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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 웹출고시간2023.01.01 14:57:33
  • 최종수정2023.01.01 14:57:33

편집자주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에 달한다. 충북은 제천시를 비롯해 보은·옥천·영동·괴산·단양군 등 도내 11개 시·군 중 6곳이 포함됐다. 음성군과 충주시 역시 인구감소 우려지역으로 꼽혔다. 지방소멸현상이 농촌지역을 넘어 지방대도시로 번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을 더한다. 지방소멸현상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을 만나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인구미래전략과 지방자치단체 지원책에 대해 들어봤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인구변화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 기를 걱정 없이 안심하고 결혼·출산할 수 있도록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출산율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부의 '킹핀'은 무엇인가

출산율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많아서 하나를 콕 집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삶이 안정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때 출산율이 오를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율과 삶의 질은 깊은 연관이 있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헝가리처럼 과감한 출산정책,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도록 노후준비 관련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 김용수기자
◇그동안 출산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출산율 제고에 필요한 예산을 가족지원예산이라고 한다. 가족지원예산만 보면 GDP대비 OECD 평균은 2.4%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4%밖에 안 된다. 한마디로 예산을 투입해 헛돈을 많이 쓴 것이다. 장기간 진행된 산하제한 정책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출산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2.1'이라는 숫자다. 둘이 만나 평생 몇 명을 낳느냐가 합계출산율인데 1983년 2.1명 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1보다 내려가면 인구 유지가 힘들어 진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은 2005년에 제정됐다. 이미 늦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예전에 잘못된 정책들이 국민들에게 깊게 잠재적으로 인식돼 있다. 공급자 위주의 정책도 문제다. 요즘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생각이 다른데 정부에서 무작정 낳으라는 식의 정책만 강요했다. 이젠 젊은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에 맞는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저출산 고령사회 투자예산 재구조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그간 저출산 대응을 위해 34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오히려 인구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예산내역을 살펴보니 저출산 정책과 관련 없는 예산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저출산과 직접 관련된 예산만 추리면 오히려 OECD 평균 수준보다 적다. 그간 추진된 사업을 평가해 효과성이 낮은 정책은 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 대부분 수당 등 단기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준비 중인 생애 주기별 종합 대책은 무엇인가

일자리가 없으니 결혼이 늦어지고 일자리를 얻었다고 해도 안정된 주거공간이 없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난임도 많다. 만약 아이를 낳는다 해도 보육 환경이 좋지 않다. 교육비도 만만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하는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 이유로 남성은 주택·교육비를, 여성은 자아실현·교육비를 꼽았다. 교육 개혁의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노동 개혁은 아이를 키울 때 육아휴직, 탄력·단축 근로 등의 다각적인 정책검토가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동전의 양면 같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투자'였는데, 지금은 '비용'이 되고 말았다. 복지제도가 완전하지 않을 때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부양했지만 지금은 내 아이가 남의 부모를 부양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왜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연금개혁,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연금 개혁은 아이를 낳은 사람과 안 낳은 사람과의 차등을 둔다거나, 노동개혁은 60세 정년 연장 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3대 개혁이 이뤄지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도움 될 것으로 본다.

◇인구변화 대응 전략으로 이민정책도 거론되고 있다. 구체화된 내용이 있나

다양한 인구위기 대응 방안 중 한 가지 수단으로 이민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고,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책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인구변화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에 대해 밝히는 인터뷰를 마친 후 충북도민에게 '손하트'로 새해인사를 전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제는 '돌봄 경제'로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당연히 돌봄 경제는 발전해야 한다. 돌봄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에게 당연히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사실 돌봄 경제는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시장도 커질 것이다. 다만 돌봄 수요는 늘어나는데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 돌봄에 있어 해결해야 할 근본적 문제다. 최근 국립재활원의 로봇 돌봄을 견학했다. 돌봄 인력 부족문제에 적절히 조합한다면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가능하다고 본다.

◇인구변화 대응 사회혁신으로 '연령 통합'이 제시되고 있다. '나이' 기준의 각 분야 정책·사회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구조 및 생애과정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사회의 문화와 제도 차원에서 '연령'을 이해하고 활용해온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초고령사회 적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구성 원리로서 연령통합의 철학과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교육, 소득, 고용, 건강, 돌봄 등의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방안과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연령 통합적 사회준비'를 주요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가 산하 전문가 자문단을 활용해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연령기준을 점검하고 각 부처별 제도 간 연계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충북도와 저출산·고령사회 지역정책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앞으로 추진방향은

충북의 인구소멸지역이 적게 책정됐다는 것은 좀 틀리다. 다만 충북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청년 이탈 숫자는 여전히 전국적으로 많다. 지역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는 지역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역인구소멸은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구전략에 지역 격차 해소를 포함시켰는데, 인위적인 격차 해소는 안 된다. 충북의 대표적 산업 육성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청주가 서울과 멀지 않은 곳인데 철도 건설이 제일 늦었다. 철도, 도로, 항공 등 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민선8기 충북도가 출산·양육수당 지급을 약속했는데 예산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정책은 무엇인가

지역마다 인구 상황과 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인구 상황, 현재 추진 정책, 그간의 성과와 부족한 점 등을 분석해 지역 상황에 걸맞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17개 시도와 각각 MOU 체결을 진행하며 지역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예산 관련해서는 현재 출산·양육 지원이 부처·지역별 산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저출산 관련 현금성 정책의 효과성을 검토하고 산발적 지원정책을 모아 국가에서 과감하게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충북 도민들께 인사 해 달라

충북 영동 출신으로서 충북의 발전에 대한 염원을 항상 갖고 있다. 충북은 내륙지역이어서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데 그 이름에 걸 맞는 지휘를 갖지 못 해 충북 출신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향 발전과 인재 육성에 힘쓰겠다. 충북이 발전해서 출산율도 더 높아지길 바란다. /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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