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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06 15:17:47
  • 최종수정2023.08.06 15:17:47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비건 패션 브랜드를 하는 나로서 가끔 길고양이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마 길고양이에 대한 여러 다양한 시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받지 않나 싶다. 나는 그저 길을 가다 이 말 못 하고 연약한 존재들이 굶주리거나 다치고 질병에 걸리는 등의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고 폭염주의보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사람도 지치고 고달픈데 길 위에 사는 동물들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된다. 길고양이, 즉 길냥이들은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존재이다. 치열한 하루를 살다가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가다가 우연히 길냥이를 마주치면 신기하게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나를 가장 강력하게 즉각적으로 행복을 주는 건 길 가다 마주친 사랑스러운 고양인 것 같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무엇이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특히 이런 더운 여름에는 길을 다니다 보면 가끔 고양이용 캔이나 아마 사료를 담은 듯한 플라스틱 그릇, 츄르 스틱 봉지가 부패된 채 어질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길냥이들은 이 부패된 사료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부패한 음식물과 함께 나뒹굴고 있는 이 쓰레기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감을 줄 수 있고 나아가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길냥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에 먹이를 준다면 추가적으로 주변 관리과 청소가 필요하다.

또한 먹이를 주는 행위가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어도 번식으로 인한 고통이 배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책 <고양이 생태의 비밀>은 고양이 생태학자 야마네 아카히로가 아이노시마 섬에서 7년간 추적 관찰한 고양이 생태를 기록한 책이다. 이 저자에 따르면 고양이는 보통 1년에 한 번 발정하는 반면, 도시 내 길고양이는 인간이 급여하는 고단백질 사료 때문에 영양상태가 좋아져 1년에 몇 번이나 새끼를 낳게 된다. 1년에 수차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후죽순으로 태어나는 '아기 고양이'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대란이 일어난다. 고양이 생태학자 야마네 아카히로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중성화 수술', TNR(Trap and Neuter, 포획 후 중성화 수술)이다. TNR을 하게 되면 우선 길고양이는 발정 스트레스와 출산으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국내에서도 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NR은 각 구청별 동물 관련 부서에 전화하여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청이 접수되면 구조 관련 위탁 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원래 있던 지역으로 방사되는 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이 외에도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가입하고 후원하면 포획틀을 대여할 수 있는데 직접 포획하여 지정된 동물병원에 맡기면 저렴한 금액에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귀엽고 작은 고양이가 굶주리는 모습을 보면 먹이를 주고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시에 길고양이들이게 필요한 건 고양이 사료나 츄르를 주는 사려 깊은 마음에서 나아가 고양이가 지속적으로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는 TNR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먹이만 주는 행위는 하나의 개체를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할지는 몰라도 번식으로 인한 고통은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노시마의 섬사람들은 도시에서 흔히 하는 것처럼 일부러 돈을 들여 캣푸드를 사서 길고양이에게 주지 않는다고 한다. 섬사람들은 길고양이와 같은 집락 안에 함께 살면서도 '사람'은 '사람',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렇게 길고양이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그들의 삶에 크게 개입하지도 않으면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추가로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주변 주민이나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되진 않을지 체크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길고양이에게 한번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그곳에 먹이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주변을 방문하게 된다.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위치를 바꾸거나 중단하게 되면 길고양이는 먹이를 달라며 울어대게 되고 이 피해는 동네 주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길고양이를 누구나 사랑할 필요는 없다.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는 길고양이를 누군가는 기피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이 땅은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 아마 고양이들도 굶주림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보다 자연에서 뛰어놀며 사냥도 하고 서로 그루밍도 해주는 행복한 삶을 꿈꾸지 않을까. 언젠가는 도시의 사람들도 그 속에 사는 길고양이들도 행복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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