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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의 쓴맛 '씀바귀'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9.05.13 17:56:52
  • 최종수정2019.05.13 17:56:52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민초들은 어느 때나 국가에서도 삶이 고단했다. 전쟁과 시련이 많았던 우리 민족에게 겨울보다 봄 보릿고개가 더 무서웠다. 추위보다 배고픔이 더한 고통이었다. 이처럼 고통을 이겨내는 풀, 쓰디쓴 쓸개의 맛을 지닌 풀이 씀바귀다. 먹을 때 고통을 주는 채소란 뜻의 고채(苦菜)이다.

배고픈 세상은 아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배고픔은 민초들의 일상이었다.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을 앞뒤로 한 보릿고개는 보리가 익는 망종 때까지 보름 동안인데, 먹을거리가 모두 동이 났을 이맘때 먹던 씀바귀가 더 쓰게 여겨졌던 셈이다.

주린 배를 채워야만 했던 이 시기에 웬만한 풀, 뿌리, 나무껍질 등 먹을 수 있던 것은 거의 다 먹어치운 데다, 입하를 지나면서 나물거리가 되는 식물들은 억세지고 독성이 생겨나서 먹기도 어렵다.

'햇볕이 더해지고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 무렵에는 쓴맛이 나는 씀바귀가 꽃이 피는 시절이다. 이즈음에 쓴맛이 나는 나물의 특징은 꺾으면 줄기에서 하얀 진액이 나온다. 특유의 쓴맛을 가진 씀바귀는 이른 봄 채취한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성숙한 것은 한방에서 지정제로 쓴다. 한반도와 일본 등에서만 자라기에 서양 사람들에겐 아주 생소한 식물이다.

우리 민간에는 씀바기․쓴나물․씸배나물․싸랑부리 그리고 씀바귀가 논두렁이나 비탈진 곳에 뿌리를 뻗어나기에 산사태를 방지한다고 '사태월싹'이라는데 충남의 방언이다. 또 겨울에 싹을 틔운 뒤, 눈 속에서도 푸른 기운을 유지한다고 해서 유동(遊冬)이라 부르고, 겨울철 눈 틈에서 파릇한 씀바귀를 보면 뜯어다가 얼음물에 헹궈 날로도 먹었다. 옛사람들은 "씀바귀를 먹으면 추위를 덜 탄다"고 했다.

씀바귀는 기원전 6세기경 '도(荼)'라 처음 기록됐다. 기원전 550년경의《이아》에는 "씀바귀 도(筡)는 고채(苦菜)이다"고 적었다. 기원전 470년경의《시경》에는 "씀바귀를 누가 쓰다고 했나요. 내게는 냉이처럼 달지요"라며 이미 식용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1세기의《신농본초경》에는 천정채라 하고, 3세기 위나라의 오진이 편찬한 《본초》에서 씀바귀를 '신초(神草)'라 불렀다. 973년에 편찬된《개보신상정본초》 등에는 "천마(天麻)란 하늘이 심은 마, 선인이 심고 깊은 산이 싹을 피운 것이므로 범인이 심으면 천마는 되지 않는다"고 신비의 약초라 했다.

1314년 원나라 홀사혜가 쓴《음선정요》에는 "씀바귀는 정력증강과 얼굴이나 눈의 노란 기운을 없애주며, 오장의 사기를 쫓아 안심, 경신(輕身), 내노(耐老) 등의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해서 천정채(天淨菜)"이라 했다. 명나라 때의《본초강목》에는 씀바귀를 "남쪽 사람들은 어린싹을 채취하여 쪄서 나물로 먹는데, 맛이 약간 쓰고 오래된 장 냄새가 나기 때문에 고채라 불렀다"고 했다.

삼국시대로부터 식용해온 씀바귀는《고려사》에서 "[초후]에 씀바귀(苦菜)가 길게 올라온다"고 처음 기록했다. 조선시대의《동의보감》에서는 고거(苦苣), 고채라 적고 "12 경맥을 고르게 하고,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키며, 열로 생긴 담을 없앤다며 씀바귀로 나물을 만들어 늘 먹는다"고 했다. 봄철에 데쳐서 양념이나 소금저림 무침, 김치로도 먹는다. 나물로 먹을 때는 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여러 시간 물에 불려두는 것이 좋다.

중국 흑룡강성에서 '암이 무서워한다는 풀'로, 예로부터 '효자풀 또는 출사 서생풀'로 알려진 씀바귀는 아기의 모유를 띨 때쯤에 쓰던 명약이다. 하얀빛의 유즙을 발랐는데 먹은 아이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울어대면서 인생의 첫 쓴맛을 씀바귀로부터 경험하게 된다. 한방에서는 기침약, 해열, 종기 등의 치료제로 쓰고 있다.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고, 천 년 전부터 민초들과 함께 해온 식물이자 식재료인 씀바귀는 자생력이 강해서 도로변에 많은데, 중금속이 다량 함유하므로 채취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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