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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살린 음식 '명이나물'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9.10.28 17:19:06
  • 최종수정2019.10.28 17:19:0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지금, 명이(茗荑)나물이 제철이다. 지난 6월까지 딴 명이가 제대로 익어서 제맛을 낼 때다. 이른 봄에 눈 속에서 자라는 '명이'의 정식 명칭은 산마늘(茖葱ㆍ山葱)이다. 명이나물로 더 알려져 있는데, 그 이름은 "산마늘을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고 해서 명이(明耳), 또는 울릉도 사람들이 혹한기에 먹을 게 없을 때, "산마늘로 연명했다"고 하여 명이(命荑)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명이나물은 산에 나는 자연산 마늘을 가리키는데, 잎사귀 등 식물 전체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망부추ㆍ땅이풀ㆍ서수레ㆍ얼룩산마늘ㆍ행자마늘(行者葫)이라고 하며, 특히 울릉도에서는 멩이ㆍ멩이풀ㆍ맹이ㆍ명이라고 부른다. 뿌리는 마늘처럼 몇 쪽 모양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한 줄기로 되어서 일반 마늘과는 쉽게 구분이 된다.

불로초로 불리는 명이나물은 울릉도와 설악산 등 강원도가 대표적인 원산지이다. 해발 7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낙엽 등 부엽질이 풍부한 토양과 약간 습기가 있는 반그늘에 서식한다. 한 해 동안 새순이 1~2개씩만 자라는 명이나물은 3~4년을 기다려야 제대로 된 상품으로 수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잎사귀를 식용하는데, 간장과 김치 절임, 염장이나 장아찌, 묵나물 등 저장식으로 먹는다. 거의 6월까지는 생즙이나 날 것으로 쌈을 싸 먹거나 무침, 초절임, ㅤㅂㅜㄲ음, 튀김, 국거리 등으로 먹고, 약재로는 씨앗과 알뿌리를 사용한다.

흔히 울릉도산과 강원도산으로 구분하는데, 강원도 오대산 명이나물은 잎이 길고 좁지만, 울릉도산은 잎이 넓고 둥근 것이 특징이다.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해양성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울릉도 명이는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매운맛을 지니고 있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명성과 달리 울릉도의 아픈 역사와 같이 려말선초에 일본 왜구들의 잦은 출몰과 약탈로 1157년 고려 조정에서는 섬을 비워두는 공도정책을, 조선에서는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킨 쇄환정책을 펴다가 1882년 울릉도 개척령에 따라 본토에서 100여 명의 이주민이 다시 들어왔다. 그해 겨울 동안 가져간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기 직전이었는데, 이때 눈을 뚫고 돋아난 산마늘 싹으로 3개월 넘는 긴 겨울을 지낼 수 있었다. 그때부터 목숨을 구한 식물이라 하여 '명이'라 부르고, 경상도식 발음을 하게 되면서 '맹이나물'이라 불리게 되었다.

중국에서 자양 강장제라 불리는 산마늘은 655년경 당나라 때 이적이 지은《당본초》에 산총(山葱)으로 처음 기록됐다. 손사막의《비급천금요방》에는 "맛이 다른 파"라고 '격총(格蔥)'으로, 송나라 때 사마광의《통감요해》와 강지의《통감절요》에서는 불교와 도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매운맛의 하나로 각총(茖蔥)이라 기록했다. 명나라 때의《본초강목》에서 "각총은 야총(野葱)이다. 고산지나 평지에 다 있다. 모래땅에서 나는 것을 사총(沙葱), 못에서 나는 것을 수총(水葱)이라고 한다." 명나라 포산은《야채박록》에서 "산총은 격총(隔葱), 녹이총(鹿耳葱)"이라고 했다.

삼한시대부터 식용해온 우리나라에서는 '산총(蒜蔥)'으로 기록하고, 1056년《고려사절요》에 처음 기록됐다. 허준의《동의보감》에는 "소산(小蒜)이라 하여 매운맛이 있고, 비장과 신장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촉진시킨다." 또 "배 속의 기생충을 없애고, 뱀에 물린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18세기에는 송익필의《구봉집》과 김간의《후재집》에서도 불교와 도교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조선 말기의 김려는《담정유고》에 '각총'으로, 19세기 이규경은《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각총과 산총이라 적고 산마늘이라 불렀다.

양파, 마늘, 피클의 세 가지 향이 나는 명이나물은 마늘, 파, 달래처럼 모두 비슷한 향이나 효능을 나타낸다. 명이나물로 근사하게 변신한 산마늘은 구황작물로 나리분지 등지에 자생하는데, 2007년《울릉군지》에 명이로 수록됐다. 1994년 울릉도에서 육지로 반출되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다가, 소비의 증가로 인해서 경상도와 전라도 등에도 재배되어 고급 쌈 또는 웰빙 건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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