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8.04.28 15:46:0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어떤 사람이 날이 저물어 밥을 지으려는데 부엌에 불씨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웃 마을에서 불씨를 얻어오기 위해 등불을 들고 밤길을 나섰다. 십리 길을 걸어 헐레벌떡 뛰어온 그 사람에게 이웃 마을에서 불씨를 주면서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아니, 이 사람아! 들고 있는 등불을 두고 어찌 이리 먼 길을 달려왔는가?”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등불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불씨를 얻기 위해 그 같은 고생은 하지 않았을 터이다.

이와 같은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지만 우리들 자신도 결코 이런 범주에서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불씨를 구하는 사람처럼 우리들도 등불 속에서 등불을 찾고 있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복과 기쁨 속에 살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를 일러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행복을 알지 못하고 멀리서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행복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알기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비유가 짤막한 교훈적 우화들을 모아놓은 백유경(百喩經)에도 실려 있다.

머나먼 서쪽 바다에 숭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이 숭어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이 숭어는 동쪽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이 보고 싶어졌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서쪽 바다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없었으므로 태양이 떠오르는 동해가 숭어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숭어는 큰 결심을 하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랐던 서해를 떠나 동쪽을 향해 부푼 꿈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동쪽 수평선 너머에는 틀림없이 아름다운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열심히 헤엄치며 나아갔다. 그러다 여행길이 힘들어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저 멀리 반대편에서 힘차게 헤엄쳐 오는 고등어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고등어야, 너는 온 몸에 희망을 가득 안고서 어디로 가고 있니?”

“응, 나는 서쪽 바다를 찾아가고 있단다. 너무 황홀하게 지는 저녁노을이 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붉게 노을 지는 서쪽 바다에서 살고 싶단다. 이쪽 동해는 너무 재미가 없어!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지금까지 동해를 향해서 열심히 달려가던 숭어로써는 정말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숭어가 그토록 동경하던 곳이 고등어에게는 그저 무료하고 답답한 세계 일 뿐이라니… 그 때 숭어는 고등어를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남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연을 돌아보는 일이다. 늘 존재하고 있어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잊고 지내고 일쑤다. 그래서 남이 가진 것은 크고 화려하게 보이고, 내가 지닌 것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지닌 조건이나 배경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안에서 찾지 못하고 밖에서 구하게 되는 불만족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비교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불행해진다. 그러므로 각자의 삶은 절대비교다. 자신이 지닌 장점과 능력을 인정하는 순간 그 자리가 극락이 되고 천당이 된다.

불교에서는 완벽한 세상을 도솔천(兜率天)이라고 하는데, 이 말 속에는 ‘지족(知足)’의 뜻을 담고 있다. 즉, 만족할 줄 아는 삶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인생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혹여나, 이생을 살고 있으면서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조건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손아귀에 행복을 쥐고 있으면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망설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라. 우리가 동경하는 완벽한 세상은 따로 건설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며칠 전 이웃 절에 갔다가 그 곳 정원에 피어있는 라일락 향기가 바람결에 전해져 왔다. 한 참을 라일락 그늘에서 서성이다가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우리 절 정원에도 보라색 라일락꽃이 피어 있었다. 남의 절 정원에 핀 꽃만 귀하게 여길 줄 알았던 나의 무관심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때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모를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