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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동광초등학교 교장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고 있는데 학교 숲 쪽에서 놀던 아이들 한 무리가 5교시 수업을 위해 잰걸음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4학년들인 것 같았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학년 구분도 어렵고 개인을 알아보기도 참 힘들다. 입버릇처럼 몇 학년인지 물어본다.

"너희들은 몇 학년이니? 재미있게 놀았니?"

"4학년이요. 교장 선생님, 할 말이 있는데요. 저쪽에 나무가 튀어나왔어요."

학교 숲에는 수많은 나무가 있다. 잘 자란 나무, 살짝 꺾인 나무, 삐죽삐죽 자라난 나무 등 너무나 다양하게 자라있다. 그곳에서 놀던 아이들의 말이니 뭐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몇 걸음 더 걸어가다가 무슨 나무가 어떻게 튀어나왔다는 건지 궁금해졌다. 뒤돌아서서 아이들을 불러세웠다.

"얘들아, 무슨 나무가 튀어나왔다는 거니? 교장 선생님과 거기에 같이 가줄 수 있니?"

발걸음을 돌려 뛰어온 아이들이 의기양양하게 나를 이끈 곳은 학교 숲에 있는 정자였다. 정자는 멀쩡했고 아무리 봐도 튀어나온 나무는 없었다. 내가 의아해하자 아이 하나가 나무 난간을 흔들었다. 그러자 멀쩡해 보이던 나무가 한쪽으로 툭 튀어나왔다. 아이들의 말처럼 나무가 튀어나왔고 빠져나온 못도 하나 달랑거렸다. 점심시간에 정자에 올라가서 놀던 아이들이 기대서니 흔들리던 나무 난간이 밖으로 툭 튀어나왔던 거였다.

아이들의 말을 그냥 넘기고 확인하지 않았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른 시설 주무관님을 불러 튼튼한 못을 박아 수리하게 했다.

학교는 많은 아이가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별로 높지도 않은 돌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을 뿐인데 앞으로 콕 엎어지면서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 철봉에서 떨어지는 사고, 친구가 휘두른 줄넘기에 다치는 사고 등 경우도 종류도 다양하다.

그 전 학교에서 내가 경험한 것도 있다. 계단 알루미늄 난간의 뚜껑 부분이 벗겨진 것을 보고 행정실에 수리를 지시했다. 겨우 한 개라 수선공을 부르기 어렵다며 수리를 미뤘다. 며칠 후 학생 한 명이손을 베었다는 보고를 듣고 달려가 보니 바로 그곳이었다. 신속하게 수리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사소한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하는 이야기에서 위험한 것이나 문제점도 찾아낼 수 있다. 나무가 튀어나왔다는 말 자체에서 위험성을 감지하기는어려웠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 확인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또 하나는 안전에 관한 것만큼은 원칙과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교감이 된 지 겨우 한 달 보름 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학교 교육활동에 안전사고에 대한 각종 조사가 수도 없이 진행됐다. 초여름 모두가 지쳐갈 무렵 또 유치원 놀이기구 체크리스트 공문이 왔다. 유치원 선생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유치원 놀이터에서 줄자를 재어가면서 하나하나 점검한 후 보고하러 왔다. 미끄럼틀 아래에 모래를 좀 더 채워야 한다는 것과 난간 간격이 1㎝ 더 벌어졌다 했다. 복합놀이터 아래에 벌집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선생님 덕분에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다. 그 날 땀에 젖어 꼬깃해진 선생님의 체크리스트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위험을 감지했으면 즉시 수리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면 원칙과 매뉴얼을 지켰다면 이태원에서 158명이나 되는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되돌릴 수 없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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