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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12 16:53:55
  • 최종수정2023.10.12 16:53:55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수정산 둘레길이다. 길가에 피어 있던 코스모스가 나붓나붓 가을의 전령사답게 몸을 흔들며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수정산을 오르는 길은 세 곳이다. 오늘은 평곡초등학교가 있는 약물재 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수정산을 등산한 지도 꽤 오래전이다. 둘레길이 생기기 전이었으니 아마도 5년은 족히 넘었지 싶다. 오늘 산을 같이 오르는 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글을 쓰는 지기이다. 우리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면 언제나 서로 연락을 해서 함께하곤 한다.

처음부터 너무 얕잡아 봤을까. 경사가 급한 가풀막길이다. 그나마 깔딱 고개가 코앞임에 용기를 얻고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그동안 등산로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 우리가 오르던 이 길은 이렇게 급경사가 아니었다. 숲이 우거진 산 속이었다. 지금은 밭과 산의 경계가 진 낭떠러지로 새로이 생겨난 길이다. 태양빛이 온몸으로 쏟아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찍어내며 오른다. 낭떠러지 길을 지나니 드디어 숲길이다. 이곳부터는 심하지 않은 경사의 아늑했던 옛길이다. 우리는 땀도 식힐 겸 넓은 바위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인가 깜박 잊고 말았다.

그것은 넓은 바위를 오르는 길에 서 있는 비석과의 조우 의식이다. 모양은 그리 좋지 않지만 키 큰 그 비석을 나는 좋아 한다. 그래서 언제나 꼭 껴안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덥기도 하고 숨이 차서인지 빨리 오르고 싶은 마음에 땅만 보며 길을 재촉하다보니 그 비석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바위에 앉아 땀을 닦다 보니 저 만치 앞에서 그 비석이 나를 등지고 서 있다. 마치 서운하다는 듯이 말이다. 단 숨에 달려가 그 비석과 무언의 인사를 나누었다.

어른 키보다 큰 그 비석에는 '박서장군전승기념비'라는 글씨만이 크게 새겨있다. 박서 장군이 어느 시대 사람이며, 어느 전쟁에서 이겼다는 것인지도 아무런 설명도 없다. 아마도 어떤 이는 박서 장군의 전승비를 마주하면서 6·25 전쟁에서 승리를 한 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서 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음성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음성 향토사료에 의하면 박서 장군은 고려시대 사람으로 음성 박 씨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장군은 고려 고종 18년(1231년) 살리타가 이끄는 몽고군 침입 때 김경손 장군과 함께 귀주성을 지켜낸 인물이기도하다.

산을 오르는 길목에 우뚝 서 있는 박서 장군의 승전비를 보노라면 왠지 듬직한 마음에 힘든 것도 잠시 부려 놓을 수 있어 좋다. 오늘도 장군의 비석을 한번 꼭 껴안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정말 수정산 둘레길이다. 봄 산이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면 가을 산은 마음을 넉넉하게 해 주는 맛이 있다. 수정산 둘레길이 아기자기하니 정겹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자박자박 걷다보니 어느새 양물재 마을로 내려가는 수정산 들머리다. 오랜만의 수정 산행에 가슴이 뿌듯하다. 우리는 서로 약속은 안했지만 아마도 조만간 수정산 둘레길을 다시 찾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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