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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24 17:50:35
  • 최종수정2020.08.24 17:50:34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2005년 6월, 프로야구 투수의 모자에서 양배추(甘藍)가 떨어져 화제가 됐다. 여름날 야구 경기하는 투수가 머리의 열을 낮추고자 벌인 해프닝은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소개됐다. 야구 규정을 어기면서 한 행동이고 보면, 양배추가 열이 많고 땀도 많이 흘리는 체질에 적지 않은 도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중해 연안의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양배추는 양복, 양장, 양파처럼 양(洋)자가 붙어 서양에서 건너온 것을 통칭한다. 우리말 배추의 어원인 백채(白菜)와 같이 중국 본토에선 둥근 배추라고 원백채,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고 양백채라 쓰고 있지만, 타이완에선 고려 배추란 뜻의 고려채(高麗菜)라는 말을 많이 쓴다.

중국어로 '고려채'(카올리차이)라 부르는 대만 중국인들은 고려에서 들여온 채소라고 알고 있다. 사실은 1931년 대만에서 출판된《대목대사전》에 양배추가 영어로 카올리와 카울리, 네델란드에서 '코올 등으로 불려 이 발음에 가장 가까운 '고려'란 낱말을 차용했다고 한다.

품종개량과 재배기술의 발달로 연중 시장에 나오는 양배추에는 비타민C와 칼슘이 많으며, 칼슘의 흡수율이 매우 높다. 위궤양에 좋은 비타민U도 함유하고 있다. 우리는 날로 먹거나 김칫거리로 쓰고 삶거나 볶아 먹는다. 중국인들은 양배추를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면서, 특히 위에 좋은 '천연의 위약'이라는 등 고려채의 약효를 강조해 상품화하였다.

양배추는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약용으로 기록했으며, 유럽 중·서부의 켈트족에 의해 비결구성 양배추가 유럽 여러 곳으로 전파됐다. 실제로 유럽에서 재배된 것은 9세기경으로, 개량된 결구성 양배추의 등장은 13세기경부터이다.

6세기경 중국에 전래한 양배추는 당나라 때의 손사막이 쓴《비급천금요방》<식치편>에 남색의 나물이라 하여 '람채(藍菜)'로 처음 기록됐다. 명나라의 진장기가 741년 편찬한《본초습유》에는 양배추를 '달콤하고 쪽빛 짙푸른 잎사귀를 가진 푸성귀'라는 의미로 감람과 서토람(西土藍)이라 적었다. 명나라 이시진이 1590년 편찬한《본초강목》에 "감람은 대엽동람(大葉冬藍)의 종류"라고 했으며, "삶아 먹는데 맛이 달고 좋다. 뿌리와 줄기는 겨울에도 죽지 않고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라고 죽지 않는 푸성귀라 하여 불사채 그리고 속이 똘똘 말렸다고 권심채, 속을 겹겹이 싸고 있다고 포심채, 돌돌 말린 모양이 연꽃을 닮았다고 연화채 등으로 불렸다. 그 뒤 청나라 때 오기준은 1848년 편찬한《식물명실도고》에서 양배추의 그림까지 그려서 설명했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대륙 및 아시아에 전래한 채소 가운데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양배추는 1540년경 캐나다에, 1669년부터 미국에서 재배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근대 문헌에까지 기록되지 않았다. 1884년 최경석이 미국에서 돌아와 농무목축시험장을 설립하고, 이때 시험 재배하던 농산물의 목록에 '가베지·골라지·결'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는 1700년대 초에 양배추가 알려졌고, 1874년부터 점차 보급됐다. 우리나라에는 1930∼40년대 일본인에 의해 조금씩 알려졌었으나, 대량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6·25전쟁 이후 유엔군들의 식재료로 공급되면서 본격 재배되고 크게 보급되었다.

가두배추로도 불리는 양배추는 배추보다 달고 식감이 아삭해서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의 입맛을 공략할만한 식재료로 기대된다. 맵고 짠 맛보다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탈바꿈하여 세계 각국의 요리에 어울리는 '고려채 김치'를 알릴 안성맞춤의 채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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