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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14 14:17:31
  • 최종수정2018.05.14 14:17:31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사찰음식은 산채(山菜)이다. 말 그대로 산채는 자연적으로 산과 들판에서 자라는 식용이 가능한 나물이다. 식용 나물은 산나물과 들나물, 재배나물로 나뉜다. 산과 들에서 나는 풀을 통칭하는 '푸성귀, 푸세'와 재배채소를 가리키는 '남새'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봄에 나온 새순은 사람과 초식동물들도 다 좋아한다. 우리가 먹는 두릅은 나무두릅과 민두릅, 땅두릅이 있다. 또 엄나무순인 개두릅은 귀신을 쫓고 새싹부터 가지까지 버릴 것 없는데 두릅보다 더 맛있다고 해서 억지로 붙인 이름이란다. 땃두릅(天蔘)은 현재 보호종이므로 채취하면 안 되는 귀한 식물이다.

산나물은 제각기 독특하고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다.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은 단옷날을 전후로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두릅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백범 김구선생은 "두릅은 비록 가시가 비쭉거려 못생겼지만 그 새살은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로운지 모른다."며 두릅 향과 맛을 자주 회고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쓴 두릅은 두릅나물이 아니라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청어 두름을 곡식과 바꾸었다는 내용이다. 짚이나 칡으로 고사리 따위의 산나물을 열 모숨 정도로 엮은 단위인 두름을 두릅으로 부른 경우이다. 경상도 일부지역에는 산나물 중에 두릅나물만이 유일하게 조기나 굴비를 엮듯이 엮어 판매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돋아난 두릅의 잎사귀가 마치 왕관을 쓴 것처럼 생겨 산채의 왕이라 부른다. 생리활성 물질이 많은 두릅은 약성까지 좋아서인지 인삼의 사촌으로도 통한다. 고려 문종 33년 중국에서 보내온 약재 속에 두릅이 포함되었고,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관질(寬疾)에서 전염병에는 독활(땅두릅) 처방을 제시하였다."고 써 있다.

두릅나무 가지 끝에 달리는 나물이란 뜻의 목두채, 용의 비늘과 같다고 하여 자룡아, 새순이 붓과 같이 연하고 부드럽기에 필두채, '늙은 갈까마귀를 찌른다'는 의미인 자노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자노아는 "노인을 자극하여 젊게 만든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양기부족 및 피로회복에 좋고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두릅의 뿌리와 줄기 껍질이 약재로 쓰이는데 부종과 변비, 당뇨병, 위경련 등의 증상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신농본초경'에 처음 등장하는 두릅은 '본초경집주'에 "단 하나의 줄기가 쭉 뻗어 바람으로 인한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독활(獨活)이라 한다."고 했다. 명나라의 이시진이 편술한 '본초강목'에는 "독활은 강(羌, 산서성 서부의 감숙성)에서 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강활, 호왕사자라는 이름들이 있으며 하나의 약물을 두 가지로 부른 것이다."고 하였다.

'두릅'의 어원은 기원전으로부터 식용했던 독활의 한자에서 유래했다. '땅줄기가 홀로 곧게 자라 올라간다'는 뜻과 '바람이 불어도 요동하지 않고 생동하면서 자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표기는 세종 때에 편찬된 '향약집성방'에는 독활 등 8종 약재로, 1489년 간행된 '구급간이방언해'에도 독활, '동의보감'에는 '둘홉'으로 기재하였다. 둘홉이 세월이 지나면서 두릅으로 낱말이 바뀌었다. 1925년에 쓰인 '해동죽지'에는 경기도 "용문산의 두릅이 특히 맛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산에서 나는 최고의 진물(珍物)로도 불린다. 봄에 어린 순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독특한 향기와 아삭아삭 씹히는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두릅은 주로 데치거나 생채로 무쳐서 먹고 장아찌 형태로 먹는다. 불교에서는 봄나물을 데쳐 먹을 때에도 '보살계경'의 열여덟 가지 물건 가운데 여수낭(濾水囊, 물 거름주머니)을 사용한다.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물건인 여수낭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데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다. 물속에 사는 미생물들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또 사용한 뜨거운 물도 식혀서 천천히 버리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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