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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들의 음식 '송이버섯'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8.10.01 18:42:16
  • 최종수정2018.10.01 18:42:1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지난달 중순, 평양에서 열린 9월 평양공동선언 기념으로 북측에서 송이버섯 2t을 보내와 화제를 모았다. 고령자순으로 4천 명의 이산가족들에게 1인당 500g씩 추석 선물로 전달됐다.

 시월은 송이의 계절이다. 먹고 안 먹고는 자유이지만 지금쯤 먹지 못하면 또 한해를 기다려한다. 송이에 관한 문헌기록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앞선다. 고려 전기의 이인로가 1220년에 지은 '파한집'에는 "마침 송이를 바치는 이가 있어, 어젯밤 좋은 음식(食指) 징조가 있더니 오늘 아침 기이한 향기를 맡네. 원래 작은 언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진대. 오히려 복령의 향기를 지녔네."라며 송이를 송지(松芝)로 처음 기록했다. 고려의 계관시인 이규보는 송이를 '신선의 음식'으로 비유하며 송균(松菌)으로 적어 예찬했다. 목은 이색은 자신의 시문집에서 '선녀의 하얀 속살'로 비유하며 송이를 노래했다.

 중국에서는 남송시대 진인옥의 '균보'에 송심(松蕈)으로 처음 기록됐다. 원나라 때 왕정의 '농상통결'에는 소나무 밑에 생기는 버섯을 송활(松滑)이라 했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송심이 나오는데 소나무 그늘에서 자생한다. 소나무 뿌리에 나는 복령(茯靈)은 복신(伏神), 복령(伏靈)으로 부른다."고 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도 복령(茯笭)이 고려의 토산품으로 기록됐다.

 고려의 이규보는 송이버섯을 '동국이상국집'에서 "내 듣거니 솔 기름을 먹는 사람, 신선의 길 가장 빠르단다.(得仙必神速)"라고 예찬했다. 솔바람과 찬이슬만 먹고 자라는 고고한 자태의 송이를 먹으면 마음까지 평온해진다고 했으니 송이를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다.

 신선방약과 불로장수의 비방을 찾던 신선과 왕들에게 송이는 안성맞춤이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인 송이는 탄수화물과 비타민B가 풍부하고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현대인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항암,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재로 활용되어 왔으며 "위의 기능을 돕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기를 더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여 준다."고 했다.

 고려의 이색은 '목은시고'에서 "송이 만든 시초는 비록 땅의 힘이지만, 바람소리와 맑은 이슬만 먹고 자란다네."라며 식도락을 얘기했다. 왕실뿐만 아니라 사대부 양반과 백성들로부터 귀한 선물이던 송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 중국의 진시황은 영지버섯을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고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송이버섯을 하늘이 내려준 음식이라 여겼다. 송이버섯 특유의 솔향기와 맛 때문에 버섯 중의 으뜸으로, 또 제찬(祭饌)과 고급 식재료로 손꼽았다.

 조선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55개 군현의 토산품으로, 임금이 사신에게 송이(松茸)를 선물로 보냈다. 그런가하면 서거정은 "팔월이면 버섯 꽃이 눈처럼 환하게 피어라. 씹노라면 좋은 맛이 담백하고 농후하네." 김시습은 "솔 비녀 떨어진 곳에 버섯 꽃이 빛나네. 연하고 부드럽지만 오히려 송화 향기를 머금었구나."라 하였다. 영조는 송이를 진귀한 네 가지 음식으로 꼽았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다. 독이 없고 맛은 소나무 냄새를 포함하고 있어서 가히 향기롭고 뛰어나다. 나무에 나는 버섯 중에 제일"이라고 했다.

 '음식디미방'에는 송이를 한글로 '숑이'라고 처음 적었다. '규합총서'에도 '숑이'라 적었고, '시의전서'에는 송잇국, 송이찜, 송이산적 등이 기록되었다. 송이는 특유의 은은한 솔향이 있어 물로 씻지 않고 별도로 조리하지 않고 먹거나 결대로 찢어 소금간만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一)능이, 이(二)표고, 삼(三)송이'로 불리지만 워낙 귀한 먹거리라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예로부터 산속의 진미, 귀족버섯으로 알려진 송이버섯은 그윽한 솔향기와 달짝지근한 맛,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의 세 가지 아름다움을 갖춘, 숲속의 요정이 보내준 성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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