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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25 16:05:34
  • 최종수정2019.11.25 16:05:34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누런 호박은 늦가을을 상징한다. 초가지붕과 담장에 다 익은 호박, 한 두 개가 놓여 있어야 그림이 된다. 또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말은 곧, 복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뜻인데, 그만큼 가을날 풍요로움의 상징이 곧 호박인 셈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호박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핼러윈 축제의 대표 음식이다. 명작동화《신데렐라》에는 대모 요정이 마술지팡이로 호박을 황금마차로 바꾼 전용차를 타고 궁전무도회에 다녀오는 내용이 압권이다. 마법사 혹은 마녀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호박은 그 이미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마법과 연결되어 있다. 영국 작가 롤링의 판타지 소설《해리포터》에도 마법 세계에서 즐겨 마시는 호박 주스가 등장한다. 이처럼 호박은 동서양,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법이 깃든 신의 선물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호박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유럽으로 전해졌을 뿐, 역사적으로 서양과는 관계가 없는 식물이다. 옥수수와 함께 아메리카 이주민들의 생명을 구해준 작물이라서 현실 세계나 동화의 세계에서나 서양에서 호박의 이미지가 좋게 이야기되었다.

남미의 페루 안데스산맥과 북미 멕시코가 원산지인 호박은 16세기 페르시아 등 아라비아 상인들이 중국으로 가져오면서 전해졌고, 일본에도 포르투갈 상선에 의해 1553∼54년에 전파되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남과(南瓜), 번과(番瓜), 금과(金瓜)라고 하는 호박은 중국 명나라 때의《전남본초》에 호박을 남만에서 온 것이라 하여 '남과(南瓜)'라고 처음 기록됐다. 제갈량의 남만 정벌로 유명한 남만은 중국 윈난성(운남)을 비롯해 베트남 북부 일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또 일본의 큐슈 남부 및 오키나와 지역도 같이 부르고, 16세기 때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서양 세력도 남만인으로 호칭했다.

명나라 때의《군방보》에는 번남과(番南瓜)라 했는데, 그곳의 지명을 채소에 붙인 이름이다. 청나라 때의《육천본초》에는 금나라의 열매란 뜻의 금과(金瓜)로 적고,《중국본초도록》에는 밥반찬의 과실이란 반과(飯瓜) 등으로 기록했다. 또 1883년 일본에서 편찬한《식물명회》에는 왜과(倭瓜)로 기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호박 재배를 하였는데, 조선 중기에 편찬된《의림촬요》의 '시호과루근탕'에 호과(胡瓜)로 처음 기록했다. 허균의《동의보감》에서도 호과로 적었다. 그러나 허균은《한정록》에서 남과(南瓜)라고 하고 재배법과 신종품으로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명칭이 혼동되었는데, 최남선은《고사통》에서 호박이라는 이름은 열매가 박과 같이 생긴 작물이 오랑캐로부터 전래돼 호(胡)박이라 불렀다고 하며, 남과는 1605년경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었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이익은《성호사설》에서 "남과라는 것도 있고 또 왜과라는 따위도 있는데, 이 왜과란 것도 남과와 흡사하다. 빛깔은 한껏 누르고 생긴 모양은 둥그스름하고 길며 맛은 단 편이다. 지금 시골에 혹 심는 이가 있는데 이름을 당호과(唐胡瓜)라고도 한다. 내 손으로 남과를 심어 누렇게 익는 것을 기다려 거두었다가 겨울철에 지져서 반찬으로 먹었다"고 했다. 조선 말기의 이규경은《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남과는 우리말로 호박(胡朴)이라고 부른다면서 고추와 함께 선조 때인 임진왜란 이후에 전해졌다고 했다. 남만에서 자라는 채소인데 중국과 왜국을 통해 세 종류가 들어왔다"고 했다.

18세기 초,《성호사설》에서 "채소 중에 호과란 것이 있는데, 옛날엔 없었고 지금은 있다. 농가와 사찰에서 흔히 심는다"고 해서 붙여진 승소(僧蔬)란 이름은 스님들이 즐겨 먹는 채소라는 의미까지 더해졌다. 힘없는 농부와 산속의 승려 이외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재배도 하지 않았지만, 19세기 중엽부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채소가 됐다. 옛날 평민과 승려들만이 먹던 호박은 거의 매일 먹는 채소로, 심지어 산해진미와도 견줄 수 있는 음식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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