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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06 15:29:28
  • 최종수정2020.01.20 13:39:4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우리 민족은 설날을 비롯해 평일에도 콩나물을 즐겨 먹는다. 명절 차례상에 올리거나 해장국, 나물무침 등 다양하게 사용됐다. 심지어 콩나물은 음악의 악보 오선지 위에서도 그려졌고, 코미디언의 개그 소재로도 표현됐을 정도로 친근한 나물이다.

콩이 주원료인 두부와 같이 콩나물은 음식 재료로 사용하려면 일정 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부는 콩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콩나물은 이차적인 준비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으므로 음식의 재발견이다. 사구 또는 버지기라 부르는 시루 같은 구멍이 뚫려 있는 그릇에 콩을 담아 그늘진 곳에 두고 물을 주어 뿌리를 내리게 하여 먹는 콩식품이다.

콩나물을 키우는 데는 콩과 물, 사람이 3대 요소이다. 수질이 나쁘면 콩나물은 안된다. 수돗물로 콩나물 키우기가 잘 안 되는 것과 같다. 수돗물이 나쁜 것이 아니라 콩나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제거되기 때문에 미네랄이 풍부한 샘물이나 맑은 시냇물이 더 좋다. 빛을 차단하고 수시로 물을 붓기만 하면 잘 자라는 콩나물은 여름이면 7일, 겨울이면 10일 정도면 먹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콩나물에 잔발이 생기지 않도록 물을 자주 주는 것이 핵심 포인터이다.

19세기 후기까지도 "콩 싹을 내어 기른다."라는 뜻의 콩기름으로 불린 콩나물은 아직 경상도에서 콩지름, 함경도 방언으로는 콩길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리 싹을 내어 말린 것을 엿기름(엿지름)이라 하듯이 콩기름도 이와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이처럼 콩나물은 '콩이 싹 튼 채소'의 두아채 이외에도 두아ㆍ두채ㆍ대두얼ㆍ황두아라고 표기했다.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의《황제내경》과 1세기 한나라의《신농본초경》에는 '콩의 싹을 내 말린 것'을 대두황권이라고 처음 기록했다. 6세기 도홍경의《신농본초경집주》에는 대두권이란 약재로 적었다. 12세기 송나라 임홍이 쓴《산가청공》에 콩나물을 가리키는 한자로 대두아(大豆芽)라고 처음 사용했다.

삼국시대부터 음식으로 먹은 콩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와의 전쟁 때인 936년 9월, 마군장군 배현경을 시켜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던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싹을 낸 콩나물을 먹였다"고 전한다. 전장에서 모자란 군량을 해결함과 동시에 군사들에게 신선한 비타민을 먹게 하는 왕건의 지혜가 발휘된 명장면이다.

콩나물에 대한 공식 기록은 1236년경 편찬된《향약구급방》에 "콩에서 난 싹을 건조하고 가루를 내어 약"으로 썼는데, 대두황(大豆黃)이라 기록했다. 조선시대《훈몽자회》와《신증류합》에서 콩나물을 다루었고, 허준의《동의보감》에는 대두황권초라 하여, 산후조리와 원기 회복에 사용한다고 했다. 허균은《한정록》에서 두아채를 만들 수 있다고, 1670년《규곤시의방>에도 콩나물을 볶는 요리법이 기록됐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은《성호사설》에는 두아(豆芽)라 적고, "싹을 내서 콩나물로 만들면 몇 곱절이 더해진다. 가난한 자는 콩을 갈고, 콩나물을 썰어서 한데 합쳐 죽을 만들어 먹는데 족히 배를 채울 수 있다"고 했고, 실학자 서유구는《임원경제지》에는 콩나물을 황두아(黃豆芽)라고 했다.

18세기 조선 말엽까지는 콩이 싹 튼다는 뜻의 두아 또는 두아채로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같이 표기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콩나물보다 녹두를 키운 숙주나물을 즐기지만, 한국인들은 대두콩으로 콩나물을 길러서 먹는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칭을 가진 콩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영양 식품이지만 비타민C가 부족한 게 흠인데, 콩나물에는 비타민BㆍC, 단백질, 무기질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하루에 콩나물무침 500g을 먹게 된다면, 하루 비타민C 권장량(100㎎)의 절반가량을 먹게 되는 셈이다.

육당 최남선은《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나라 10대 명식의 하나로 콩나물국밥을 꼽았다. 국민 채소인 콩나물은 우리 밥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아삭한 식감과 담백한 맛 덕분에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콩나물은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의 대명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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