞이한 에이즈의 날을 계기로 에이즈 예방 및 감염인 편견과 차별 축소를 위한 인식개선을 위해 다각적 홍보가 필요함에 따라 에이즈 예방주간(1~7일)을 운영 및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소에서는 거리 캠페인 실시 및 방문자에게 홍보물과 리플릿을 배부하며 에이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질병관리청에서는 친근한 인기 작가와 협력을 통한 네이버웹툰 '바른연애길잡이'연재 및 유튜브를 제작하여 에이즈 예방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HIV/에이즈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정확히 대답하지 못하고 옆에만 있어도 감염될 것 같은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어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HIV/에이즈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HIV/에이즈는 무엇일까? HIV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로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이며 감염인의 혈액, 정액 등 체액에 존재한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HIV감염에 의
"장애는 무엇일까요?" 라고 질문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장애인 복지법 등 알고 있는 법을 근거로 설명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의 장애를 생각하면서 장애를 설명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장애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있고 장애 감수성이 높을 지라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서는 법에 명시된 장애의 정의와 장애 유형을 설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설명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로 좀 더 가깝게 설명하는데 집중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관련정책이나 제도의 근거가 되는 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영향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였다. 즉 '장애로 인해 제약을 받는 상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서도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장애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장
-쉽게 말을 붙일 수 없을 듯한, 신념으로 가득 찬 개결한 선비의 느낌이 나는 이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신 전통 선비차림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면암 최익현이오. 예전 사람들은 웬만하면 나를 알았는데 요즘엔 생각들이 통 다른 곳에 기울어있어 나를 알라나 모르겠소. -그러면 혹시 구한말 개화를 반대하고 단발령에 저항했던 '위정척사'의 상징이셨던 그 분이신가요? "그 사람이 나요." -역사상 아주 힘든 시기를 사셨어요, 1833년에 태어나서 1906년에 별세하셨으니 격동기를 통과하셨어요. 22세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살이도 하셨어요. "항상 현재가 과도기고, 힘들고 중요하지. 내 때도 세도정치로 삼정 문란과 처의 난리, 서양과 왜인의 횡포로 빤한 날이 없었지." -고종이 왕이 되자 대원군이 섭정을 했어요, 그분이 왕권강화를 기치로 경복궁 중건에 진력했어요. 그걸 선생이 극력 반대하셨는데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려면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그분 심정은 알지만 너무 폐해가 컸어. 나라의 대 역사는 종합적 검토가 반드시 있어서 득과 실을 세심히 판단해야지. 나라와 백성 모두에게 지나친 고통과 어려움을 주는 일이었어. 그 중에 핵심
'소방관의 선택(The Heat of the Moment)'의 저자 사브리나 코헨-해턴, 그녀는 웨스트서식스 소방구조대의 소방대장으로 근무를 한 영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여성 소방공무원이다. 카디프 대학교에서 긴급상황에서의 의사 결정법과 지휘기술에 대한 연구로 각종 상을 수상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당 연구는 영국 전역 소방 구조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고 그녀가 작성한 매뉴얼은 전세계 소방조직으로 수출이 됐다. 그녀는 입사 초기 '여성대원' 이라는 이유로 성차별과 성희롱을 받았고 승진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면 특별 대우를 요구한다고 생각할까봐 불평을 제기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성별 관련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며 이들의 공감을 이용해 상황을 바꾸어 가는 것이 성차별을 없애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양성평등기본법' 3조 1호에 따르면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요즘 사회에서
우리 어머니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회원 살이 담벼락에 걸릴 때마다 어머니의 노랫가락은 경전처럼 투명해 집니다 노랫가락은 낮은 곡조로 더해가고 감나무 가지 끝을 지나온 바람이 배추밭 푸른 잎마다 출가를 돕고 있습니다 바람 따라 날아온 참새 두 마리 배춧잎에 앉아 새참 즐기고 굽은 어머니의 손가락처럼 바싹 오그라진 배춧잎들 구순의 어머니 이제는 더는 못한다 하시면서도 딸에게 고소한 김장배추 담는 법 잘도 일러 줍니다 긴 시간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어머니 남은 세월 비단길만 주고 싶은 딸의 기도가 배추꽃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 배추꽃에서 맥박 같은 어머니의 숨소리가 시려 목이 메어 오는 날입니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학교시설 상당수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ivit·외벽단열마감)공법으로 시공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사고 때마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받아왔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충북도내 교육행정기관과 학교 곳곳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은 모두 543동(20만3천137㎡)에 이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충북도의회에 제출한 2022년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지역별로는 청주 153동, 충주 60동, 제천 46동, 보은 35동, 옥천 27동, 영동 30동, 진천 25동, 괴산증평 50동, 음성 63동, 단양 41동 등이다. 단설 유치원도 청주 6동, 충주 1동, 옥천 1동, 음성 1동 등 9동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특수학교는 청주 6동, 충주 3동, 제천 1동이다. 부설 유치원을 포함한 초등학교는 청주 74동, 충주 29동, 제천 21동, 보은 21동, 옥천 18동, 영동 21동, 진천 12동, 괴산증평 23동, 음성 43동, 단양 29동이다. 중·고등학교는 청주 64동, 충주 27동, 제천 23동, 보은 14동, 옥천 7동, 영동 11동, 진천 10동, 괴산증평 24동, 음성 19동, 단양 10
날이 추워지면 과메기가 인기다. 과메기는 겨울 찬바람에 꽁치를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하여 말린 것이다. 꽁치의 제철은 서리가 내리는 10월과 11월이라고 한다. 꽁치는 아가미 근처에 구멍(孔)이 있어 공치로 불리다가 꽁치로 된소리화되었다고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기록되어 있다 한다. 가을이 제철인 꽁치. 길쭉하고 주둥이가 뾰족하며 등이 푸른 꽁치는 몸이 칼을 닮아 '추도어(秋刀魚)'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우리말로 풀면 '가을철 칼 닮은 물고기'일 것이다. 내게는 시골장에서 구입한 무쇠칼이 있다. 도마 위에 무나 대파를 올려놓고 칼질을 하다가 무심코 무쇠칼을 보니, 뾰족한 주둥이며 퍼런 등이 여지없는 꽁치였다. 추도어 꽁치를 생각하며 썼던 시가 있어 옮긴다. 전남 남원에 유명한 남원식도(食刀)가 있어. 기차레일만 재료로 삼아 숯불에 달구는 전통기법을 고수한다는 이 식도는 코베기꽁치, 가스미꽁치라 불리지. 기차의 속력으로 바닷물을 가르다보니 주둥이 끝은 예리해지고 등은 단단해지지. 그러다 꽁치들은 칼이 되고픈 원대한 야심을 품는다는구먼. 보름달이 뜨는 밤, 그물에 걸린 몇 안 되는 꽁치만이 장인의 손에 선별되어 진짜 칼이 된다고 하네.…
[충북일보] 충북도내에 많은 가을비가 내리면서 괴산댐이 수문 전부를 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21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는 이날 오전 현재 괴산댐 7개 수문 전부를 개방해 초당 8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이미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부터 수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면서 "괴산댐 유역인 청주·보은·괴산지역에 이날 오후 7시까지 최대 100㎜가량의 비가 더 쏟아질 것이란 기상특보에 따라 하류지역 주민들이 안전할 때까지 수문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문 개방에 앞서 괴산호를 운행하는 유람선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조처했다. 이번 수문 개방은 '댐운영 개선방안'에 따른 '선제적 조처'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7월 위험상황이 닥치면 괴산댐 수문을 모두 열고, 비상점검터널까지 개방하는 내용의 댐운영 개선안을 밝힌 바 있다. 1년 전 발생한 댐 월류(越流)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괴산댐 수문 하나의 크기는 너비 8m, 높이 7m다. 괴산 / 주진석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상당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60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밤 9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카페로 돌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이날 A씨는 용암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사고 현장을 이탈한 A씨는 약 1㎞ 운전하다가 차량 4대를 추가로 들이받고 인근 카페로 돌진한 뒤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카페 출입문과 가구 등이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진행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1%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훨씬 넘은 만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