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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2차 요리 또는 가공에 의한 부각(浮刻)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반찬이자 간식이다. 겨울철이 제격이지만, 여름에도 별미로 자주 만들어 먹는다. 부각은 찹쌀풀을 발라 기름에 튀겨서 만든 음식이다. 봄철의 산동백잎, 아카시아 꽃송이 등과 가을철 들깨송이 등을 비롯하여 묵은 김, 해조류, 나물이나 버섯, 뿌리채소 등 식용하는 것 모두가 식재료이다.

원래 절에서 부각은 눈에 잘 보지 않는 수많은 생명을 해친다고 하여, 일종의 금기 음식으로 통한다. 나의 입맛을 위해 무수한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일시적 고온의 조리법은 금하는 불문율이 있었다. 최근 20년 사이에 이런 금기 사항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찰음식의 불감증과 사회적 욕구에 의한 이유가 뒤섞여 있다.

그런데도 부각은 왜 사찰음식의 꽃이라 불리는가? 최고의 사찰음식 밥상을 접한 이들이 보낸 찬사로부터 생겨난 말이다. 그것은 육류와 가공 음식에 지친 이들이 산사라는 특수한 환경과 채소류로 만든 자연식이라는 착각으로 생겨난 심미적 보상심리인 셈이다. 여기에다 고풍스러운 상차림과 화려한 장식의 음식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감탄사를 저절로 내기 마련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한식 계열의 궁중음식을 요즘 사찰음식에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른김 한 장으로 서너 가지의 식찬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공양주(요리장)의 몫이다. 눅눅해진 묵은 김을 다시 맛있는 음식으로 변모시키는 공양주의 솜씨는 가히 일류 요릿집의 주방장을 능가한다. 이런 사찰음식 밥상을 마주했던 어떤 이는 "너무 아름다운 밥상이어서 감히 수저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고 회고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식용 기름(油)은 683년 신라 신문왕 때, 신목왕후의 폐백품으로《삼국사기》<신문왕편>에 처음 등장하고,《삼국유사》<선율환생조>에 호마유(胡麻油)가 나오는데, 이때부터 튀각 음식이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삼국유사》권1, <사금갑조>에는 488년에, "까마귀에게 찰밥(糥飯)으로 제사를 지냈다"라는 전설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부각ㆍ튀각ㆍ한과는 신라 중기부터 귀중한 음식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고려 시대에는 특히 유밀과가 성행하여 기름에 튀긴 음식이 더욱 늘게 되었다.

쉬워 보이지만 많은 정성이 필요한 부각은 예로부터 신선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 구전됐다. 부각은 찹쌀풀을 바른 후 깨나 소금 등 조미해 말려 들기름과 참기름ㆍ콩기름 등 식물성 식물성 기름에 튀긴 것이라면, 튀각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튀긴 것을 말한다. 부각에는 채소와 꽃을 이용한 부각, 해조류를 이용한 부각이 대표적이다. 부각 중에 짠맛이 나게 조미한 것을 자반, 단맛을 가미한 것을 당과라 부르기도 한다.

1960년대에 콩기름으로 만든 식용유가 선보이면서 부각 등 튀김 음식이 대중화되었다. 튀각은 실학자 유중림이 1766년 편찬한《증보산림경제》에서 '호도좌반법'에 처음 등장하고, 조선 후기의 서명응이 1787년 간행한《고사십이집》에는 투곽(鬪藿)이라 썼다. "해대(다시마)를 유전(기름으로 지진 것)한 것을 투곽이라 하는데, 이것은 소식(素食, 채식)의 찬이 된다"라고 했다.

그때마다 신선한 채소로 갓 튀긴 음식은 뭐든 입맛을 자극하는 법이다. 튀각인 감자칩은 탄산음료와 같이 먹지 않으면 금방 물리는데, 부각은 끊임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좀 위험한 음식이다. 그런데도 조상의 지혜를 통해 만들어진 부각은 음식의 미학을 품은 맛의 예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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