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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의 간식 '고구마'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9.12.09 16:46:39
  • 최종수정2019.12.09 16:46:39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군고구마 장수는 있어도 군감자 장수는 없다." 겨울철 주전부리의 대명사는 고구마이다. 근거 없는 이야기지만, 감자보다 달콤함에서 고구마가 더한 맛이 있어 장사꾼들이 파는 품목으로 소문이 나면서 만들어진 겨울 풍경이다.

햄버거에 콜라, 이 최악의 조합은 1990년대 말까지 군고구마에 동치미란 겨울철 간식 조합의 흔적조차 쓸어버렸다. 아직 방송프로그램으로 사용하는 동치미는 성인용이고, 2000년대 이후 아이들에게 동치미에 담긴 속뜻을 설명하는 것은 이차방정식보다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또 군고구마에 얽힌 겨울철 간식은 옛 추억이 되고 말았다.

고구마(甘藷)란 이름은 조선 후기의 조엄이 1764년 쓴《해사일기》에 고구마를 처음 기록했다. "그 이름은 감저 혹은 효자마(孝子麻)라고 하며, 왜국의 발음으로 고귀마(古貴麻)라 한다"고 했다. 고귀마는 일본 대마도의 발음대로 적은 것인데, 대마도의 방언인 고코이모(koukoimo)이라는 말이다. 실학자 유희가 1824년에 쓴《물명고》에는 '고금아'라고 썼다.

원산지가 중남미인 고구마는 '파타타(patata)'인데, 달콤한 감자라는 뜻에서 스위트 포테이토이다. 달콤한 마의 뿌리라 해서 감저ㆍ감서(甘薯)라 불렸는데, 남쪽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남저,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번저, 빛깔이 붉다고 하여 주저, 생김새가 베개 같은 덩어리 모양이라 하여 옥침저라고도 부른다.

고구마가 널리 퍼진 것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직후, 중남미의 섬 아이티에서 옥수수ㆍ담배 등과 함께 스페인 등 유럽으로 전파됐다. 1565년 스페인 선원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과 인도양을 거쳐 필리핀으로 전했다. 멕시코와 가까운 북미 지역엔 17세기 초에 페루 사람들에 의해 전파됐다고 한다.

고구마는 1975년에 간행된《농학대사전》에 의하면, "1594년 명나라 상인 진진용을 통해 중국 남부의 복건성으로 전파했다. 1605년 류큐 왕국의 사신은 중국에서 오키나와로 들어왔고, 1612년 가고시마에 전해져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때 대마도까지 전파된 고구마가 조엄의 눈에 띈 것이다.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재배된 고구마는 1554년 이탁이 간행한《구황촬요》에 '저(藷)'로 처음 기록됐다. 1639년 간행된 명나라 서광계의《농정전서》를 통해 고구마의 존재를 알게 된 한양의 이광려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그는 중국에 가는 사신, 역관에게 여러 차례 고구마를 가져오라고 부탁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1639년 김육의《구황촬요벽온방》과 1660년 신속이 간행한《신간구황촬요》에도 고구마를 기록했다.《현종실록》에는 "1663년에 일본에 표착했던 사람이 그곳에서 고구마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작물을 재배하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고 보고한 기록이 있으며, 신유한이 1719년에 쓴《해사동유록》에도 일본 동경에서는 고구마를 구워서 판다고 했다. 1868년 조인영의《운석유고》에는 1763년 조엄이 일본에 통신사로 가던 중 대마도에 들러 그 종자를 얻어 동래와 제주에 시험삼아 심게 한 것이 처음이고, 이런 이유로 고구마를 '조저(趙藷)'라고 한다.

1600년대 중엽, 일본에 표착했던 어민이나 사행사를 통해 고구마의 존재가 알려졌으나, 본격적인 재배는 1764년 조엄에 의해 동래와 제주도에서 재배가 시작됐다. 고구마를 처음 재배한 장소는 '조내기'로 불렸는데, 지금의 부산 영도구 동삼동 일대이다. 재배에 성공한 동래부사 강필리는 고구마 전문서적인《강씨감저보》를 펴냈다. 농학자 김장순은 1775년경《감저신보》에, 1834년 실학자 서유구는 고구마 재배와 식용 방법을 적은《종저보》를 통해 소개했다.

지금으로부터 255년 전에 전래한 고구마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작물의 특이한 모양새를 보고 산약, 무뿌리(菁根), 오이, 토란 등에 비유했을 만큼 희귀한 풀뿌리로 여겼다. 이제는 구황작물의 임무와 겨울 낭만 음식의 이미지를 버리고, 피자와 같은 음식의 식재료에 담겨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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