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산책 남문갈비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오래된 간판을 마주쳤다. 동경자수. '의류 자수로 리폼하세요' 마침 수선이 필요한 수영복이 있어 반가웠다. 일반적인 폴리우레탄 수영복이 아닌 레이스 원단의 수영복이다.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저지르고 말았는데, 수영복이 젖은 상태로 입다가 발가락으로 레이스에 구멍을 내버렸다. 처음 입은 날이었다. 입지도 못할 거면서 몇 년 동안 버리지도 못한 수영복이다. 다음날 수영복을 들고 동경자수를 찾았다. '이것도 리폼이 되나요?' 사장님은 끄덕이며 수영복을 받아 드셨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시간이 멈춘듯한 동경자수, 자수를 놓은 의류가 작품처럼 보이는 이 곳엔 간판이 필요없다 그리하여 의도하지 않게 육거리시장 산책이 시작되었다. 과일이나 사야겠다 싶어 육거리시장 쪽으로 걷는데, 동네의 오래된 골목들이 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 옛 청주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남아있지 않다. 이때 육거리 시장이 답이 되어준다. 시장 인근 석교동과 남주동은 여전히 단층 건물이 주를 이룬다. 폐가 사이에 오래된 여관이 있고, 한때는 잘나가던 유흥점이었지만 지금은 값싼 옛날 국수를 파는 식당이 있고, 숨겨진 예술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이 동일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인터넷 상에서 '원피스 색깔'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원피스 색깔에 대해 '흰 바탕에 금색 줄무늬'라는 의견과 '파란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라는 의견으로 나뉘었고, 같은 사진임에도 사람마다 색을 다르게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그 논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해답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러한 현상은 각자의 경험에 근거하여 뇌가 색을 다르게 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따라서 자신이 보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신기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다.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물리적 자극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상대적으로 모호한 사람의 행동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더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공이나 실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다툼이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나 주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밝히려고 동기화되어 있는데,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귀인(歸因, 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귀인은 자신이나
어느 것이 선행돼야 할까. 개발일까, 보존일까. 우리는 늘 이 두 가지 문제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적응이다. 최근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기온의 변화 그리고 폭우, 폭설 등 기상 이변이 우리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변한다. 지금껏 세상은 그렇게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변해 갈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문제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 전,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트린 코로나의 확산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 그리고 홍수, 폭염, 폭우 모두 환경의 변화로 일어나는 것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환경변화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상이변 등 재난 재해들은 우리를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갖는다. 문제의 대
인(仁)은 공자 철학의 핵심이 되는 단어입니다. 인은 개인 수양의 목표이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덕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인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이 '인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면 그때마다 제자들의 자질과 성향, 그리고 학문적인 수준에 따라 각각 다른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공자는 먼저 수제자 안연에게는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극기복례, 克己復禮)"라고 가르쳤습니다. 정치에 자질이 있었던 중궁에게는 "자기가 버리지 못하는 일을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일렀습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 원문인데, 사람을 다스리는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마우에게는 인은 '말을 조심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앞의 두 사람에 비해 설명이 쉽고 단순합니다. 인이 무언가 거창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사마우가 "정말 말만 조심하면 인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실천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말이니 인한 사람이 어찌 조심하지 않겠느냐?"라고 가르쳤습니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입
우-러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충돌로 우리의 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 최첨단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이 뚫리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마사일 요격을 90% 이상 격추시키는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동시다발적인 대량공세에 대응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연히 남북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는 괜찮은가 하는 문제로 옮겨오고 있다. 북한 최전방에는 장사정포 1천여 문이 배치되어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보다 위력이 세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한다면 수도권은 모든 기능이 한 두 시간 내에 마비될 수도 있다. 사실 우리도 한국형 아이언 돔을 구축 중에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이 되어야 완성된다. 그런데 완벽성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기습적인 물량공세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북한 장사포,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방어체계가 구축된다고 할지라도 북한이 하마스처럼 예측불가능하게 대규모 장사포를 발사한다면 우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렇다보니 2018년에 합의한 9·19남북군사합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황금빛 곡식과 형형색색의 과일이 익어가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10월이다. 가을을 맞아 각종 지역 행사 및 경사로 공직사회 내에도 풍족하고 넉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사에 축하를 표하는 것은 예로부터 풍속이 아름답고 예절이 바르다고 소문난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한 도리이다.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향약 규범 예속상교(좋은 풍속은 서로 교환한다)를 따르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화합에 힘써야 할 공직자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된 공무원이라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 8조에 따라 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행동기준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각종 지역행사 및 경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공직자 행동강령) 제2항에서는 공직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으로 '1. 직무관련자로부터의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 어른이 될 거라고 믿었다. 전보다 여유로워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대인배가 되기에 나의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을 느낀다. 이미 반평생을 살아서 스스로에 대한 미련과 욕심이 많지 않다. 말수도 적다. 살면서 이러한 성격을 악이용 하는 일도 겪는다. 말이 없어서인지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조용히 있을 거라고 으레 짐작하는 듯하다. 항상 믿고 응원했던 상대와 얼마 전 불화가 있었다. 평상시에 불만이 있었지만 믿었던 사람이니 끝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쌓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분출되었고 불화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상대는 나의 감정의 끝을 건드렸다. 본인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내가 잘못했음을 널리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나에게 모든 것은 내 잘못임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본래 이해관계로 엮인 사람이다 보니 이제 본인에게 이득이 없어졌으니 혹독하게 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섭섭하게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일까? 차후 혹여 본인이 잘못이 있는지 반성하기 위해 주위의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라며 사과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그 이유가 아님을 잘 알지만 좋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 때
붓과 함께한 세월이 얼마던가. 닳고 닳은 붓이건만 머뭇거림이 없다. 그래서일까. 붓질은 생각보다 힘차 보였고 보는 이의 정신을 압도한다. 어떤 산수화가 저리도 사람을 압도했던가. 그저 마음을 밝고 편안하게 해주었던 게 보통의 산수화였건만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는 노화가의 붓끝에는 뜨거운 용암이 흐르듯 무섭도록 센 기가 느껴진다. 청주 박물관 전시장에 걸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앞이다 한마디로 웅혼하고 장엄하다. 아니 장엄하고 웅혼함만 있는 게 아니다. 비가 갠 인왕산에 서리는 물안개의 피어남은 희망처럼 그가 당도한 슬픔을 한 번에 뒤로 물리치며 산허리를 에워싼다. 마치 피어나는 꽃처럼 출렁이는 물결처럼 그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설렘은 결국 절절함으로 이어진다. "산은 여전히 변함없건만 자네는 왜 오지 못하고 있나'라며 애통해 한다. 부디 60년 지기 이병연이 변하지 않는 바위의 장엄하고 굳센 기를 받아 병환을 털어내고 일어서길 기원하며 붓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랬다. 그저 고요하고 안쓰런 마음으로 감히, 겸재 선생의 붓끝을 따라가고 있다. 가끔씩 떨리는 듯, 바로 잡는 듯 일흔여섯 노인의 허물어진 슬픔의 붓질이 안쓰럽다. 사실 겸재 선생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고, 세계 식량 공급망의 붕괴에 따른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와 지역 사회의 형평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긴요한 지구의 도전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현실에 우리 모두 공감한다면 퍼머컬쳐(permacultur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퍼머컬쳐는 영구적 농업(permanent agriculture) 내지는 영구적 문화(permanent culture)의 줄임말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활을 추구하는 총체적인 접근법으로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사짓고,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78년 호주의 생물학자 빌 몰리슨(Bill Mollison)과 데이비드 홈그렌(David Holmgren)이 공동 저술한'퍼머컬쳐 원(One)'에 처음 등장했다. 퍼머컬쳐가 추구하는 세 가지 윤리는 지구를 보살피고(earth care), 사람을 보살피며(people care), 공정하게 분배하는(fair share) 것이다. 환경 보호와 재생을 강조하고. 개인과 지역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미래 세
매년 9월 7일은 사회복지사업법 제15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복지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국가가 제정한 법정기념일인 '사회복지의 날'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999년 9월 7일에 공포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부터 9월 7일을 '사회복지의 날'로 정하고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 제15조의2 제2항에 근거하여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이러한 태동의 의미를 담고 있는 사회복지의 날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두 가지의 목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회복지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기념식을 통해 사회복지의 날 의미를 선언하고 사회복지유공자를 표창하는 것이 다였지 싶다. 물론 사회복지의 날 의미를 되새겨 보고 사회복지유공자를 표창하고 축하하는 것도 매우
지난 달 오송단지에 KAIST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6월에 발표한 첨단산업단지 육성방안의 후속 계획이라고 하는데, KAIST를 중심으로 미국의 하버드대, MIT, NYU 등 세계적인 대학과 코로나 백신 제조로 이름을 떨친 모더나 등과 연계하여 오송 3산단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20년 전 오송단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추진했던 바이오엑스포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가졌던 생각을 KAIST캠퍼스 조성과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아주대학교에 경제학교수로 있으면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이한빈 박사는 우리나라를 스위스와 비교하면서 면적도 작고, 자원도 없는 나라가 잘 살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스위스의 면적은 약 4만㎢정도에 인구는 88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임에도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최고인 8만 달러를 넘는 부자나라가 된 길을 찾아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기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였습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수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수정산 둘레길이다. 길가에 피어 있던 코스모스가 나붓나붓 가을의 전령사답게 몸을 흔들며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수정산을 오르는 길은 세 곳이다. 오늘은 평곡초등학교가 있는 약물재 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수정산을 등산한 지도 꽤 오래전이다. 둘레길이 생기기 전이었으니 아마도 5년은 족히 넘었지 싶다. 오늘 산을 같이 오르는 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글을 쓰는 지기이다. 우리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면 언제나 서로 연락을 해서 함께하곤 한다. 처음부터 너무 얕잡아 봤을까. 경사가 급한 가풀막길이다. 그나마 깔딱 고개가 코앞임에 용기를 얻고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그동안 등산로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 우리가 오르던 이 길은 이렇게 급경사가 아니었다. 숲이 우거진 산 속이었다. 지금은 밭과 산의 경계가 진 낭떠러지로 새로이 생겨난 길이다. 태양빛이 온몸으로 쏟아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찍어내며 오른다. 낭떠러지 길을 지나니 드디어 숲길이다. 이곳부터는 심하지 않은 경사의 아늑했던 옛길이다. 우리는 땀도 식힐 겸 넓은 바위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인가 깜박 잊고 말았다. 그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통치를 당했다. 일제강점기로 불리는 한민족의 수난 시기였다. 몇몇은 이때 많은 기회를 얻어 오히려 이때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지배를 받으며 기회를 얻는다고 한들, 일제 통치 속 부귀를 누렸다고 일본인 만큼 대우받지 못했다. 경제 풍족한 머슴이라고 머슴이 아닐 수는 없다. 황국신민화 정책은 일제가 세운 새로운 목표로 시작되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하나라 주장하며 한민족의 문화를 일본문화로 바꾸려 했다. 1936년부터 1942년까지 제7대 조선총독으로 있었던 미나미 지로는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國民精神總動員朝鮮聯盟)에서 1939년 인사말을 남겼다. "내선일체는 반도 통치의 최고 지도 목표이다. 내가 항상 역설하는 것은 내선일체는 서로 손을 잡는다든가, 형태가 융합한다든가 하는 그런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다. 손을 잡은 것은 떨어지면 또한 별개가 된다. 물과 기름도 무리하게 혼합하면 융합된 형태로 되지만 그것으로도 안 된다. 형태도, 마음도, 피도, 육체도 모두 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이러한 노력을 받들어 기구를 재편한 단체가 국민총력조선연맹이다.
엊그제 제577돌 한글날이 지나갔다. 대다수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휴일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이날이 단순한 휴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글이 쓰기 쉽고 깨우치기 쉽다 하여 만만히 볼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읽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또 '문해력은 읽는 것을 다른 것과 연계시키는 능력,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능력, 정보들을 연계해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어느 교육학자는 말한다. 작년에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표현을 가지고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이는 한자어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어휘력 문제였다. 여기에서 '심심'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구분하려면 한자 실력이 필수이다. 헷갈리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보면 좋겠지만 그것을 귀찮아하고 쉽게, 빨리 접하는 디지털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어린 시절부터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한자…
찬란한 정오의 햇살을 가리는 먼지처럼,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유행의 시기에 우리는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린 체,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하루라도 늪과 같은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구룡산 능선을 따라 옮겨 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다. 머릿속을 꽉 채운 상념을 호흡으로 뱉어내며 숲속에 서본다. 시원한 갈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익어 가는 내 나이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세사(世事)에 경험도 많아지려니와 인생에 대한 이해도 투철해진다. 막연하게나마 인생의 깊숙한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년의 농익음이 있을 법도 한데, 마음은 허허로운 들판에 홀로 선 것 같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을 준비하다가 세존 사리탑이 세워지자 승천을 포기하고 탑을 호위하는 호위병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세존 사리탑은 조선 고종 때 구천동에 옮겼던 것을 광우와 동원 스님이 안심사로 모셔와 종 모양으로 사리탑과 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안심사는 구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선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요즘 온갖 강력 사건 용의자 이름이 언론을 도배한다. 이런 사건 용의자 이름을 뉴스에서 대하노라면 왠지 온몸이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반면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절로 입 안에 향훈이 감도는 이도 있다. 고인故人인 지인 이름이 그렇다. 평소 음식을 이웃과 나누는 인정 많은 여인이었다. 특히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갔다. 그녀가 담은 열무김치 맛은 요즘도 혀끝에 그 풍미가 감돌 정도다. 여름철엔 그 김치만 밥상 위에 올려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만큼 감칠맛이 있었다. 수 년 전 어느 여름날 그녀가 불쑥 찾아와 김치 통을 건넨다. 갑작스런 선물에 의아해하자 그녀는 자신이 직접 담근 열무김치라고 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매주 친정어머니를 찾아뵙는다는 말을 듣고 내 몫으로 열무김치를 한 통 더 담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녀는 노인 공경심도 남달랐다. 필자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열무김치를 더 담았다고 하였잖은가. 그녀는 평소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 분들에게도 각별한 정을 쏟곤 했다. 명절 때는 꼭 양말이라도 몇 켤레 사서 챙겨 주곤 했다. 또한 병든 시아버지를 수년 동안 간병한 효부이기도 하다. 지병으로 그녀가 세상을 뜬 지도 수년째다. 해마다…
옥천 지역은 예로부터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기에 원과 역이 설치되고 군사적인 요충지이기도 하므로 일찍부터 지명이 한자화되어 기록되었기에 자연마을의 이름들이 많이 소멸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한자화된 지명을 거꾸로 소급하여 순수한 우리말 지명을 재구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옥천의 중심지에는 삼양리(三陽里)가 있다. 삼양리라 부르게 된 것은 삼거리(三巨里)의 '삼(三)'자와 양지동(陽地洞)의 '양(陽)'자를 한 자씩 취하여 삼양리(三陽里)라 하였다. '삼거리'는 구어(口語)이고 한자로는 '삼기(三岐)'라 표기하였는데 서울, 부산, 부여 방면으로 갈라지는 세갈래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양지동은 양지말이라는 자연마을의 한자 표기인 것이다. 1739년 여지도서의 기록에 의하면 지금의 삼양리와 금구리(金龜里)를 읍내면 가화리(嘉化里)라 하였다. 이 마을에 가화역(嘉化驛)이 설치되면서 1891년 신묘장적(辛卯帳籍)의 기록에는 역리(驛里)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1910년 군남면과 읍내면을 합하여 군내면이라 하면서 삼양리가 된 것이다. 삼양리에는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삼국시대 삼양리
물가가 치솟아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터져 경제전반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매우 크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3.7% 상승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월 소비자 물가는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 피부물가 비상 상태인데 정부는 큰 폭으로 오른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이 겹쳐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국민들은 사과, 복숭아, 귤을 사먹기 주저되고 음식점에서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류를 먹으려면 눈치 보이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과일, 채소, 우유와 유제품 가격 급등에다 주유소 휘발유값이 1천800원을 넘어선지 오래 되다보니 시장 보기 겁나는 정도를 넘어 생활 공간 곳곳마다 마주치는 피부물가가 비상 상태다. 정부 당국자와 한국은행은 "계절 요인이 완화하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화 할 것" "물가상승률이 10월부터 꺾여 연말께 3% 내외까지 떨
"oo리 마을이장입니다. 마을회관에서 알려드립니다. 금일 10시 마을회관에서 oo마을 단합대회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오니, 마을 주민여러분께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시는 마을 이장님의 방송을 집집마다 전달해주는 소식통 장비가 있다. 무선 마을방송 시스템은 마을주민 세대에 1대씩 가정용 무선수신기를 별도 설치하여 내 집에서 편안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잠시 집을 비워 방송을 듣지 못한 경우에도 다시 듣기 기능으로 재방송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밭일이나 논일 등 바깥 농사 활동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외부 스피커 방송을 통해 이장님의 전달 사항을 들을 수 있어 농촌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장비 중 하나다. 청주시에서는 무선 마을방송시스템 사업을 2019년부터 2023년 5년에 걸쳐 추진해 1차사업을 마무리하였고, 2023년 11월 말 2차 사업까지 완료하여 총 467개 마을에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구축된다. 우리 마을주민들의 오랜 숙원 해소는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주민 소통망이 완성될 예정이다.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돌며 이장님, 마을주민들을 뵈며 느낀 거는 이분들에게 필요한 건 작지
경남 합천 해인사, 전남 구례 화엄사, 전남 순천 송광사와 같은 대형 사찰. 사찰이란 단어를 듣고 떠올릴 수 있는 사찰의 일반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대개의 사찰은 하늘을 향해 빼곡히 솟아있는 나무를 벗 삼아 산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충주 단월동에 위치한 단호사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사이 창건된 사찰로 추정된다. 조선 숙종 때 중건한 기록이 남아있고, 당시 약사(藥寺)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54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단호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단호사는 앞서 말한 사찰들과는 궤가 다르다. 무엇보다 소규모 사찰이다. 또 단호사는 신비감을 주는 깊은 산속이 아닌 큰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오랜 수령의 거대한 느티나무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면 신비로운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몸을 뒤틀며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한 소나무의 모습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했고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흡사 한 마리의 용이 불경함으로부터 대웅전을 보호하는 듯한 모양새는 사찰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든다. 조선 초기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하나의 전설을 품고 있다. 강원도에 약
인식의 변화는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고의 변화는 태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태도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며, 가치관의 변화는 한 사람의 역사가 된다. 사람 행동의 변화와 심상(마음)을 살펴본다는 심리학을 전공한 필자도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며 생활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받아들임에 익숙했던 시기도 있었고 변화의 삶이 편한 적이 있었다. 어느 시기에는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변화들이 '삶의 한 부분이구나'라고 여기며 생활해 왔다. 더 나아가 나이가 들면서 가끔은 "젊어지고 싶다. 아니 젊어 보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었다. 최근 노화를 그저 순응해야 할 자연현상이 아니라 잘만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현대의 40~50대는 1980년대나 1990년대의 40~50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나이에 비해 젊게 살아가려고 노력(취미, 패션)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이것이 '샹그릴라 신드롬'이다. '샹그릴라 신드롬'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1933년 출판된 영국 출신의 James…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교육 현실에 비해 그동안 선생님들을 보호할 울타리는 변변한 게 없었다.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불행한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해 법 개정을 외친 선생님들의 요구는 절실하고 타당한 것이었다. 교권회복 관련 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접할 일이 별로 없는 법령의 문구나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 세부 조항의 개정이나 시행 시기 차이는 조금씩 있다고 해도 선생님들의 학생 생활지도 조항이 신설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보호자의 존중 의무가 규정되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등 교육감의 역할을 분명히 했으며, 민원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학교장의 책임이 명시되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살펴보다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초중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른 교육부의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였다. 고시에는 학업, 진로, 안전, 인성 등 학생생활과 관련되는 분야에 대한 지도 방법으로 조언이나 상담, 주의, 훈육과 훈계, 보상 등
빗소리가 기억을 몰고 온다. 유행가 가사처럼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 유년의 빗속을 함께 걸어주던 K. K를 만나고 온 지도 벌써 열 달이 되어 간다. 지난 1월에 강남센트럴씨티 터미널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다. 5년 만의 만남이었다. 나는 K에게 향수를 선물했고, K는 내게 클렌징폼을 주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 사이지만 언제나 밝게 웃는 K의 모습은 나를 환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예고 없이 비가 오는 날이면 K와 나는 비를 맞으며 하교를 하곤 했다. 낭만이나 놀이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우산을 갖고 학교 현관에 와서 기다렸지만, 나와 K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나는 7남매 중 하나인 작은 계집아이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내게 우산을 가져올 거라는 것은 애당초 기대도 안 했다. 그것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창피했다. 그나마 나와 같은 처지의 K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K의 엄마는 허리를 다쳐 일어나지 못하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느닷없이 비가 와도 올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양손에 운동화를 벗어들고 도로를 찰방찰방 걸었다. 세차게 빗줄기가
"종이컵이 없다고요. 어떻게 커피를 시음하라는 거지." 지난 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가 열린 시흥시 은행동 은계호수공원. 인도 부스에서 몬순 커피를 맛보려고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일회용컵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입장하면서 웅성거림은 카메룬, 케냐, 코스타리카, 파푸아뉴기니,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등 전체 부스로 퍼졌다. 축제조직위 관계자들과 커피 부스 운영자들의 입술은 바짝 타오르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사실 이 광경은 준비 소홀로 인해 벌어진 '소동'이 아니라 '자초한 사고'였다. 축제를 주최한 시흥시와 주관한 은계호수상인연합회는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환경축제'로 행사를 치러내자고 의기투합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각지의 고급 커피를 시음시켜 주겠다고 불러 놓고는 시음할 컵을 준비하지 않으면 민원이 쇄도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상인연합회측은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민원이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각오를 다진 터였다. 시흥시청도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따른 불평불만을 더 이상 피해가지…
가을 들녘이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계획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일주일에 세 번 아파트 둘레 길을 걷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잘 진행될 것이라 믿고 새해 벽두부터 아파트 돌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세 번째 날,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또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으나, 아직 두 개가 남았으니 느긋한 마음이었는데 이미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여자 넷이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던 약속이 생각난다.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부동산의 폐해가 사회문제로 심각할 때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였다. 단지, 생활상식을 얻으려고 사놓았던 공인중개사 교재였는데, 돌연 생각이 바뀌어 도전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펼쳤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법전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고, 낯선 법률용어는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사전과 법전을 해어지도록 뒤적여가며 학원과 도서관을 오고 갔다. 아침이면 커다란 가방에 도시락 두 개를 넣고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와 저녁 늦게 돌아왔다. 온종일 독서실에서 진을 치고 사계절을 두 번
[충북일보] 충북에서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19만2천 명까지 늘었다. 비대면 확산에 따른 무인가게 증가, 키오스크·서빙로봇 등 디지털 기기 확산 영향도 있지만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인건비라도 줄여보자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고충이 통계로 읽힌다. 충청지방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4년 4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을 보면 4월 충북 취업자는 96만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천 명(2.0%)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41만3천 명으로 1만8천 명(4.5%), 남성은 55만5천 명으로 1천 명(0.2%) 증가했다. 고용률은 67.2%로 1년 전보다 1.0%p 상승했다. 여성 고용률은 58.2%로 2.4%p 상승했으나 남성은 75.9%로 0.5%p 하락했다. 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72.6%로 0.4%p 상승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는 69만4천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천 명(2.2%) 증가했다.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는 15만 명으로 2만 3천명(18.2%) 증가했으나 일용근로자는 3만6천 명으로 6천 명(-14.4%), 상용근로자는 50만8천 명으로 2천 명(-0.4%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말다툼 중 전 여자친구 집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고 자해 소동을 벌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청원경찰서는 특수협박·특수재물손괴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2시 10분께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 친구 B(20대)씨 앞에서 흉기로 자해하며 욕설과 함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전날 B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자던 중 방 안에 소변을 누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음 날 이를 인지한 B씨는 A씨에게 "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A씨는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B씨 집 안에 있는 가구를 파손했다. 또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자해를 하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자해 행위로 손목에 상처를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임성민기자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