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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올 초 두 종류의 화분을 선물 받았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식집사(식물을 모시는 집사)' 트렌드를 반영한 친구의 선물이었다. 그간 식물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던 전력이 많았던터라 잘 키워낼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다. 이번에는 꼭 제대로 키워보리라 다짐하며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틈틈이 공부하며 정성을 쏟았다. 처음 걱정과는 달리 식물들이 정성을 알아준걸까. 매일 새로운 잎이 나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식물을 키우는 재미, 이른바 키우는 '맛'을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 전 세대가 식집사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주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지는 '경이로운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는 키우는 식물에 맞는 흙과 물, 빛, 바람, 영양분을 주어야 한다. 혹시 물을 너무 많이 주지는 않았는지, 빛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는지 등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씨앗 안에 숨어있던 생명과 만날 수 있다. 잘 자란 식물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중에 'thrive'가 있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thrive'가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장을 표현할 때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 안에 있는 각자만의 씨앗을 잘 키워내는 것, 그것이 곧 사람의 성장(thriving)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혹은 백지설)이다. 어떠한 관점을 취하는지에 따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질적으로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지, 아니면 악한 본성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지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세 가지 관점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인간은 누구나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이다. 선에서 악으로, 악에서 선으로, 아무 것도 아닌 백지 상태에서 선 혹은 악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지금의 내 모습이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지더라도, 지금의 내 모습에서 어떠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지라도 누구나 변화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 변화의 씨앗에서 언제 싹이 나고 어떠한 모양의 잎이 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꽃과 나무의 종류마다 필요한 흙과 물, 빛, 바람의 양이 다르듯이 사람에게도 각자의 씨앗을 발아할 수 있는 시기와 방식은 다르다. 그러나 각자의 씨앗이 발아할 준비를 시작할 때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변화할 수 있는 존재로 믿기 시작할 때라는 점은 분명하다. 스스로를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때 실패와 좌절에도 다시금 일어나서 도전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과거의 후회에 연연하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할 수 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과 열매를 맺듯이, 사람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더 나아진 삶을 살아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라는 씨앗을 발아하기 위해 스스로를 잘 돌보자. 충분한 물과 빛, 바람, 그리고 좋은 영양분이 담겨 있는 흙을 주자.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하고 잘 키워내는 재미를 느껴보자. 그러면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 성장(thriving)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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