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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10 16:06:14
  • 최종수정2019.06.10 16:06:14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봄은 시나브로 왔다가 소문 없이 사라진다. 한 해의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식용풀이 머위다. 온갖 풀과 나무 중에서도 먼저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와 연녹색과 황백색이 섞인 큼직한 꽃을 피우고 널찍한 잎을 내미는 봄의 전령사다. 그런데 냉이, 달래 등에 밀려 그리 유명하지 않은 봄나물이다.

결혼식 부케같이 생긴 머위꽃은 이른 봄철에 잎보다 먼저 핀다. 눈 속에서 세찬 바람에도 여린 머위꽃을 가장 먼저 틔워낸 사실조차 이야기의 뒷전이다. 머위는 봄철 쌈채를 대표하는 나물이지만 곰취 등 유명세에 밀려 대접받지 못했다. 왕자로 치면 배다른 왕자쯤 된다.

왕세자가 떠오르는 해에 비유하듯, 봄바람에 새싹이 소생하듯이 내일을 기약하는 왕자의 모습을 닮았다. 군락지를 이루는 머위는 아직 주목받지 못하는 봄나물의 왕자이다. 예로부터 "봄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봄나물은 '동쪽의 나물'로 여겼다.

쌉싸래한 맛의 머위는 입맛을 돋우는데 으뜸이다. 중국에서 머위는 관동(款冬) 또는 저동(氐冬)ㆍ토해(菟奚)ㆍ탁오(橐吾)ㆍ호수(虎須)라 적고, '겨울과 친한 풀' 또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 풀'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기원전 221~206년 진나라 때 곽연생의《술정기》에 머위꽃이 낟알처럼 하나씩 붙어 있는 모양으로 '과동(顆凍)'이라 처음 기록했다. "낙수가 연말이 되어 얼음이 어는 시기가 되면 겨울 동안을 죽지 않고 지내다가 꽁꽁 언 초원에 싹을 틔우며 얼음을 가르고 나오기 때문에 '과동'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그런데 후인들이 잘못하여 관동 또는 관동(款凍)이다"고 했다. 당나라 때의 유종원은 800년《기문》에서 "관동은 늘푸른풀의 이름이다. 국화과의 식물로 잎은 원형이고 노랑꽃이 핀다. 일설에는 관동이다." 송나라 때 구종석의《본초연의》에는 "모든 풀 중에 오직 이것만이 얼음과 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얼음을 뚫고 나온다는 의미의 '찬동(鑽凍)'이다"고 했다. 명나라의 이시진은《본초강목》에서 "이 풀은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므로 관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기원전부터 먹었던 머위는 고대 중국 남방지역에 자라고 알려진 식물이다. 중국인들은 '관동화(款冬花)'라 부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으로 썼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관동화를 닮은 머위를 관동이라 했다. 그 꽃을 관동화(款冬花)라 부르고 중국과 같이 기침약으로 썼다. 19세기 한치윤은《해동역사》에서 "머위는 고구려와 백제에서 생산된다"고 하여 이미 식용한 것으로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머위는 '봉두채(蜂斗菜)' 또는 '사두초(蛇頭草)', 또는 겨울철 길을 가다가 뜯어 먹는 풀이라 하여 '노관동(路款冬)'이라 했다. 땅머위ㆍ머굿대 등의 우리말 이름으로 쓰는데 강원도에서는 머우, 영남에서는 머구, 제주도에서는 꼼치, 전라도에도 머윗대를 '머굿대'라 부르는 곳도 있다.

암수딴그루인 머위의 꽃과 꽃봉오리를 말린 것을 가리키는 관동화는 허준의《동의보감》에서 처방전에 기록했고,《승정원일기》에서도 관동화 처방을 적었다. 정조 때의 이만영은《재물보》에서 "백 가지 풀 가운데, 이것만이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평'이 꽃말인 머위는 속담에 "밭을 버리려면 머위를 심어라"라고 할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스위스의 자연요법 의사 알프레드 포겔 박사는 1995년 그의 책에서 "머위야말로 독성이 없으며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는 식물"이라 소개했다.

6월경에 수확하는 머윗대의 껍질은 방부 효과가 있어 산나물 등을 염장할 때 함께 넣고 절임하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또 물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푸는 효과가 있고 생선이나 게, 조개 같은 것을 요리할 때 머위를 넣으면 식중독을 예방한다. 쌈채와 무침을 하거나 새싹 꽃은 튀김으로, 줄기는 장아찌로 이용하는 등 봄철 야외음식의 좋은 반찬이다. 비슷한 털머위는 독성이 있어 꼭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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