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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올해 봄날은 다 갔다. 신종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봄날에는 "꽃피는 봄날은 왔는데"라는 탄식 말투가 귓가에 맴돌았다. 시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를 1926년《개벽》에 발표했다. 그는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라며, 봄날의 민들레(蒲公英)를 노래했다.

이상화 시인이 쓴 '맨드라미'는 그 맨드라미꽃이 아니라 실은 토종 민들레인 하얀 민들레를 가리킨다. 민달래 또는 맨드레미라 부르는 경상도 방언을 그의 시에 적은 것이다. 지역마다 따로 멈들레ㆍ무슨들레ㆍ둥글레ㆍ문들네ㆍ외음들레ㆍ무운들레라 부른다. 특히 옛날 사립문 안팎에 많이 자라나서 '문 둘레'라 부르던 말이 민들레가 되었다는 속설까지 생겼다.

〈고향의 봄〉가사를 쓴 이원수가 1926년에 발간한《민들레의 노래》창작집을 필두로, 1976년 이해인 수녀의《민들레 영토》시집에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이라 표현하면서 국토와 같은 '영토'란 의미까지 덧붙여졌다.

아무래도 민들레의 대중적 인기는 가수 조용필에 의해서다. 1979년 3월 출시된 <일편단심 민들레야> 노래로 유명세를 치렀다. "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로 시작되는 가사는 색깔보다 땅에 곧게 뻗어 내리는 뿌리 때문에 붙여진 일편단심의 말이다. 중심뿌리 하나를 굵고 올곧게 내린다 하여 흔들리지 않는 굳은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아이들의 풀밭 놀잇감으로 인기가 있다. 뒤로 말려 젖혀진 서양 민들레와 달리 토종 민들레는 꽃 받침대가 곧게 서 있어 꽃송이를 훅 불면 온 사방으로 잘 날린다. 눈송이처럼 퍼져가는 것이 민들레 홀씨이다.

유럽이 원산지인 민들레는 세계에 어디에서나 자라는 풀이다. 작은 바람, 잇김에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종자는 사람에 의해서도 옮겨진다. 민들레는 중국 당나라 소경의《당본초》에 '포씨 성을 가진 선비의 전설'에서 유래한 포공초 또는 '논밭 김맬 때 뽑는 풀'이라 하여 강누초라고 처음 기록했다. 7세기 손사막의《천금방》에 '부공영' 등으로 기록됐다. 한의학에서의 공식 명칭인 포공영은 소송 등이 1061년 편찬한《도경본초)》에 처음 기록됐다. 송나라 때 구종석은《본초연의》에서 "땅에 못처럼 박혀 핀다"라는 뜻으로 지정(地丁)이라 했다. 명나라 때 난무약은《전남본초》에서 "바람에 꽃씨가 날리는 모습이 머리털이 하얗게 센 노인 같다"라고 파파정이라 했다. 이시진은 1596년 편찬한《본초강목》에 포공영이라 적었다.

예로부터 쓰디쓴 나물이라 '고채'라고 부른 민들레는 봄이 되면 온 사방을 금빛으로 물들인다고 하여 '만지금', 줄기를 꺾으면 하얀 즙이 나온다고 하여 '개젖풀'이라 부르는 등 이름만큼이나 사연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도 가지각색의 풀이다.



고려 말엽부터 아홉 가지의 덕이 있는 풀로 '구덕초(九德草)'라고 했다. 향교와 서당 등에서는 민들레를 '포공구덕'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는데, 글을 가리키는 훈장을 '포공'이라 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허준의《동의보감》에는 '포공초'라 적고, 황도연은 1885년《방약합편》에서 '포공영'의 효능을 기록했다.

이처럼 과거엔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었으나, 중국 의학의 6대 약초 중 하나라고 알려진 민들레는 잎에서 꽃, 줄기, 뿌리 등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음식이다. 지구촌 모든 곳에서 자기 영토를 가진 '절대로 없앨 수 없는 풀'로 알려진 민들레는 이제 하찮은 풀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건강에 좋은 식물로 호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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