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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13 17:41:26
  • 최종수정2020.04.13 19:12:05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새봄처럼 예쁜 이름의 봄동은 그야말로 봄날에 먹는 배추이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 배추가 마구 쏟아지는 마당에, 봄 채소의 무리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러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겨우내 묵은지 밥상을 산뜻하게 바꾸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지난해 담그던 김장김치에 배추와 무, 마늘과 고추가 4대 식재료였다면, 봄동(菘萶)은 봄나물과 함께 식탁의 색깔을 바꾸는 선봉장이었다. 쌈은 물론 전과 무침나물, 물김치 그리고 김치 대용의 겉절이까지 다방면의 팔방미인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같은 빛깔의 부침들 속에 봄동 부침개의 등장은 갓 시집온 새댁마냥 싱그러움을 드러냈다.

20세기 초반부터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의 하나로 아삭한 식감으로 호평받던 봄동은 비타민C와 칼슘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효능 있는 채소이다. 옛 중국 속담에는 봄동과 같은 "배추를 반년 동안 먹을 때, 의사들은 하릴없어 놀고 있다"라고 할 만큼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가을날 김장배추를 걷어낸 자리에 파종하여 이듬해 봄에 수확하는 노지 배추다. 봄동의 제맛을 느끼려면 아무런 양념 없이 그냥 씹어 먹는 방법이 좋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덕분에 일반 배추보다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봄동은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잎이 둥글게 말려 올라가며 속이 꽉 찬 결구성의 가을배추와 달리 잎이 제멋대로 옆으로 퍼져있다. 배추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속성과 모양을 갖춘 덕에 봄배추로서 인정을 받지만, 결코 배추라는 이름에 의지하지 않고, 자유분방함을 가진 모습으로 봄날의 식탁을 채우는 위풍당당한 채소다.

기원전 484년경 공자가 편찬한《시경》에 '봉(葑)'이란 글자로 처음 기록된 배추는 5세기 양나라의 도홍경이《명의별록》에서 '숭(菘)'이라고 적으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봄동은 삼국시대에 탄생한 역사가 있다. 고려시대인 1236년에 출판된《향약구급방》에서 '숭채(菘菜)'라 처음 적고, 이두문자로 '무소(無蘇)'라고 기록했는데, 배추와 순무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배추는 '백채(白菜)'로 쓰지만, 표기대로 하지 않고 백(白)자의 고대 음인 '배'와 채(菜)의 고대 음인 '추'로 부른다. 1527년 최세진의《훈몽자회》에서는 '숭(菘)'을 '숑'이라 했지만, 지금과 같은 배추의 발음은 경상도 방언인 '배차'가 옛사람들의 배추발음에 더 가깝다.

조선 후기의 허균이 지은《한정록》과 박세당의《색경》, 박지원의《연암집》, 홍석모의《동국세시기》등에도 배추를 기록했다. 그러나 배추가 지금의 통배추와 다른 이파리가 둥글게 말리지 않고, 길게 쭉 뻗는 얼갈이 같은 형태의 배추였다. 일제강점기 때까지도 거의 비결구성 배추인 봄동과 같은 배추로 식탁을 채웠다.

배추 기록에 나오는 남선 지방은 1939년 일제가 붙인 명칭으로 남쪽을 말한다. 1909년 청국에서 청채ㆍ고채 씨앗이 도입되면서, 이용기가 1924년에 펴낸《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개성배추는 비교적 북쪽 지방에, 경성배추는 경성 이남 지방에 많이 보급했다." 2009년 간행된《한국토종작물도감》에서는 "1924년에 경성배추는 남선 지방에서 개성배추보다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이 월등히 많아 조선백채(白寀)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라고 했다.

현재와 같은 통배추가 1906년부터 등장하고, 1954년 우장춘 박사에 의해 배추씨가 생산 자급되면서, 봄동과 같은 토종배추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재배도 거의 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웰빙의 바람을 타고 다시 등장하면서 애호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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