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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벚꽃이 피고 지는, 완연한 봄이 왔다. '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설렘을 주는 계절이다.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등 새로움이 발아(發芽)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3월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어 새로운 학교,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더 설렘으로 가득 찰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학교는 어떠할까. 지난해 전국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가 실시되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27.3%였다. 교사들 4명 중 1명은 학생들이 수업 때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잠자는 교실', '딴짓하는 교실', '멍 때리는 교실'은 우리 교육 현장을 설명하는 데 익숙한 수식어가 되고 있다.

교실은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전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나 태도를 본받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보다 나아지는 변화를 꿈꾸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은 필연적으로 변화와 성장에 대한 동기로 이어진다. 배움을 통해서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갖고 우리는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잠자는 교실에서는 이러한 배움에 대한 동기를 보기 어렵다. 많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문제는 여러 다른 사회 문제들과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필자는 배움에 대한 목적의식을 잃어버린 채 배움의 결과에 집중한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왜 배워야 하는지, 배우는 행위가 스스로의 삶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무엇인가를 새로 알고 익히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일 수 있는지를 알게 하기 보다는, 더 높은 순위에 오르고 더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 것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은 최상위이지만, 행복도는 최하위라는 익숙한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하다. 폐교하는 학교들이 전국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며, 대학가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만연하다. 그러나 관점을 전환하면, 이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무한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 많은 학생들을 변별하기에 급급했던 것에서 벗어나서,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들이 즐겁게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더 많은 교육적 자원들을 학생에게 집중시킬 수 있으며,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나아가도록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정에서 학교를 고발하는 한 오래된 영상에서 본 인상적인 구절이 생각난다. 학생들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 되겠지만, 우리 미래의 100%라는 말이다. 경쟁보다는 상생을, 순위보다는 성취를 강조할 때, 잠자는 교실은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으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본질로 돌아가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배움의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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