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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20 13:43:58
  • 최종수정2017.11.20 13:43:57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채소 쌈의 대장격인 상추는 '날로 먹는 것'의 생채에서 그 어원이 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와거, 와채, 생치, 부루, 부로 등으로 불렀다. 1748년 조선 사역원에서 편찬한《동문유해》에 생채를 '상추'라 표기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기원전 4,500년경부터 식탁에 오른 상추는 7세기 이후 페르시아와 중동에서 둔황을 거쳐 중국에 전래되었다. 중국 당대인 713년 맹선의《식료본초》에 상추가 '백거(白·)'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북송 때의 도곡이 964년에 쓴《청이록》에는 "상추(··)는 와국(·國)에서 건너온 풀"로 기록하고, 11세기 송나라 팽승이 쓴《묵객휘서》에서 "상추(·菜)는 와국(·國)에서 전해온 것이기에 그렇게 이름한다." 또 "상추는 독이 있어 온갖 벌레가 감히 근접하지 않는다. 뱀이 상추에 눈을 닿으면 눈이 멀게 되어 보지 못하게 된다."고 기록한 것을 1578년 명나라의 이시진이 완성한《본초강목》에 적었는데 그 후 여러 책에 다시 인용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이미 전래되었다. 1236년에 출간된《향약구급방》에서 상추를 이두문자로 '자부두(紫夫豆)' 또는 '자부두채(菜)'로 기록한 것이 가장 오래되었다. 1823년 한치윤이 간행한《해동역사-물산지》에는 청나라 고사기가 쓴《천록지여》를 인용해, "고려(고구려)국의 사신이 오면 수(隋)나라 사람들이 채소의 종자를 구하면서 대가를 몹시 후하게 주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이름을 천금채(千金菜)라 하였는데 지금의 상추이다."라고 하였다.

고려에서는 상추를 '고려쌈'이라 불렀다. 원나라 황실에 쌈 문화를 비롯하여 약밥, 약과 등 중국 원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에 수출될 정도로 국제적인 식품으로 자리했다.《해동역사》에 인용된 상추는 원나라의 양윤부이 지은 <난경잡영〉시에 극찬되었다. "다시금 고려의 생채를 말할진대 산 뒤편의 향초를 모두 가져온 것 같네."라 하였는데, 후대에 이르러 '마고의 향기보다 향긋하다'고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또 그는 "고려 사람들은 밥을 생채로 싸서 먹는다."고 덧붙여 실어 놓았다.

상추는 경상도에서 '상치', 제주도와 북한에서는 '부루'라고 부른다. "상추를 먹을 때 눈을 크게 부릅뜨게 된다."하여 '부루'라는 북한 속언과 같이 중국에서 월강초(越江草)로,《본초강목》에서 은근초(慇懃草)라 불렀다. 예로부터 '가을 상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상추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고 줄기의 즙액에는 진통과 최면작용을 하는 락투세린과 락투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천연수면제 기능도 있다. 그러나 산모에게는 금할 음식중의 하나이다.

복을 싸 먹는 음식, 쌍추쌈은 원래 선비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먹는 방식과 부정적인 평가도 있고 구도자들에게도 쌈은 일종의 금기음식이었다. 하지만 수행처 주변에서 끼니때마다 쉽게 구하고 흔한 푸성귀로 만드는 사찰음식에서 상추쌈은 절집에서 미각을 가졌다. 한 쌈의 오묘한 맛이 그것이다. 또 그 먹는 소리는 수천마리의 누에가 한꺼번에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처럼 들린다.《묘법연화경》에서 '온 세계의 풀과 약초, 초목이 분수에 맞게 성장한다.'고 하여 '그 가지와 잎사귀, 꽃과 열매 등 자연의 은혜를 잊지 말라'《잡보장경》고 주문했으며,《법원주림》에는 '입 안의 즐거움'까지도 경계하였다. 일찍이 다산 선생은 "상추 잎에 밥을 얹어 쌈을 싸서 먹었다.(用··葉包飯) … 내가 입을 속이는 방법이라네.(此先生欺口法也)"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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